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가서 ‘딴짓’ 하더니…‘문방구’ 사장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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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연필은 이제 추억?…‘다꾸’도 디지털 시대 

“학교 다닐 때 공부말고 다른 거 하면 재밌잖아요.”

대학 재학 중 부지런히 ‘딴짓’을 해온 청년이 있다. 교내 문구점에서 종이 공책을 만들어 팔더니 아예 ‘디지털 문방구’를 차렸다. 재미 삼아 시작한 일로 회사까지 ‘덜컥’ 세운 것이다. 휴학 한 번 없이 벌인 일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창업자’ 신동환(24)씨 이야기다.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jobsN

신씨는 국내 최대 디지털 문방구 ‘위버딩’을 운영하고 있다. 다이어리나 스티커·플래너·필기노트·브러쉬 등 실물이 아닌 ‘디지털 문구’를 판매한다. 주로 아이패드나 갤럭시노트 등 태블릿PC에서 쓰인다.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로 옮겨왔을 뿐인데,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손님들로 북적인다. 

문구시장이 사양산업이라는 말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노트 필기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고, 태블릿PC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 더 각광받는다. 여기에 문구류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은 덤이다. 월 7만명이 위버딩에 방문하면서 ‘디지털 놀이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신 대표에게 디지털 문방구의 주인장이 된 사연을 들었다. 

서점에서 판매되던 헥사 누트 사진. /신동환 대표 제공
서점에서 판매되던 헥사 누트 사진. /신동환 대표 제공

-공대생과 문방구의 조합이 오묘합니다. 종이 공책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요?

“디지털 문방구는 이전에 했던 종이공책 사업에서 확장된 개념이에요. 우연한 계기로 창업하게 됐어요. 외국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육각형 무늬의 노트를 발견했는데, 복잡한 화학식을 쉽게 쓸 수 있는 구조였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노트라 재미삼아 육각형 무늬의 종이 공책 ‘헥사누트’를 소량 만들어본 게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화학이나 생물학 관련 전공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학교에서도 노트를 사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왔죠.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 문구점에 입점해 본격적으로 노트를 팔았어요. 당시 헥사누트 재구매율이 70%였는데, 인기를 끌다 보니 다른 분야에서도 노트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렇게 패션과 코딩 분야 노트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바꾸는 노트 브랜드를 구상했고, 그게 누트컴퍼니를 세운 계기가 됐습니다.”

-누트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요? 

“누트는 뉴 루트(New Route)의 합성어예요. 기존에 없던 노트 디자인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았죠. 현재 누트컴퍼니는 종이 공책은 따로 만들지 않고, 디지털 문구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디지털 문구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합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아이패드나 갤노트 등 태블릿PC에서 필기앱(애플리케이션)인 ‘굿노트’와 ‘키노트’를 자주 활용하는데요, 우리는 그 필기앱에서 쓸 수 있는 노트 속지와 다이어리뿐 아니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메모지, 스티커, 붓 등을 디지털 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플랫폼을 운영해요. 디지털 세상의 문방구라고 할 수 있죠. 저희 플랫폼에 입점한 작가들은 600명 정도로, 약 5000개 문구 제품을 판매 중이에요.”

-종이 공책에서 디지털 문방구로 사업을 전환한 계기는요?

“2020년 초반부터 종이 노트를 PDF 파일로 만들어 달라는 문의가 많았어요. 수요 조사를 해보니 학생 10명 중 9명이 태블릿PC로 공부를 하고 있었죠.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거죠. 실제로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태블릿PC를 나눠주고 있었어요. 종이책 교과서가 기기에 내장된 앱으로 들어가고, 심지어 학습지나 유인물을 블루투스로 보내고 있었죠. 한번 태블릿PC를 사용하면 계속 쓸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무거운 책이나 필기구가 없어도 되고, 사용도 편리하니까요. 

찾아보니 많은 디자이너들이 개인 SNS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만의 노트 서식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어요. 흩어져 있는 제품들을 한 데 모아 필요한 사람과 연결해주는 문구점 구조를 디지털 환경에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작가들을 하나 둘 모았고, 2020년 2~3분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디지털 문구 실사용 모습. /신동환 대표 제공

-디지털 문구의 구체적인 사용 방법이 궁금해요. 

“먼저 위버딩을 통해 원하는 디지털 문구 상품을 구매하면, 이미지 파일 형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요. 예컨대 노트 속지 디자인이 있다면, 이를 실물이 아닌 파일 형태로 구매하는 것이죠. 이후 태블릿PC 필기앱에서 구매한 이미지 파일을 불러와 일반 종이 노트처럼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인기 상품은요?

“연말연시에는 다이어리가 가장 인기 상품이에요. 다이어리를 꾸미는 용도로 스티커도 많이 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건, 다이어리와 노트, 스티커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구매동기가 달라요. 다이어리나 노트는 주로 자기계발이나 공부 등 기록용으로 많이 구매해요. 그런데 스티커는 꾸미기 등 힐링이나 취미생활을 목적으로 주로 찾습니다.” 

-디지털 문구도 재구매가 이뤄지나요? 

“다시 사러 옵니다. 재구매율이 20~30%로 적지 않은 편이에요. 그런데 재구매 과정이 조금 독특해요. 한 작가의 다이어리를 오래 쓰면 익숙해서 그런지 그 다음해에도 재구매해요. 또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기간용 다이어리를 사러 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신상 스티커를 올렸다고 하면 이모티콘을 구매하듯, 자연스럽게 사갑니다. 문구류 자체가 가격 부담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편하게 들어와서 사는 편이에요. 누적 판매량은 5만건 정도입니다.”

-주요 구매층 특징이 있다면.

“남녀 비율이 거의 반반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여성과 남성이 각각 6:4 정도 비율입니다. 여성은 스티커, 남성은 플래너를 많이 사는 편이에요. 또 구매 성향으로 보면 남성은 한 번에 많은 제품을 사는 반면, 여성은 자주 들어와요.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이용자가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게 30~40대 초반이에요. 이어 20대 초중반, 10대 순입니다. 50대 이용자도 더러 있어요. 학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에서 태블릿PC를 도입하는 중·고등학교가 많아지면서 2022년엔 10대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누트컴퍼니만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위버딩은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매월 16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어요. 플랫폼에 입점한 작가 수와 상품 수,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이용자 피드백도 많아서 시장 상황에 맞게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다이어리 종류만 봐도 업무 다이어리부터 일반 다이어리, 레시피 다이어리, 독서 다이어리 등 다양해요. 

최근에는 디지털 문구로 월 300만원 넘게 벌어가는 작가들도 등장했어요. 본업보다 많이 버는 작가들의 비결이나 디자인 실력 향상 니즈 등을 바탕으로 작가들 사이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이어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해볼 수 있겠죠. 문방구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키워나갈 시나리오를 여러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어요.”

회의 중인 누트컴퍼니 팀원. /신동환 대표 제공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않을 것 같아요.

“지금까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대부분이었어요. 회사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휴학없이 일과 학업의 병행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은. 

“북미 시장을 목표로 저희 서비스를 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현재 1만명 정도의 북미 고객을 확보했는데, 2022년 말까지 더 많은 해외 고객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최대 디지털 문방구로 거듭나는 게 목표입니다.”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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