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후반이라니…월급 잘못 들어온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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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여행·항공·호텔업계
근무시간 줄이고 무급휴가 강제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니냐” 불안해

여행사 직원 A(28)씨는 3월부터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기 시작했다. 경영 위기라고 판단한 회사가 근무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예약 건수가 줄어 3일만 출근해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 문제는 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월급도 20% 적게 받는다.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월급은 줄어 걱정이에요. 3~4월 두 달만 그런다니 어떻게든 버텨 보겠지만,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어요.”

◇이스타항공, 2월 전 직원 급여 40%만 지급해

코로나19로 월급봉투가 얇아질 걱정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회사들이 근무 시간을 줄이고,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여행·항공·호텔 업계가 내부 비용 절감에 나섰다.


한산한 인천국제공항./조선DB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이 3월에 10일 무급 휴직을 사용하도록 했다. 월급은 33% 줄인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은 직원에게 주 4일 근무·무급 15일 휴직·무급 30일 휴직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어쨌든 월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진에어 객실 승무원은 3~5월 사이에 1달을 골라 쉬어야 한다. 휴직자는 평균 임금의 70%만 받는다.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한 항공사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은 2월 월급의 40%만 받았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2월25일 “임직원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연말정산 정산금을 포함한 나머지 급여는 추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6월 근무 시간도 줄인다. 운항·객실 승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은 주3회·주4회·1일4시간 근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승무원역을 연기한 수애./KBS 방송화면 캡처

이게 끝이 아니다. 이스타항공 직원 B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에 “국민연금 및 고용보험도 2개월 치 미납 상태”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항공사 직원들도 직장인 커뮤니티에 “비행이 많아 불만이었는데 이제 비행이 하고 싶다”,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 무섭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근무시간 1시간 줄여

백화점 등 유통업계 종사자들도 줄어든 월급을 걱정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였다. 기존 9시부터 6시 근무를 3월부터 9시 30분부터 5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출퇴근 혼잡을 피하고 직원 건강을 염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월급이다. 롯데백화점 직원 C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에 “막 입사한 사원들은 월급이 줄면 실수령액이 100만원대 후반에서 200만원 초반”이라고 글을 올렸다. “회사의 일방적인 조치가 가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명동점 휴점 안내./조선DB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은 사실상 강제로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C씨는 “회사가 3월에 연차 5일을 무조건 사용하라고 한다”고도 했다. 물론 회사는 강제가 아닌 ‘적극 권장’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연차 사용 일정을 취합해 결재를 받아야 한다. C씨는 “연차 사용이 싫으면 무급휴직을 사용하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일괄적으로 연차를 사용하라고 공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월27일 직원들에게 3월 2일과 9일 2개 조로 나눠서 연차를 쓰라고 했다. 팀별로 연차휴가 계획서를 제출하고, 연차를 쓰지 않으면 사유를 적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강제가 아닌 권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직원들 강제로 휴직시키는 호텔도

호텔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는 직원들에게 3월부터 5월까지 연차 및 무급휴가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월급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무급휴가를 쓰면 사실상 줄어든 것과 다름없다. 한편 임원은 3개월간 기본급의 20%, 총지배인·팀장 등 간부는 직책 수당을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호텔은 2월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3월부터 4월까지 총 7일간 쉴 수 있도록 했다. 임원진들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2월 임금의 10%를 반납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객들이 국내외 30개 지점 예약 5만건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호텔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호텔델루나’ 속 한 장면./tvN 방송화면 캡처

대기업 계열사인 한화·롯데 호텔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서울 한 호텔이 직원들을 강제로 휴직시켰다고 했다. 해당 호텔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무급휴직 신청서를 받았다. 호텔 측은 자율이라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손님이 없으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파산하는 곳이 줄줄이 나올 상황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무조건 법대로를 외치기엔 부담이 있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해고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그러나 회사가 연차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휴직시킬 수 없다. 근무시간을 단축할 때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감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거나 예방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가 감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근시키지 않거나 그밖의 이유로 휴업할 때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A씨는 “근무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안 좋아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안 그래도 인건비를 줄이려고 발버둥 치는데, 해고의 빌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들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직장갑질 119는 “코로나19를 빌미로 부당한 해고와 임금삭감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근로기준법, 민법을 위반하는 악질 사용자들을 찾아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글 CCBB – Contents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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