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꾸민 이런 평범한 집으로 1달에 400만원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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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노한준 먼치팩토리 공동대표
대기업 광고회사 나와 아워플레이스 시작
“사람들 필요 충족해주는 서비스로 성장할 것”

“평범하다 못해 너저분한 집을 촬영용으로 빌릴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고 생각했죠. 하지만 웬걸요. 촬영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 냄새 나는 집을 오히려 좋아하더라고요.”

11월 2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서영석(35)·노한준(33) 먼치팩토리 공동대표는 자신들이 내놓은 서비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먼치팩토리는 ‘아워플레이스’라는 촬영 장소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아워플레이스는 공간 소유자들이 아파트나 주택·빌라·옥탑방 등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 웹사이트에 올리면 드라마·영화·CF·유튜브 영상 제작자들이 돈을 내고 시간제로 장소를 빌리는 시스템이다. ‘에어비앤비’는 공간을 숙박장소로 일 단위로 제공하지만, 아워플레이스는 공간을 촬영장소로 시간 단위로 제공한다.

올 1월 시작한 이 플랫폼은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아파트를 포함해 등록 공간은 350개 수준. 하지만 거주하는 집 사진을 올리고 매달 수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생기면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택경 대표파트너가 만든 초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매쉬업엔젤스가 씨드머니를 투자했다.

서영석 대표와 노한준 대표는 학원 아르바이트생과 학원생으로 인연을 맺어 지금껏 15년간 함께하는 사이다. 스타트업을 차리기 전엔 대기업 광고회사인 HS애드를 같이 다녔다. 두 사람은 “광고회사의 경험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영석 대표(왼쪽)와 노한준 대표. / jobsN – Contents

◇토플학원에서 시작한 인연이 사업 파트너까지

서 대표와 노 대표는 2003년 한 유학 대비 토플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서 대표는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공대(QUT) 02학번 유학생이었고, 잠깐 귀국 후 쉬는 기간에 학원에서 아르바이트했다. 노 대표는 당시 퀸즐랜드 공대 유학을 준비하던 고등학생이었다. 2004년 노 대표가 퀸즐랜드 공대에 입학하고서 두 사람은 현지에서 2년간 룸메이트로 지냈다. 서 대표는 영화·방송(Film&TV)을 전공했고, 노 대표는 광고를 전공했다.

광고 업계에 먼저 진출한 것은 노 대표였다. 노 대표는 2010년 대형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3개월 인턴을 하고 정규직으로 일했다. 서 대표도 2011년 1월 광고회사 HS애드에 입사했다. 광고기획(AE) 업무였다. 서 대표가 팀과 함께 만든 한국관광공사 이민호편 CF는 3800만뷰를 찍기도 했다. 노 대표도 업계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 2014년 노 대표는 서 대표의 권유로 HS애드로 이직했다. 두 사람은 다시 또 한솥밥을 먹었다. “함께 동대문 DDP에 니콜 키드먼을 초청해 오메가 시계 행사를 개최했고, 메르세데스-벤츠 이벤트도 열었어요.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라 눈빛만 보고도 통했죠. 열심히 일했습니다. 밤낮없이요.”

아워플레이스 홈페이지. / 홈페이지 캡처

◇평범함이 돈이 된다

2016년 4월 서 대표는 잘 다니던 광고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는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이것이 내 것이라는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창업을 결심했다. 전 세계 CF 감독, 콘텐츠제작자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광고주와 이어주는 사업이었다. 노 대표도 퇴사해 한 배를 탔다. “전 세계 제작자 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한 달에 백만원이 넘는 서버 비용과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었고요. 결국 1년 만에 퇴직금을 다 까먹었죠.”

돈 한 푼이 아쉬운 때에 사무실 겸 거주용으로 쓰던 집에 놀러온 포토그래퍼가 한마디를 던졌다. “이 전셋집을 사진 찍어 촬영 로케이션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려봐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 대표는 못 믿는 셈치고 그의 말을 따랐다. “내 집을 누군가 돈을 주고 빌릴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신기하게도 한 달 동안 CF, 대학생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제 집에서 촬영했고 300만원을 벌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었죠.”

서 대표와 노 대표는 바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결론은 ‘영상 제작자는 예쁘게 꾸며진 집보다 생활의 흔적이 있어 자연스럽고 평범한, 사람 냄새가 나는 집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무릎을 쳤다. 아워플레이스의 시작이다.

처음 촬영 장소 대여를 했던 서영석 대표의 집. / 아워플레이스 제공

◇몇 시간 집 빌려주고 한 달에 400만원

아워플레이스는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의 서비스다. 현재 사이트에 등록된 촬영 제공 장소는 354곳이다. 촬영팀(장소를 대여하는 사람)으로 가입한 사람도 900명 정도다. 마케팅을 전혀 안 하고 입소문만으로 이룬 실적이다. 노 대표는 “한 집에 촬영팀이 왔다가고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면 주변 이웃집도 아워플레이스에 등록하는 상황”이라며 “구조가 똑같은 아파트 한 동(棟)에 3개 집이 나란히 등록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번 촬영팀에게 집을 대여하면 3~4시간에 20~30만원을 벌 수 있다. 10명 남짓의 촬영팀이 방문한다. 보통 아파트의 경우 1시간 대여비용이 4만~7만원 선이다.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은 한 달에 400만원을 벌기도 했다. 주택 옥상, 옥탑방, 빌라, 반지하방도 촬영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 대표는 “비용이나 대여시간, 대여시 주의사항 등은 모두 집을 빌려주는 사람 마음”이라며 “주로 가족들이 출근·등교한 사이에 집을 빌려주고 부수입을 거두는 주부 회원이 많다”고 했다.

아워플레이스에 올라온 촬영용 집 중 가장 인기가 많은 3곳. 왼쪽부터 서울 홍대근처 아파트, 마포구 가정집, 문배동 주상복합. / 아워플레이스 제공

가장 인기가 많은 집은 어떤 모습일까. 서 대표는 “지극히 평범한 집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예쁘게 꾸민 집은 촬영용 스튜디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모든 집은 다 달라요. 알게 모르게 거주하는 사람의 특성이 드러나죠. 딸이 있는 집, 아들이 있는 집, 어르신과 함께 거주하는 집 등 가족 구성원 형태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그 미묘한 분위기 차이를 영상 제작자들은 크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서 대표와 노 대표는 “성장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며 “내년엔 올해보다 10배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집을 내놓는 호스트들, 촬영장소를 찾는 게스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스템 개선사항을 정리하고 있어요. 앞으로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 시대가 열리는 만큼 아워플레이스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쓰이고 편리함을 주는 그런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CCBB – Contents 별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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