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게 ‘~’ 물결기호 많이 보내는 사람,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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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는 그냥 컴퓨터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야.”

영화 ‘그녀(her)’에서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전 부인에게 ‘사만다’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영화에 나오는 ‘사만다’는 실체가 없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테오도르와 일상 대화를 나누고, 그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AI와 사람 간의 감정의 교류,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친구처럼 일상 대화를 하는 AI 챗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김종윤(35) 대표를 만났다.


‘스캐터랩’의 김종윤 대표./jobsN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스캐터랩’ 대표 김종윤입니다. 현재 연애 콘텐츠 앱 ‘연애의 과학’과 일상대화형 AI 챗봇 ‘핑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김씨는 학교 수업 과제를 하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대학교 3학년 때 들었던 사회학 수업에서 사회 연구 프로젝트 과제가 있었어요. 당시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들과 문자를 하다가 문득 ‘문자로 상대방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자를 보낼 때 여사친에게 쓰는 내용과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쓰는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일정한 패턴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패턴을 분석하면 역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3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최근 이성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똑같이 적어서 알려달라고 했어요.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두 개를 종합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어요. 좋아하는 이성에게는 물결과 같은 특수기호를 많이 쓰더라고요. 또 물음표를 많이 쓰고 질문도 많이 하고요. 이 결과로 서비스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중소기업청 예비기술창업자 지원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했고, 2011년 ‘스캐터랩’을 창업했습니다.”


직원들과 회의중인 김 대표./스캐터랩 제공

2013년 김 대표가 처음 내놓은 서비스는 앱 ‘텍스트앳’이었다. 카카오톡 대화를 기반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앱 다운로드 수는 130만건이 넘는다. 이후 2015년에는 커플들의 연애 매니저 역할을 해주는 인공지능 앱인 ‘진저’를 론칭했다.

“앱 ‘텍스트앳’을 론칭하면서 카카오톡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기록이 이렇게 대량으로 정확하게 나온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연인들을 타깃으로 한  앱 ‘진저’를 론칭했어요. 커플 애플리케이션인 ‘비트윈’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인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일종의 연애 매니저 역할을 해주는 인공지능 앱이었어요. 예를 들어 메시지를 분석해 연인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대화 중에 먹고 싶다고 한 음식을 자동으로 기록해주기도 했어요.”

‘스캐터랩’은 그동안 다뤄온 연애 관련 데이터를 모아 2016년 연애 콘텐츠 앱인 ‘연애의 과학’을 출시했다. 심리학 논문과 데이터에 기반해 커플, 연애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앱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250만건, 일본에서 5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매달 약 700만명이 ‘연애의 과학’ 콘텐츠를 보고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연애 상담 프로그램인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SNS 대화 전문가로 출연하기도 했다.


핑퐁빌더를 적용한 챗봇 사용 장면./스캐터랩 제공

‘스캐터랩’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했다. 2019년 론칭한 서비스는 AI 챗봇 서비스인 ‘핑퐁’이다. 핑퐁은 단순한 기능형 대화뿐 아니라 인간과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그간 인공지능 앱을 운영하면서 사용자들이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AI가 단순히 정보 제공을 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반적인 챗봇은 주로 사람의 명령을 듣고 수행하거나 단순히 정보를 묻고 답하는 기능형 대화만 가능했다면, ‘핑퐁’은 일상 대화가 가능합니다. 카카오톡 100억건을 분석해 학습했어요. 사람들의 일상 대화를 익혔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오늘 월요일이야’라고 말한다면 ‘핑퐁’은 ‘힘내요’라고 답합니다. 월요일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알죠. 또 ‘오늘 금요일이야’라고 하면 ‘신난다’라고 대답합니다.”

‘스캐터랩’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8년 엔씨소프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또 김 대표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2030 파워리더’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현재 매출은 창업 초기보다 150배 정도 늘었습니다.”


‘핑퐁빌더’가 적용된 롯데쇼핑 ‘샬롯home’./스캐터랩 제공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요.

“최근 롯데쇼핑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스피커 ‘샬롯home’에 ‘핑퐁’의 일상대화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앞으로 가전,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AI와 인간이 언어로 상호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더 많은 기업의 대화형 인공지능에 ‘핑퐁빌더’를 탑재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또 현재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모델의 챗봇을 만들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챗봇이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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