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줄서는 ‘오픈런’ 있다던데…‘그곳’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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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오픈런(open-run)’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픈런은 매장이 문을 열을 열자마자 들어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주로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겠다고 할 때마다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2020년 봄 롯데 백화점 본점 샤넬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 서있는 모습(왼쪽 사진)과 샤넬 클래식 미디움 백. /조선 DB, 샤넬 홈페이지 캡처

가방 하나에 수 백만원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에 5%만 가격이 올라도 실제로는 몇 십만원씩 가격이 뛰기 때문이죠. 몇 십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면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줄을 서는 이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줄을 서지 않고도 살 수 있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세일 상품의 경우 품절이 일반 상품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칫 늦으면 실컷 고생해 줄을 서고도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기가 태반이거든요. 그래서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죠. 

명품 매장도 아닌데 오픈런을 향해 전날 밤부터 대기를 하는 곳이 또 있다고 합니다. 바로 공공산후조리원입니다. 산후조리원은 아이를 출산한 산모가 몸조리를 하는 곳입니다. 산후조리원이 몇 개 없어서 이러는 거냐고요? 아닙니다. 매일 태어나는 아이들을 모두 수용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산후조리원이 전국 도처에 있습니다. 

여주공공산후조리원./ 여주공공산후조리원 홈페이지

그런데 왜 굳이 힘들게 줄을 서냐고요? 그건 ‘공공’이란 두 글자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각 지자체가 운영을 맡기에 공공산후조리원은 일반산후조리원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2주 정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도 200만원이 채 들어가지 않습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다문화 가족, 한부모 가족 등은 심지어 50% 할인된 가격으로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산후 몸조리를 할 수 있는 셈이죠. 시설 자체도 일반 산후조리원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같은 가격의 산후조리원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상위 클래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서울 송파구에 한 곳, 경기도 여주에 한 곳 등을 비롯해 전국에 13곳(강원 3곳, 경북 1곳, 충남 1곳, 울산 1곳, 전남 4곳, 제주 1곳)이 있습니다. PC 사용이 어려운 가정을 고려해 선착순으로 현장 예약을 받습니다. 보통 분만 예정일 두 달전인 달의 첫 번째 평일에 예약을 받고요. 만약 분만 예정일이 2022년 4월 5일이라면 공공산후조리원 예약은 두 달전인 2월의 첫 평일인 3일에 해야겠네요. 일정과 방법만 들으면 굉장히 예약이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괜히 오픈런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전국에 딱 13곳뿐인 데다, 예약을 받는 산모의 수도 한 달에 20~30여명으로 굉장히 적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경쟁이 엄청납니다. 

여주 공공산후조리원 앞에서 조리원 예약 오픈을 앞두고 전날 밤부터 미리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모습. /SBS

얼마전 예약을 받은 경기도 여주의 공공산후조리원은 예약 전날밤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여주 지역 주민들만 찾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일산, 수원, 분당, 양평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정을 온 이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넓디 넓은 경기도에 공공산후조리원이 딱 한 군데 뿐이라 벌어진 일입니다. 워낙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는 데다 밤 추위가 한창 매서운 겨울철이라 그런지 대기자들 가운데선 텐트까지 준비해 온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예약 후기를 보면 예약에 성공한 이들 가운데는 이틀을 기다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서울에도 딱 한 군데, 송파구에 공공산후조리원이 있습니다.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안에 있는 조리원인데요, 가격은 여주보다는 조금 높습니다. 송파구민은 2주에 190만원, 타지역 주민은 209만원입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21년 8월 시내에 운영 중인 122개 산후조리원의 2주 이용요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곳이 서울시에서 가장 싼 산후조리원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만큼 다른 구의 산모들도 이곳 이용 문의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송파구민을 우선해 받기 때문에 조리원에 입실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가장 비싼 곳은 역삼동에 있는 산후조리원으로 특실 요금이 2600만원에 달했습니다. 2주동안 아이와 산모를 돌봐주는데 2600만원이라니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비싼 곳은 삼성동의 한 조리원으로, 특실을 기준으로 2주에 2300만원이었습니다. 일반실은 13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일반실로만 보면 삼성동 조리원이 가장 비싼 조리원이었다고 합니다. 

최근 둘째를 낳고 강남의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한 가수 이지혜씨./ 이지혜 SNS 

최근 정보에 의하면 연예인들도 많이 이용한다는 강남의 한 최고급 산후조리원의 특실은 2주에 3800만원선입니다. 이곳은 일반 산후조리원과는 그야말로 급이 다릅니다. 상가 건물 등에 있어서 정원은 물론 테라스조차 없는 곳들이 많은 산후조리원 시장에서 최고급 산후조리원의 특실은 호텔급 시설에 개인 정원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보통 간호사 1명이 3~4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반 산후조리원과는 달리 간호사가 1:1로 신생아를 돌봅니다. 병원과 연계된 산후조리원이 아닌 일반 산후조리원은 1주일에 보통 한 차례 정도만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지만, 이런 최고급 산후조리원에선 소아과 의사의 검진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뤄진다고도 하네요. 리무진∙컨시어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1명의 산모가 한 개층을 전부 쓰기도 합니다.

수용 인원이 많지 않은 최고급 산후조리원도, 가격이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도 아닌데도 예약이 어려운 산후조리원들도 있습니다. 산모 수에 비해 산후조리원이 많지 않은 지역에 있는 산후조리원이거나 ‘초인기’ 산후조리원의 경우에는 거의 임신과 동시에 산후조리원을 예약해야 입실이 가능한 곳들도 있다고 합니다. 

여의도에 살며 2022년 4월 출산을 앞둔 산모 A씨도 조리원 예약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가 아직까지 산후조리원을 예약하지 못하고 대기만 걸어둔 상태입니다. 다니는 산부인과가 있는 송파나 친정이 있는 강동지역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싶어 알아봤지만, 이미 마음에 차는 곳들은 전부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만약 출산 때까지 대기가 다 빠지지 않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산후조리원을 예약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태죠. 

A씨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난리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 저출생이란 현실이 와닿지 않는다”며 “좋은 시설에 가격도 합리적인 산후조리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글 CCBB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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