기업 채용 문 좁히는 ‘호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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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의 50% 이상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
호봉제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가 늘면 신규 채용은 줄어들어
취업준비생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선택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노동자 근속연수별 임금격차 분석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2014년도 30년차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638만원으로 1년차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 149만원의 4.3배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제조업 30년차 직원의 신입사원 대비 임금격차는 3.5배로, 일본(2.4배)·독일(1.9배)·영국(1.6배)·프랑스(1.5배)·스웨덴(1.1배)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란 결과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업에서 오래 일할수록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긴 근속연수에 따라 벌어지는 임금 격차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때문이다. 기업들의 인건비를 나타내는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가 늘면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선 DB

◇우리나라 기업의 54%는 호봉제 운영

김동배 인천대 교수의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54.5%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로 운영된다. 김 교수는 “일을 배울 때까지 근속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평가(역할이나 직무, 성과)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호봉제에 따른 임금 부담이 큰 곳은 은행들이다. 은행의 임금체계에서 호봉급 비중은 63.7%에 달한다. 예를 들어 씨티은행의 인사시스템은 통상 1~2급(부장), 3급(팀장), 4급(과차장), 5급(행원, 대리)으로 나뉘어있다. 행원, 과장 등 각 직급별로 10호봉씩 책정이 된다. 그런데 연차가 1년 오르면 1호봉이 오르게 된다. 보통 성과를 내지 않아도 1호봉이 오를 때마다 임금은 자동적으로 1~2%씩 오른다.

지난해 7개 시중은행 직원들은 연평균 79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남성 직원만 따져보면 급여만 1억원을 넘는다. 근속연수 10년 이상 종사자의 비율은 47.8%로 전체 산업의 31.6%를 크게 웃돌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과에 비례해 호봉이 올라가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다”고 했다.

호봉제의 폐해는 은행채용의 문을 좁히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총 임직원은 2013년 말 7만6511명에서 2014년 말 7만5281명으로 1200여명이 줄었다(금융감독원).

국내 1위 은행인 신한은행을 보자. 2015년 310명이 희망퇴직을 했는데, 대졸자는 희망퇴직 인원을 약간 웃도는 374명을 뽑았다. 과거에는 희망 퇴직 인원보다 신입사원 채용 인원이 훨씬 많았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들의 판관비는 2009년 18조원에서 2014년 22조원으로 4조원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30조원에서 2014년 16조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버는 돈은 적은데 인건비 지출은 높아지는 것이다.

조선 DB

◇근속연수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구조조정 실시

근속연수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1년에 많으면 두차례 명예퇴직을 실시해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다. 현재 은행과 제조업, 조선과 중장비 등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고연봉 업종‘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50대만 명예퇴직의 타깃이 됐다. 그러나 요즘엔 30~40대로 연령이 내려왔다. 오래 일하는 것을 꿈꾸고 기업을 골랐다가 젊은 나이에 희망퇴직 명단에 오를 수도 있다.

또 최근 은행권을 필두로 국내 기업들은 호봉제 방식의 임금체계를 성과제 방식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과가 없어도 자동으로 매년 임금이 상승하는 직원들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분석 때문이다. 앞으로는 연차가 적더라도 능력이 좋은 직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기업이 늘어날 추세다.

조선 DB

그러므로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을 고를 때, 근속연수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업 평균 연령대,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 , 최근 희망퇴직자 수 등이 체크 대상이다. 무엇보다 미래를 길게 내다보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나의 적성과 직무에 맞는 기업을 고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근무연속은 짧더라도 커리어에 기회가 많은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입사해 오래 다니면 무조건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기업들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jobsN 블로그팀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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