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 다음은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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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스타트업 ‘리얼리티리플렉션’ 손우람 대표
3D 스캐닝 기술로 실제 사람과 똑 닮은 아바타 생성해
“암호화폐 통해 현실과 가상세계 연결될 것”

서울 성동구 성수동 리얼리티리플렉션 사무실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3D 스캐닝 스튜디오가 있다. 160개의 DSLR 카메라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에워싸고 있다. 카메라는 모두 가운데를 바라보고 있지만 미세하게 각도가 다르다. 신체의 모든 부위를 빠짐없이 촬영하기 위해서다. 렌즈를 비껴갈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VR(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시설이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은 3D 스캐너를 개발하던 손우람(33)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창업 멤버 중 한 사람은 한국 IT업계의 유명인사다. 노정석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996년 벌어진 이른바 ‘사과전쟁’의 주역이다. 사과전쟁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 학생들이 서로 상대방 학교 전산 시스템을 해킹한 사건을 말한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이 구축한 국내 최대 규모의 3D 스캐닝 스튜디오. / 리얼리티리플렉션 제공

◇초짜 창업가, 동경하던 해커를 만나다

VR 산업에 뛰어들기 전 손 대표가 눈여겨봤던 3D 분야는 의료업계였다. 건국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사선응용생명과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언제 3D 기술에 관심이 생겼나.
“컴공과에서 디지털 영상처리라는 작업을 배운다. 간단히 말해 영상을 입력하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병원에서 쓰이더라. 엑스레이 몇 백장 분량을 한 번에 찍어내 3D 영상으로 만드는 CT나 MRI 같은 거다. 이런 기술을 통해 미세한 혈관까지 들여다보고 암도 찾을 수 있다. 의미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2010년 3D 카메라를 연구하는 삼성전자 이미지사업부에 입사해 3D 기술을 제품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배웠다. 4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적금과 퇴직금 등 가진 돈을 모두 부어 ‘람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손우람 대표 / 리얼리티리플렉션 제공

– 람테크놀로지에서는 어떤 제품을 개발했나.
“성형외과를 비롯해 의료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제품으로 3D 스캐너를 떠올렸다. 환자의 얼굴을 스캔해 3D로 만들어내는 제품이었다. 의사와 환자가 수술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술 전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제품으로 2014년 KBS ‘황금의 펜타곤’이라는 창업 공개오디션에서 주간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해 11월 중소기업청에서 연 ‘창조경제박람회’에 참여했다. 팔 길이만 한 작은 책상에 3D 스캐너를 올려두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생소한 기술을 이해시키기 위해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 그를 계속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노정석 CSO다.

– 노정석 CSO와 손잡은 계기는.
“노 CSO님도 3D 스캐닝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3D 분야에 대해 해박하고 질문이 날카로웠다. 창업하고 투자한 경력들을 소개하면서 이상한 사람 아니니 사업을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대의 해킹 전쟁 당시 가장 많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이 한국과학기술원 3학년이었던 노정석씨다. 그는 카이스트 해킹 동아리 ‘쿠스(KUS)’의 수장이었다. 아직도 카이스트 사람들은 그를 90년대 말 전설의 해커라고 부른다. 노 CSO는 이후 벤처 사업을 벌여 회사를 코스닥에 올려 놓기도 했다. 또 구글이 인수했던 태터앤컴퍼니란 회사를 만든 사람도 그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중고등학교 시절 동경했던 포항공대 전산망 해킹 사건의 주역이었다. 다시 만나 당시 어떻게 해킹했는지부터 물었다. 함께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의료업계보다 더 큰 시장을 찾아 VR 시장에 진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3D 스캐닝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사람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인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 본 것이다.

◇카메라 1대에서 시작한 360도 스캐닝 스튜디오

– 다른 스타트업의 회의실을 빌려 회사를 시작했다고.
“노 CSO님에게 배운 게 기업가는 돈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요한 곳엔 제대로 투자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최대한 아껴야 한다고 했다. 카메라 하나와 삼각대 하나로 시작했다. 나중엔 천장까지 닿는 폴대가 필요해서 개인 오피스텔을 사용했다. 카메라 16대를 구비하니 사람의 앞면을 정밀하게 스캔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넣을 공간이 필요해서 신사동에 처음으로 독립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다음 옆면까지 찍기 위해 카메라 30대를 더했다. 160대를 갖추면서 360도 스캔할 수 있는 지금의 스튜디오를 완성했다.”

지난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에서 SK텔레콤과 공동으로 개발한 홀로그램 인공지능 스피커 ‘홀로박스’를 공개했다.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웬디’의 아바타가 들어간다./유튜브 채널 ‘SK 텔레콤’ 캡처

– 3D 스캐닝 스튜디오로 만든 아바타. 얼마나 실제 사람과 비슷한가.
“체형도, 치수도, 색깔도 눈에 보이는 그대로다. 홍채까지도 비슷하고 모공의 질감이 보일 정도다. 제작할 때 스튜디오에서 얼굴 표정 50가지를 지어 보이게 한다. 그러면 얼굴에 거의 모든 근육을 움직여서 근육마다 움직임이 어떤지 추출해낼 수 있다. 모습만 사람과 같은 게 아니라 웃을 때도 그 사람처럼 웃게 만드는 거다. 가상현실 기기를 끼고 보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눈동자도 움직인다.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움직이고 대화하는 아바타를 만드는 게 목표다.”

– 어디에 쓰이나.
“영화 CG나 VR 영상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배우나 아이돌 가수를 촬영해 그들의 아바타를 만든다. 영화 ‘염력’에 배우 류승룡씨가 빌딩과 차도에 몸을 부딪치며 날아가는 비행 장면이 있다. ‘류승룡’씨의 아바타를 실제 촬영한 배경 영상에 넣어 완성해낸 거다. 아이돌 가수들이 서울 명소를 관광시켜주는 VR 체험 영상이라든가 기업 홍보영상에도 쓰였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 세워져있는 배우 김수현씨의 밀랍인형을 만들 때도 3D 스캐닝으로 본을 땄다.”

**◇한국 게임계 최초 암호화폐 이용하는 모바일 게임 ‘모스랜드’  **

3D 아바타를 만들어 내는 수준이 완성 궤도에 오른 후 손 대표는 가상현실에서 또 필요한 게 뭘까 생각했다. 가상세계에서 쓸 수 있는 돈과 자산이었다. 그래서 구상한 게 현실의 부동산을 소재로 만든 위치 기반 AR(증강현실) 모바일게임 ‘모스랜드’이다. 실제 건물을 모바일 카메라로 비추면 화면에 나타나고 그 건물들을 암호화폐 ‘모스코인’을 사용해서 사고팔 수 있다. 구글의 구글맵과 연동시켜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같은 대표적인 랜드마크부터 동네 카페까지 전 세계 200개국 1억개 이상의 건물을 등록할 예정이다.

실제 건물을 게임 속에 구현해내는 증강현실 모바일게임 ‘모스랜드’ / 리얼리티리플렉션 제공

2019년 게임의 정식 출시를 목표로 두고 3월 21일 ICO(Initial Coin Offering·초기코인공개)를 시작했다. ICO는 암호화폐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투자금을 현금이 아닌 암호화폐로 받는다. 모스코인의 경우 이더리움 1개로 1만개를 살 수 있다. 지난 1월 29일 진행한 사전판매에서 발행한 2500만 모스코인은 38분 만에 모두 팔렸다. 한화로 50억 정도다. 모스코인은 올해 2분기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 게임에 ‘암호화폐’를 도입한 이유는.
“게임상의 화폐나 부동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2014년 국내 유명 게임 ‘리니지’에서 획득한 게임머니를 환전한 것이 합법이라는 판례도 나왔다. 노력으로 얻은 재화라고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게임머니는 게임회사가 만들고 개인이나 중개상이 거래를 하기 때문에 조작하거나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암호화폐는 디지털 암호 형식으로 거래가 저장되기 때문에 조작이나 해킹이 어렵다. 실제 돈을 얻고 잃을 수 있으니 몰입도도 올라갈 것이다.”

– 게임 안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건물을 방문하면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게임머니를 모아 건물을 사서 자기 소유로 만들 수 있다. ‘드래곤’이나 ‘킹콩’같은 액세서리를 추가하고 방문객이 많아지면 건물 가치가 올라간다. 자신의 건물에 광고를 걸 수도 있다. 건물주가 광고 수익의 10%를 가져간다. 그 광고를 보고 구매하는 구매자 또한 수익을 나눠갖는다.”

‘고릴라’, ‘킹콩’같은 액세서리로 건물 가치를 올릴 수 있다. / 리얼리티리플렉션 제공

– ‘모스랜드’에 갖고 있는 기대는.
“세상에 수많은 건물이 있는데 내가 가진 건물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모스랜드에서는 어렵지 않게 건물주가 될 수 있다. 그 건물이 실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부분을 가상세계가 채워줄 수 있다고 본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더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쏟을 거다. 그때를 위해 가상의 사람·화폐·재산을 구축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글 CCBB – Contents 최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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