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로 트로피 4개 들어 올린 이 사람…그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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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열린 WBC(World Body Classic) 피트니스 대회에서 한 팔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가 있다. 3년 전 사고로 왼팔을 잃은 피트니스 선수 김나윤(29)씨. 일반인과 경쟁 끝에 비키니 쇼트 체급, 미즈비키니 톨 체급, 오버롤(그랑프리)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여기에다 장애인 부문 챔피언까지 하면서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헤어 디자이너였던 김나윤씨의 이야기가 궁금해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미소가 예뻤고, 인터뷰 내내 당당했고 아름다웠다.

2021년 9월 열린 WBC(World Body Classic) 피트니스 대회에서 3관왕을 한 김나윤씨. /jobsN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피트니스 선수 김나윤입니다.”

김씨는 원래 헤어 디자이너였다. /jobsN

-무슨 일을 했었나요.

“원래는 헤어 디자이너였어요. 17살 때부터 미용 일을 했습니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적성에 잘 맞았어요. 고객들이 헤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할 때 뿌듯했어요. 점점 단골이 늘면서 성취감을 느꼈죠.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인 줄로만 알았던 그날, 친구들과 떠난 춘천 여행에서 사고를 당했다.

“2018년 7월15일 햇빛 찬란한 한여름이었어요. 월차를 내고 친구들과 함께 바람 쐬고 오자며 여행을 떠났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코너를 도는데 넘어지면서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 당시 정신은 잃지 않은 상태였어요. 헬멧을 쓰고 땅에 누워있는데 처음엔 팔이 살짝 아렸어요. 벽에 세게 부딪히면 순간 아린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오더니 ‘네 팔이 없어’라고 말하면서 울더라고요. 일단은 침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친구에게 ‘팔 좀 찾아 줘’라고 말했어요. 막상 친구가 팔을 찾아오니 그때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꾹 참았어요. 울기 시작하면 정신을 놓을 것 같아 구급차가 올 때까지 그냥 눈을 꾹 감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춘천의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그곳에서는 접합 수술이 불가능했어요. 헬기를 타고 서울 잠실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바로 접합 수술을 했지만, 패혈증이 왔어요. 사고 날 때 환부에 균이 많이 들어간 탓이었죠. 그렇게 일주일 만에 팔을 다시 잘라내야 했습니다. 처음엔 팔을 절단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절망적이었어요.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일단은 살아야 했습니다. 

병원 생활 당시 모습. /jobsN

이후 1년간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사고로 경추부터 흉추까지 19군데가 골절됐어요. 처음 두 달은 꼼짝없이 누워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사고 이후 처음으로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있어야 할 팔이 없으니까 징그럽고 이상했어요. 보기 싫더라고요.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종일 거울을 보면서 일하고 살았었는데, 이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어 안 보게 되더라고요.

또래들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어요. 당시 병원에 상지절단 장애를 가진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은 대부분 골절이나 손가락 절단 정도로 병원을 찾았는데, 제 상태가 너무 심각하게 느껴졌죠. ‘다시 민소매나 반팔을 입을 수 있을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럴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좌절감도 컸습니다.”

-퇴원 이후 어땠나요.

“퇴원 후 일하던 미용실 대표의 권유로 복직했습니다. 고맙게도 2년간 점장직으로 근무했어요.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헤어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이제 난 저 일을 못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12년간 헤어디자이너로 일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어요.”

운동하는 김나윤씨. /jobsN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쪽 팔만 있으니까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척추 측만이 심해졌어요. 그래서 재활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점점 몸에 관심이 생겼고, 재활 운동을 하는 장애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재활운동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다른 사람에게 운동을 가르쳐주고,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이라고 못할 게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죠.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재활 운동을 배우다 보니 근력 운동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더라고요. 오랜 병원 생활로 몸의 근육이 많이 빠져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운동을 지도해주셨던 선생님이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셨어요. 대회가 9월인데, 2달 안에 몸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선수들의 경우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대회를 준비하거든요.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에 대회 준비에 나섰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죽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운동했어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매일 4~5시간씩 운동했습니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었죠. 팔이 한 쪽만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많지 않았어요. 특히 팔과 어깨 운동을 할 때는 양쪽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자세에 신경 썼어요. 상체 쪽은 거의 기구 사용을 못 했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했습니다.

식단도 철저하게 지켰어요. 하루 4끼를 먹었는데 2끼는 고구마 100g, 닭가슴살 100g을 먹었고, 2끼는 닭가슴살 100g, 단호박 100g을 먹었습니다. 야채도 챙겨 먹으면서 건강 관리를 했어요. 운동하면서 몸의 변화가 느껴지니 뿌듯했어요. 의지만 있으면 운동으로 몸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몸을 못 바꾸면, 난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독하게 운동했어요.”

그렇게 김씨는 2021년 9월25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WBC(World Body Classic) 피트니스 대회에서 오른 팔로 당당하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비장애인과 경쟁 끝에 비키니 쇼트 체급, 미즈비키니 톨 체급, 오버롤(그랑프리)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장애인 부문에서도 남녀를 포함해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상을 받을 거란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어요.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상복 터졌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정말 기뻤죠.”

김나윤씨는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의수를 착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의수를 착용하고 다녔어요. 어느 날 TV를 보는데 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는 장애인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왜 장애인이 없다고 생각하지? 나도 장애인인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 나도 의수를 끼고 다니지. 겉으로 봤을 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팔이 절단된 상태라 의수가 큰 도움이 안 됐어요.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안 되는데 왜 불편하게 의수를 끼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일반인처럼 보이기 위해 의수를 꼈던 거였어요. 남의 시선에 맞춰 살았던 거였죠. 지금 이게 내 모습인데,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의수를 착용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수를 벗었습니다.”

최근 강원도 양양에 놀러 가 서핑도 했다고 한다. /jobsN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나윤씨. /jobsN

그는 대회가 끝난 뒤로는 하루에 1시간 정도의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재활 운동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또 최근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어요. ‘안 좋은 생각을 했었는데 나윤씨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 ‘감동 받았다’ 등의 메시지를 보면 정말 힘이 나요. 내 이야기를 전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할 수 있겠다 싶어 강의도 하고 있어요. 또 일상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유튜브 채널 ‘김나윤의 윤너스TV’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다방면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가 될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누구나 한 번쯤은 크게 좌절하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좌절감도 오롯이 다 느끼셨으면 해요. 힘든 감정도 모른 척하지 마세요. 저도 병원에 있을 땐 정말 많이 울었어요. 종일 잠만 자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힘든 감정을 다 느껴보니 이후엔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더라고요. 어려운 시기라도 얻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분명 다시 오를 수 있을 테니 모두 힘든 시간도 잘 견디고 이겨내면 좋겠어요.”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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