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젖소로 변한다고?…계속되는 성 상품화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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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가 최근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광고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성 상품화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우유는 2021년 11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 “베일에 감춰져 있던 그들의 정체는..? 서울우유 유기농 우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내용은 이렇다. 한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산속을 헤맨다. “우리는 마침내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라는 남성의 나레이션이 나온 뒤 흰옷을 입은 여성이 냇가에 모여 물을 마시고 풀밭에서 요가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남성이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가 나고, 한 여성이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풀밭에 있던 여성들이 모두 젖소로 바뀐다. 영상은 “깨끗한 물, 유기농 사료, 쾌적한 청정 자연 속 유기농 목장에서 온 순도 100% 서울우유, 유기농 우유”라는 나레이션과 우유를 마시면서 웃고 있는 남성의 모습으로 끝난다. 

여성 성 상품화 논란을 빚은 서울우유 광고. 남성이 요가하는 여성을 몰래 촬영하고 있다. 남성이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가 나자, 여성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내 모두 젖소로 바뀐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린 광고에 비난 여론이 커지자 회사 측은 열흘만에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해당 영상이 올라온 후 온라인상에는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광고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영상 속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숲에서 몰래 여성들을 찍는 모습이 불법 촬영 범죄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누리꾼들은 “광고를 만든 사람과 내보낸 사람 모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 “2021년에 나온 광고가 맞냐” “여성이 젖소가 되는 장면에 불법 촬영 장면까지 정말 불쾌하고 역겹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우유는 약 10일 만에 문제의 영상을 비공개로 바꿨다. 서울우유 측은 “청정 자연 환경 속에서 소들이 자란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지,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기업이 내는 광고가 성 상품화 논란에 자주 휘말리면서 광고주와 제작자들이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21년 7월에는 국내 한 생리대 제조 업체가 여성 모델이 팬티형 생리대를 입고 있는 모습을 광고 영상으로 활용해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다. 광고에는 “장시간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편안하게 감싸준다”는 내용과 함께 여성 모델이 ‘팬티형 생리대’를 착용하고 요가 동작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국내 한 생리대 제조 업체는 생리대를 착용하고 찍은 광고 사진으로 논란이었다. /인스타그램 캡쳐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해당 광고사진이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모델이 생리대만 착용한 채 생활하거나 운동하는 사진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라면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만 전달해 여성을 상품화한다”고 비판했다. “생리대 착용샷은 과하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규탄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여성 성적대상화를 일삼는 파렴치한 생리대 업체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생리대 회사도 여성이 실제로 생리대만 착용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제품을 홍보하진 않았다”면서 “마치 아기들이 기저귀를 착용한 것처럼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대만 착용한 모습을 찍어서 제품을 홍보하는 게 정상적인가”라고 했다. 청원인은 또 “앞으론 아주 생리대를 착용하는 과정까지 다 촬영해서 보여줄 판이다. 여성의 생필품인 생리대조차 성적 대상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이틀 만에 1만2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생리대 업체는 “모델 사진의 기획 의도는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개발한 제품이란 것을 알리려 한 것이지, 본 모델 착용 컷으로 인해 젠더 갈등을 일으킬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모델 착용 사진은 여성의 성 상품화가 아닌 다양한 체형의 소비자가 착용해도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촬영했고,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 촬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 상품화 논란으로 불매 운동까지 일어난 경우도 있다. 2018년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가 발행하는 업소용 달력이 논란이 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중심으로 하이트진로의 달력이 퍼지면서 “여성을 성 상품화했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이미지 속 여성 모델은 누드 또는 비키니 차림으로 하이트진로의 제품들을 손에 들고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누리꾼은 “진짜 시대 흐름 못 읽는다” “불매 운동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이트진로 측은 “해마다 주류업계에서 제작하고 있는 달력이 맞다”면서 “도매업을 하시는 분들이 영업차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어 만들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이제 제작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성을 상품 판매 도구로 이용한다는 ‘성 상품화’ 논란이 계속 벌어지자 업계는 늦었지만 조심하는 눈치다. 관련 마케팅 움직임도 사라지는 추세다. 2018년 호주에서 막을 연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에선 ‘레이싱 걸’로 불리는 그리드 걸이 사라졌다. 그리드 걸은 일부 신체가 드러나는 짧은 옷을 입고, 출전 선수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자세를 취해왔다. 당시 F1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리드 걸을 없애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협회는 “그리드 걸을 고용해 온 오랜 관습을 이제는 끝내겠다”면서 “이런 관습이 우리의 브랜드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데다, 현대 사회 규범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광고. /각사 제공

우리나라에선 2019년 소주병에 여성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개정안이 발의됐다. 인기 여성 연예인을 이용해 술을 광고하는 것은 음주를 미화하고 술 소비를 권장하는 등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였지만, 주류 광고에서 불거지는 성 상품화 논란 또한 해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보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업 안에 소비자위원회를 두는 것처럼, 기업 광고와 관련된 자문 기구를 마련해 상시 운영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이 다르다”며 “소비자의 눈으로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을 점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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