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0만원 넘게벌던 그녀가 ‘노숙자’ 소리 들으며 한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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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노숙자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주얼리 업체 로고몬도 양희재(32)대표는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해 연출가를 꿈꿨다. 영화촬영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고 영화 일를 그만둔 후 잘 나가는 방송 리포터로 몇년을 일했다.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냈다는 리포터를 때려치고 3년전 로고몬도를 만들었다. 쇼룸과 사무실이 위치한 한남동을 찾아 그를 만났다.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하다보니 노숙자 이야기를 들을 정도라는 코너스톤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코너스톤은 지금 로고몬도가 개발 중인 주얼리 플랫폼이란다.

-주얼리 플랫폼이 무엇인가. ‘코너스톤’에 대해 설명해달라.

“목걸이나 반지 같은 주얼리 제품을 소비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놓은 일종의 장터에요. 주얼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한곳에 모여있어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쉽게 비교해가며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을 말합니다. 우리가 공들여서 만들고 있는 주얼리 플랫폼 이름이 ‘코너스톤’이에요. 오는 9월에 본격적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보통 주얼리를 제조하는 업체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주얼리 플랫폼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주얼리 산업에 대해 배워가면서 업계에 실력 있는 장인들이나 제조업체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들도 인터넷으로 제품을 팝니다.  업체 하나하나가 수많은 제품들의 사진을 일일이 찍고 홈페이지를 꾸미는데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온라인 마케팅 시스템을 잘 만든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각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비교하고 구매하는 과정이 복잡했어요. 이걸 한곳에 모아놓고 생생한 사진과 그래픽을 보며 편하게 쇼핑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얼리 플랫폼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주얼리 업체 로고몬도 양희재(32)대표./jobsN

-주얼리에 관심이 많았는지.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주얼리를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취업을 위해 잠시 미국에 있을 때, 한 예술 학교에서 방학 기간에 운영하는 주얼리 수업을 찾아가서 들을 정도로 주얼리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였을 때,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보다가 6개월짜리 주얼리 수업이 눈에 들어왔어요. 반지와 목걸이를 컴퓨터 캐드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하는 방법부터 배웠습니다. 6개월간 감정하는 방법도 배우고 세공 기술사 자격증도 땄어요. 그때 주얼리 산업에 대해 공부하며 사업 아이템을 찾다가 주얼리 플랫폼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서울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얼리 관련 입주자를 공모하고 있었습니다 주얼리 플랫폼 아이디어를 내서 선택을 받아 센터에 입주했어요. 그렇게 로고몬도란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창조경제센터입주시절./본인 제공

-원래 꿈이 무엇이었는지.

“영화가 꿈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 연출가가 되고 싶어서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서 영화학을 전공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명한 촬영감독님 팀에 들어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 했어요. 곽경택 감독님의 영화 ‘사랑(2007)’ 촬영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죠. 근데 촬영 현장에서 3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어요. 큰 외상이 없어서 무릎이 아픈 걸 참고 있다가 한 달 후에 병원에 갔더니, 무리해서 계속하면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영화 일을 적극 응원해주시던 부모님이 난생처음으로 제가 하는 일에 반대하셨어요. 고민 끝에 영화의 꿈을 접었습니다.”

-스타트업을 꽤 늦게 시작한 편이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방송 리포터 일을 6년 넘게 했어요.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게 특기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리포터로 방송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KBS, CBS, CJ, 서울경제TV, 교통방송 등에서 기회가 닿는 대로 프리랜서로 리포터를 했어요. 외부 행사 진행도 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땐 수입이 좋았어요.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벌기도 했으니까요.”

리포터시절./본인 제공

리포터시절 행사진행모습./본인 제공

-다시 사업 이야기로.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창업 첫해에는 방송 일을 하며 벌어놨던 돈을 썼어요. 주얼리 제조업이 아닌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이라 창업 비용이 많이 안 들 줄 알았는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더군요. 그다음 해에는 첫해에 분주하게 사업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았어요. 본격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면서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1년에 총 사업비 1억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올해까지  2년 연속 지원받고 있어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주얼리 명장이라고 알려진 분들의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확보해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명장의 제품이라서 고가가 많다 보니 판매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명장들이 생각하는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제품의 가격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게 힘들었어요. 잘 알려진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 명인이 제작한 주얼리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키키가 쉽지 않았습니다. 좀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명장 뿐 아니라 수많은 업체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주얼리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jobsN

-주얼리 생산 업체들을 플랫폼으로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코너스톤만의 장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온라인으로 주얼리를 판매하려면 무엇보다도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이미지가 중요해요. 실제로 보이는 제품의 모습 이상의 드라마틱한 감동을 줘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죠. 코너스톤은 여기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클릭하면 생생한 3D 이미지로 다양한 각도에서 제품을 살펴볼 수 있어요. 주얼리의 재질감이나 색상, 광택을 마치 눈앞에서 세밀하게 보는 것처럼 체험하게 만드는 거죠. 제품의 감동까지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주얼리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측면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어요. 업체별로 자체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할 경우,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제품마다 촬영 비용이 발생해요. 제품 한 개당  15만 원 이상의 촬영비가 들죠. 저희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업체가 제품 제작 과정에서 사용했던 3D 이미지를 코너스톤에 업로드하면, 생생한 질감과 광택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최상의 이미지로 만들어 줍니다. 다이아몬드, 진주, 터키석 등 보석마다 질감과 광택을 실제처럼 표현해줘요. 코너스톤을 이용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촬영과 후보정을 위한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였습니다. 우선 300여개 업체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여기에 더해 다이아몬드나 보석을 다루고 있는 판매자들을 연결해서 플랫폼 안에서 쉽게 주문 제작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벤트판매하는모습./본인 제공

-현재 코너스톤에 입점하기로한 주얼리 업체가 몇 개인가.

“오는 9월에 오픈할 예정인데, 현재까지 300여 업체의 6만여 가지 주얼리 제품이 입점해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들고 업체마다 찾아가서 설득했어요. 코너스톤의 시스템을 본 업체들의 호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다양한 업체가 입점하다 보니 2만~3만원 대의 주얼리부터 고가의 주얼리까지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요. ”

-플랫폼을 운영하게되면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지.

“코너스톤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수수료가 저희의 수익입니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업체를 대상으로는 돈을 받지 않아요. 주얼리 업체는 무료로 코너스톤에 입점고, 판 제품에 대해 3~5퍼센트 수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

-현재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곧 플랫폼을 오픈하면 목표하고 있는 매출 규모도 궁금하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일 외에 판매 계약을 맺어온 업체들의 제품을 온라인과 한남동 쇼룸에서 판매하는 게 수익의 전부였습니다. 작년까지 연 매출 1억 정도 수준이었어요. 그동안은 준비 기간이라 생각하고 플랫폼 오픈을 바라보며 밤낮없이 일해왔어요. 관심을 갖고 있는 외부 업체들이 많아서 9월 오픈이 무척 기대됩니다. 플랫폼을 시작하면 연 매출 30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jobsN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해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버틸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벌어놓은 돈을 써가며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해에는 일인 기업으로 혼자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죠. 그때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집에 갔던 것 같아요. 센터 일부 사람들은 노숙인인 줄 알았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확신 때문이었어요.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일인 기업으로 회사를 운영하다가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얼리 사업을 준비하던 두 분에게 파트너로 함께 일하자고 설득한 것도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업이 가능성 있다고 믿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율은 급증하고 있는데 주얼리 업계의 판매 방식은 아직 종로 3가 보석 거리나 금은방 같은 전통 판매 방식이라는 점이에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어요. ”

-여가를 즐길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가 있다면.

“사업을 시작하고나니 취미를 가질 수 없었어요.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는게 일상이 돼버렸거든요. 그나마 틈날 때마다 영화를 봐요. 영상이 정말 예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인을 꿈꾸던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지 영화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글 CCBB – Contents 오종찬
CCBB –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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