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한 우물만 파나요? 안 되면 빨리 접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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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만 파서 세계적인 기업 되는 건 옛 이야기
IT 업계를 주름잡은 기업의 남다른 태세전환
사업성 의심되면 곧바로 방향 전환 ‘피벗’에 관심

직장인 김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인스타그램으로 밤새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어젯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쓴 트윗을 본다. 그리고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잔다.


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조선DB

김씨만이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들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은 2018년 6월 기준으로 월 사용자 수가 10억 명이 넘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구독자 수가 1억6000만명에 달하고, 트위터는 하루 이용자 수가 1억8000만명 정도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업은 아니었다. 이 기업들 역시 힘들던 스타트업 시절이 있었다.

◇안되면 빨리 돌아서, 피벗해

스타트업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에릭 리스의 책인 ‘린스타트업’에 ‘피벗’이 나온다. 농구 선수가 손에 공을 잡고 한 발은 땅에 붙이고 한 발은 이리저리 옮기는 플레이를 말한다.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에서 얻은 경험으로 다른 사업에 적용하고 확장하는 경영 방식을 ‘피벗 경영’이라고 한다.

트위터 – 팟캐스트 포기하고 단문 메시지로 성공


트위터 공식 홈페이지

트위터는 원래 팟캐스트 서비스였다. ‘오데오(Odeo)’라는 이름이었다. 블로거(Blogger) 창업자였던 에반 윌리엄스는 노아 글래스라는 개발자를 발견한다. 에반은 블로거를 구글에 팔고 번 돈으로 오데오를 만든다. 2005년 7월에 정식 출시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애플이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때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가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당시에 SMS를 기반으로 한 ‘단체 메신저방’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한 사람이 140자 이내의 메시지를 보내면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가는 것이었다. 결과는 지금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이후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트위터는 급부상했다. 트위터 2019년 3분기 매출은 8억2400만달러(약 9611억9600만원)다.

넷플릭스 – 온라인 DVD방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예전에는 비디오 가게나 DVD방에서 보고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빌려 봤다. 지금은 컴퓨터만 키면 넷플릭스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의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도 처음엔 이렇게 최첨단 사업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DVD방 체인점에 불과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DVD 대여 사업을 하고 있었다. 우편으로 비디오를 빌리고 다시 우편으로 반납하는 식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발달하고 애플 아이튠즈가 온라인으로 영화를 빌려주기 시작했다. 다른 DVD 대여 회사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도 위험이 닥쳤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여기서 방향 전환을 했다. 2007년, 영화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게 지금 넷플릭스 서비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 왼쪽부터 ‘기묘한 이야기’, ‘블랙 미러’, ‘위쳐’다./넷플릭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하지만 한번의 위기가 더 있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사와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다. 영화를 빌려주는데 테이프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빌려주는 것뿐이었다. 2011년, 영화 제작사와 방송국들은 넷플릭스 같은 자체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했다.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넷플릭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넷플릭스는 또 다른 결단을 내렸다. 온라인 DVD방에서 제작사가 되기로 했다.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었고, 그 해 넷플릭스 순이익은 37억5000만달러(약 3조8175억원)였다. 이후 매년 50억달러 정도를 콘텐츠 제작에 쓰고 있다. 2019년 3분기 넷플릭스 매출은 52억5000만달러(약 6조1215억원)다.

인스타그램 – 위치 공유서 사진 공유로 사업 방향 변경


인스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도 사진 전용 SNS가 아니었다. 버븐(Burbn)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은 트위터의 전 회사인 오데오와 구글, 지금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넥스트스톱이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2010년에 동업자인 마이크 크리거와 함께 버븐을 만들었다.

버븐은 체크인 SNS였다. 체크인 SNS는 위치 공유 서비스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포스퀘어(Foursquare)’인데 어떤 장소에 가서 지도 상에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고 해당 장소 정보를 공유하는 SNS다. 지금 인스타그램에도 장소를 찍는 기능이 있는데 체크인 SNS는 사진보다 위치 정보가 주된 콘텐츠다. 하지만 2010년 당시 포스퀘어를 비롯한 체크인 SNS는 많았다. 시스트롬은 결단을 내렸다. 버븐에 있던 일부 기능인 사진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많은 스타들도 인스타그램의 인기에 한 몫 했다. (왼)백현, (오)수지./백현 인스타그램, 수지 인스타그램 캡처

Instant + Telegram = Instagram

결론적으로 인스타그램은 전세계 10억명이 넘는 사람이 쓰는 SNS가 됐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인수했다. 지금 인스타그램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약 111조원)를 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간의 변화가 직원 13명, 매출 0원이었던 사진 공유 사이트가 이제는 세계적인 플랫폼이 된 것이다.

◇레드로버, 플레이팅 등이 한국의 ‘피벗 스타’

한국에도 시행착오를 통해서 바뀐 스타트업들이 있다. 레드로버는 한국의 대표적인 피벗 기업이다. 레드로버는 원래 3D 모니터를 만들던 회사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같은 대기업들이 3D 모니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견기업으로 나름 이름을 날리던 레드로버는 조금씩 힘들어졌다. 그때 레드로버는 3D 모니터에서 3D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원래 3D 모니터 홍보용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2014년 그렇게 애니메이션 영화 ‘넛잡’이 탄생했다. 넛잡은 모니터를 팔던 때보다 25배 많은 연 매출인 2억달러(약 21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제 레드로버는 모니터는 만들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VR, CG 등을 만드는 콘텐츠 회사로 거듭났다.


레드로버 ‘넛잡2’의 장면들./애니메이션 ‘넛잡2’ 스틸컷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을 먹여 살리는 기업도 있다. 케이터링 업체인 ‘플레이팅’이다. 플레이팅은 셰프를 고용해서 케이터링해주는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케이터링 업체 특성 상 주기적인 수입이 없었다. 그래서 2018년, B2C(Business to Customer) 사업에서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으로 전환했다. 서비스 이름도 ‘찾아가는 구내식당’이다. 구내식당이 없던 다른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플레이팅은 매일 1000인분을 요리한다. 앞서 말한 크래프톤부터 넷플릭스 코리아, 에어비앤비 코리아의 직원들은 오늘 점심도 플레이팅 셰프들이 해준 요리를 먹는다.

글 CCBB – Contents 김지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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