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수업 중이거나, 딴 일 하거나”…재벌 자제들의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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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 재벌가 자제들은 보통 대학이나 유학 생활 후 바로 부모 소유 회사에 입사하거나 지주사 및 계열사에 들어가 실무를 익혔다. 최근에는 다른 회사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고, 경험을 쌓은 뒤 그룹에 입사하는 추세다. 아예 기업과 관계없이 자신의 꿈을 찾아간 재벌가 자제들도 있다. 국내 대표 재벌 2∙3세는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경영권 승계 수업 중인 자제들

2021년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최 회장의 자녀들 승계 문제에 관심이 쏠렸다. 최태원의 장남인 최인근 씨는 2020년 SK E&S 전략기획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일하고 있다. 장녀인 최윤정씨와 차녀 최민정씨도 각각 SK바이오팜과 SK하이닉스 소속으로 근무 중이다.

2020년 전북 군산에 위치한 창업지원센터 ‘로컬라이즈 타운’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첫째 딸 최윤정씨, 둘째 딸 최민정씨. /로컬라이즈 군산 인스타그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 /조선DB

삼남매 중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사람은 최민정씨. 그는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에 지원해 화제였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해군사관학교에 입영했다. 소위로 임관한 후 2015년 1월 이순신함에 배치받아 함정 작전관을 보좌하는 전투 정보보좌관으로 근무했다. 2017년 예비역 중위로 전역한 최민정씨는 중국 대표 투자회사인 홍이투자(Hony Capital)에 입사해 글로벌 M&A팀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투자 분석, 기업 인수 합병(M&A), 벤처 투자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19년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산하 조직인 인트라(INTRA)에 TL(테크니컬 리더·대리급)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미국 워싱턴 DC에 사무소가 있는 인트라는 SK하이닉스의 국제 통상 및 정책 대응 업무를 맡는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한화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씨도 다른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부친 회사로 들어갔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동선씨는 앞서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2017년 초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 등으로 퇴사했다. 이후 다시 승마 선수로 활동하다가 2020년 초 은퇴했다. 이후 한화그룹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다. 

2006년 설립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1세대 사모투자회사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넥서스칩스, 포털 사이트인 줌인터넷,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카페24 경영권이나 지분에 투자해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숙박 전문 플랫폼 야놀자, 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코리아도 이 회사가 투자한 회사들이다. 

2020년 6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한 김동선씨는 인수합병(M&A), 밸류 업(기업가치 제고)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경험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2월 한화에너지의 글로벌전략 담당(상무보)으로 복귀했고,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로 자리를 옮겨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승마클럽 등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김동선 상무는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승마 관련 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21년 3월 미국 플로리다주 웰링턴에서 열린 ‘2020 Adequan Global Dressage Festival(AGDF)’ 국제 마장마술(CDI3) 그랑프리 프리스타일에서 우승하는 등 남다른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도 주목받는 후계자로 꼽힌다. 그도 다른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먼저 받았다. 서씨는 미국 아이비리그인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서 경험을 쌓았다. 베인앤드컴퍼니는 SK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 등 여러 재계 후계자들이 근무한 곳으로, ‘재벌 후계자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서씨는 이후 2017년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 생산관리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회사 측은 서경배 회장도 경영 일선에 나서기 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의 경기도 용인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만큼 공장에서 생산 과정을 경험하는 게 아모레퍼시픽 오너 일가의 전통이라고 했다. 서씨는 6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고, 퇴사 후 중국 장강상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기업 징동닷컴에서 근무했고,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 영업전략팀 과장으로 회사에 복귀해 일하고 있다. 

◇아예 다른 길 택하는 경우도 있어

다른 길을 걷는 재벌가 자제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씨는 교수로 일한다. 2021년 1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신임 조교수로 임용됐다. 정씨는 1992년생으로, 주요 연구분야는 머신러닝과 음성신호 처리, 컴퓨터 비전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교수에 임용된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씨는 초등학교 때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이튼스쿨을 다녔고, 옥스포드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옥스포드대 대학원 박사 과정 중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사람의 입 모양만 보고 음성을 인식해 이를 텍스트 자막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이후 네이버에 영입돼 병역 특례 요원으로 복무했다. 네이버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검색 기술을 개발하는 사내 독립기업 ‘서치앤클로바’에서 일했다. 카이스트는 이번 채용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 뒤늦게 정 교수의 배경을 알았다고 한다.

오뚜기 그룹 함영준 회장의 장녀인 배우 함연지. /유튜브 ‘햄연지’ 캡쳐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재벌 3세도 있다. 오뚜기 그룹 함영준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함씨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뉴욕대 티쉬예술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2014년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으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함연지는 바다, 소녀시대 서현과 함께 캐스팅돼 화제였다. 이밖에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주연인 막달라 마리아 역을 맡았고, ‘무한동력’, ‘지구를 지켜라’, ‘아마데우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 출연했다. 

2017년 드라마 ‘빛나라 은수’에도 출연했고, 뮤지컬과 브라운관을 넘나들고 있다. 또 유튜브 채널 ‘햄연지’를 열고 유튜버로서 일상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 한국어 더빙판에서 주인공 미라벨 역을 맡았다. 함연지는 14살 때 이미 12억원에 달하는 오뚜기 주식 1만주을 보유해 미성년 주식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에는 가지고 있는 주식이 311억원에 달해 재벌닷컴이 발표한 연예인 주식 부자 5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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