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끼∙염산테러, 중요 부위 사진까지…그래도 최고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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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직업을 꼽으라 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공무원.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챙길 수 있는 혜택도 혜택이지만, ‘정년 보장’ 하나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해마다 조사하는 배우자 선호 직업에서 공무원이 남녀 모두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많은 공시생들이 학원가를 가득 채우고 고시촌 좁은 방에 불이 꺼지지 않는 것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무원을 열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공무원은 우리가 기대하는 달콤한 ‘과실’로만 가득한 꿈의 일자리이기만 할까? 아래 이야기를 보면 그동안 그렸던 공무원에 대한 환상이 깨질지도 모르겠다. 

지방의 한 시청 사무실을 박차고 들어온 민원인이 뭔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언성이 높아지나 싶더니 대뜸 품에 숨기고 들고 온 손도끼를 책상 위에 꺼내 놓는다. 일처리를 서두르라는 겁박이 이어졌다. 물건을 던지고, 책상을 뒤엎는 건 예삿일. 이젠 신체 중요 부위 사진을 보여주고, 염산을 뿌리는 엽기적인 일까지 터지고 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이 ‘극한직업군’으로 전락하고 있다. 직업 안정성이 좋아 취업 선호가 월등한 편이지만, 공무원의 직장 내 안전성은 어째 점점 떨어지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민원인의 폭언·폭행·기물파손·업무방해 행위는 2020년 4만6079건으로, 2018년(3만4484건)보다 33.6%나 늘었다. 공무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진상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직장 내 괴롭힘, 높은 업무 강도 등이 꼽힌다.

포항시청에서 발생한 ‘염산테러’. /채널A 화면 캡처
포항시청에서 발생한 ‘염산테러’. /채널A 화면 캡처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일은 경북 포항시청 대중교통과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명 ‘염산 테러’다. 2021년 10월 7층 사무실로 올라온 한 60대 민원인이 자리를 지키던 공무원에게 염산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렸다. 얼굴과 몸에 액체를 뒤집어 쓴 공무원은 각막과 피부에 손상을 입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개인택시 중개업을 하는 민원인은 포항시가 추진한 택시 감차 정책으로 더는 중개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런 일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후 대중교통과 사무실 냉장고에 있는 비타민 음료를 꺼내 태연하게 마셔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산시청에서도 민원인이 도끼를 들고 난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MBC 화면 캡처 
아산시청에서도 민원인이 도끼를 들고 난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MBC 화면 캡처 
아산시청에서도 민원인이 도끼를 들고 난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MBC 화면 캡처

도끼가 등장한 곳도 있다. 지난 10월 부산 남구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60대 민원인은 복지 수급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칼과 도끼를 꺼내 보이며 위협했다. 기초 수급비가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달 경북 경주시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건축허가과를 찾은 50대 건축사가 자신이 맡은 건물의 건축 허가를 빨리 처리하라며 공무원을 손도끼로 위협했다. 

2021년초 대전의 한 자치구청에서 복지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민원인이 던진 물건에 얼굴을 맞아 눈 주위가 찢어졌다. 이 민원인은 복지혜택을 받으려고 구청을 찾았다가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는 담당자의 말에 “너무 복잡하다”며 사무실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졌다고 한다.

고양시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복지 상담 중 민원인으로부터 심한 모멸감과 함께 큰 충격을 받았다. 상담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불만을 품은 한 민원인이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중요 부위 사진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이 공무원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협박에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고,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방역수칙 위반 업소를 단속하던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은 격무에 시달리다가 지난 10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공무원은 방역수칙 위반으로 단속된 업소 관계자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고 나서 퇴근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월 대전시청 한 부서로 발령 받은 신입공무원은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차와 커피를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해당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이후 팀원들로부터 업무협조에서 배제되거나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 

공무원이 웨어러블 캠을 착용한 모습. /경북 의성군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민원인을 제압하는 훈련 모습. /대구 중구청
민원실에 있는 호신용품. /경기 용인시 SNS

욕설을 하거나 사무집기를 걷어차는 수준을 넘어 성희롱과 흉기 난동, 염산 테러까지 발생하면서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 의성군은 지난 10월부터 공무원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캠’을 도입했다. 무선 캠을 목에 착용한 후 ‘촬영중’ 이라는 명찰을 달아 진상 민원인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염산테러’ 사건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는 최근 보호장구를 갖춘 청원경찰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민원 업무가 많은 청사 1층과 2층에 청원경찰을 보강하고, 청사 출입통제시스템도 별도로 구축할 예정이다. 

호신술을 배우는 공무원도 있다. 대전 중구청은 모의훈련을 통해 진상 민원인 대처법을 익히고 있다. 민원인이 난동을 부리는 상황을 가정해 공무원들이 비상벨을 눌러 경찰을 부르거나 제압 상황을 연습하는 식이다. 경기 용인시는 삼단봉과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민원실에 비치해뒀다.  또 읍면동 사무소와 시청 징수과, 차량등록사업소 등 민원 창구가 있는 곳에는 비상벨을 설치했다. 폭언이 들려오면 녹음 버튼을 바로 눌러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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