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말고 또?…손정의가 3조원 쏜 회사,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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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계의 큰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최근 28억달러(약 3조원)을 투자하고 지분 40%를 인수한 회사가 있다. 손정의 회장이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에 투자한 총액(30억달러·약 3조3000억원)과 맞먹는다. 손 회장이 점찍은 회사는 바로 물류 자동화 기업인 오토스토어. 어떤 점이 손 회장의 마음을 이끌어 3조원을 투자하게 했을까? 김경수(48) 오토스토어 한국지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토스토어 김경수 대표. /jobsN

김 대표는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2학년 때 에콰도르로 가족 이민을 했다. 에콰도르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1995년 미국 렌슬러 공대(RPI) 항공공학과에 입학했다. 2002년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했던 김 대표는 외국계 기업에 줄곧 몸담았다. 자동화 장치에 관심이 많아 2004년 핀란드 기상 전문기업 바이살라의 한국 총판을 맡은 GBM INC에 입사해 필드 엔지니어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산업용 전기 제품과 자재를 공급하는 독일계 회사 바이드뮬러 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를 시작으로 산업 부문을 총괄하는 인더스트리 매니저, 영업을 총괄하는 세일즈 매니저 등으로 9년간 일했다.
 
“여러 자리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2016년 진공 자동화 제품을 생산하는 독일 기업 슈말츠 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한국 지사장을 맡았습니다. 4년여간 일하면서 리더 자리에 관해 많이 고민할 수 있었어요. 영업, 마케팅, 회계, 재무, 인사, 복지 등 회사 구석구석을 살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했고,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걸 느꼈어요.”
 
-오토스토어 한국지사를 맡게 된 계기는요.
 
“코로나19 사태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전자상거래의 핵심인 물류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노르웨이 물류 자동화 기업인 오토스토어를 알게 됐습니다. 1996년 설립한 오토스토어는 로봇기술 전문 회사예요. 원래 반도체 등의 전자 부품을 유통하던 회사였는데, 2004년 보관과 출고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물류창고 시스템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물류 업계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큐브 스토리지 자동화’라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화제였죠. 첨단 물류 기술에 관한 아이디어가 신선했습니다. 물류 자동화에 혁신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2020년 10월 한국에 지사가 생기면서 대표를 맡았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 지사가 있어요.  

전용 플라스틱 상자인 빈이 격자 무늬인 그리드 위를 초속 3.1m 이동하면서 물건을 자동으로 옮긴다. /오토스토어

오토스토어가 독자 개발한 창고 자동화 기술은 ‘큐브 스토리지 자동화(Cube Storage Automation)’라고 불려요. 알루미늄 틀로 짜인 큐브 모양의 공간(그리드), 그 안을 채운 전용 플라스틱 상자(빈), 초속 3.1m의 속도로 이동하는 무선조종 로봇들로 이뤄져 있어요. 로봇들이 그리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빈을 적재하고, 입출고합니다. 쉽게 말해 로봇이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그리드 안에 상자를 자동으로 넣고 빼고 해요.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제품을 쌓고, 정리하고, 주문서를 보고 해당 제품을 찾아 꺼내야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죠. ‘큐브 스토리지 자동화’ 방식은 기존 물류에서 쓰는 선반형 방식인 ‘팔레트 랙(pallet rack)’보다 저장 밀도가 훨씬 높습니다. 선반과 복도가 필요 없어 창고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죠. 또 로봇이 사람이 하던 ‘피킹(출고할 상품을 꺼내는 일)’까지 해서 인건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기업만 물류 자동화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평평한 바닥만 있으면 33㎡(약 10평)짜리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해요. 기존 선반형과 비교하면 동일면적 기준으로 4~5배 이상 많은 물류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큰 공간이 없어도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죠. 도심 소규모 물류창고를 가진 기업이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고객사가 궁금합니다.
 
“전세계 800여개 기업 600여개 물류 창고에 우리 시스템이 들어갑니다. 고객사는 월마트, 화이자, 인텔, DHL, 파나소닉, 구치, 이케아, 지멘스 등이 있어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죠. 국내에는 신라면세점이 2016년 가장 먼저 우리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탁구용품을 만드는 중견기업 ‘엑시엄’과 롯데쇼핑의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 오토프레시 의왕센터와 부산센터 등이 있습니다.”
 
오토스토어는 2021년 4월 소프트뱅크로부터 28억달러(약 3조1290억원)를 투자받아 화제였다. 기업 가치는 77억달러(약 8조6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선반이나 복도가 필요 없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오토스토어
김경수 대표. /jobsN

-최근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특징이 있나요.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세계 5위입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한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1041억달러(123조원)였어요. 이는 전년보다 19.5% 증가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이커머스 시장은 예외였어요. 국내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거로 봐요. 실제로 최근 중소 기업, 1인 전자상거래 기업의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  
 
-매출이 궁금합니다.
 
“지난 2015년 약 470억원에서 작년에는 약 2000억원을 기록했어요. 5년 만에 4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최근 국내 물류 시장이 커지면서 더 빠르게 성장할 거로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더 많은 기업에 오토스토어의 기술력을 알리고 싶어요. 또 소규모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모델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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