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자퇴한 세 자매…지금은 이런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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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주인 바뀌었어요?”

전남 여수의 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샘나당’에서 이따금 들리는 말이다. 사장이 수시로 바뀌어서 그런 거냐 묻는다면, 답은 ‘노(No)’. 늘 있는 사장을 손님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뿐이다. 

2020년 5월 문을 연 이 디저트 카페의 사장은 모두 셋. 그런데 세 명 모두 가게를 차릴 사장 치곤 나이가 꽤 어리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장이 스무 살의 백예린씨다. 가장 나이 어린 사장은 예린씨의 동생 예원씨로, 올해 18세다. 가운데 낀 사장은 19세 백샘희씨다. 친자매와 사촌, 세 명이 뭉친 공동 사장님이다. 이들은 모두 스스로 중·고등학교를 자퇴하며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 

샘나당 카페 앞에서 웃고 있는 백샘희, 백예린, 백예원 사장. 셋은 친∙사촌 자매 사이다. /샘나당

‘자퇴 1호’는 샘희씨. 그는 가장 먼저 중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나이가 가장 어린 예원씨는 중2 때 학교를 그만뒀다. 언니 예린씨는 학교를 떠난 동생들이 유쾌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한창 책과 씨름할 나이에 친∙사촌 자매 셋이 줄줄이 학교를 나온 것. 이것도 흔한 일은 아닌데, 이 셋이 뭉쳐 어른도 힘들어한다는 카페를 차려 운영 중이다. 심지어 직영점을 낼 준비까지 하고 있다.

부모에게 장사를 배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린 셋이 첫 장사를 이렇게도 기막히게 해내고 있는 걸까. 자퇴부터 개업까지,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 사촌 자매들의 이야기를 예린씨를 통해 들어봤다.

샘나당에서 만든 빼빼로데이 쿠키와 크리스마스 케이크. /샘나당

 -빼빼로데이(11월11일)와 수능(11월18일)이 연달아 있어 쿠키, 마카롱, 케이크 등 디저트류 주문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직접 다 만들어 판매한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았나요.

“평소에는 빠르면 오후 6시쯤 작업이 끝났는데, 요즘에는 주문이 많아 새벽에 집에 들어오는 일이 잦았어요. 일찍 퇴근한 게 오후 9시였어요. 하지만 이제 시작이에요. 연말에는 크리스마스도 있고, 각종 모임도 많아 선물용 주문이 쏟아지거든요. 연초에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로 바쁘겠네요. 마카롱 종류만 12개에, 쿠키, 스콘, 케이크까지 합하면 40여종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바쁘긴 하지만 셋이 마음이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피곤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또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여수 샘나당을 열기 전 세 명의 공동 사장이 강원도 철원에서 운영했던 마카롱집. 철원 샘나당 마카롱에선 마카롱과 머랭쿠키(가운데 사진)를 팔았다. /샘나당

-이젠 일이 손에 많이 익었겠어요. 전엔 마카롱 가게를 운영했었다는데, 그땐 어땠나요?

“샘나당을 열기 전 셋이 강원도 철원에서 마카롱 가게를 했어요. 여수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철원에 살았거든요. 2019년 가을부터 2020년 2월까지 철원 가게에서 마카롱과 머랭쿠키를 팔았어요. 마카롱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저희 지역엔 마카롱 가게가 없었어요. 근데 우리가 연 거죠.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분이 찾아주셨고 하루 1000개씩 제품을 팔았어요.”

-마카롱과 베이킹을 아이템으로 가게를 하자는 생각은 어떻게 했나?

“작은엄마, 그러니까 숙모인 샘희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샘희가 원래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처음엔 취미로 집에서 조금씩 만들었어요. 그러다 마카롱이 유행하면서 샘희가 마카롱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작은 엄마는 이왕 배운 거로 가게를 해보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어요. 당시 우리 셋 모두 자퇴를 했던 때였는데, 샘희가 같이 해보자고 해서 가게를 냈죠.”

-숙모가 대단하시네요. 보통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말이죠.

“작은엄마는 샘희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꼭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중학교는 샘희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갔던 거였고요. 자퇴 후에도 샘희는 취미도 즐기고 영어 공부도 하며 즐겁게 지냈어요. 예원이도 샘희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학교를 나왔고요. 저는 아이들이 모두 자퇴하고 1년쯤 지났을 때 ‘학교에 다니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데 집중해 보자’는 생각으로 나왔어요.”

철원에서 마카롱 가게를 열기 위해 마카롱 만들기를 연습 중인 백샘희씨(왼쪽 사진)와 철원에서 오픈한 마카롱 가게에서 마카롱을 만들고 있는 백샘희씨와 백예원씨. /샘나당

-마카롱 가게를 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마카롱 가게는 10여평 정도로 매우 작았어요. 처음 갔을 때는 여기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굉장히 설레고 들떴어요. 저랑 예원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제과제빵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힘든 건 상상하지 못 했던 것 같아요. 마카롱을 만드는 건 샘희가 먼저 배운 뒤 저희 자매에게 알려줬어요. 처음에는 샘희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샘희를 서포트하는 방식으로 일했어요. 우리가 만든 게 정말 잘 팔릴까 싶어 처음에는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오전 7시에 다시 출근하기도 하면서 실수한 부분들을 계속 고치곤 했죠.”

-가게 계약이나 인테리어, 창업 자금 등 부모 도움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시골에서 문을 연 데다 가게가 작아서 큰 목돈이 들어간 건 아니에요. 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나이다 보니 가게를 차리는 비용은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어요. 지금도 부모님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세요. 사실 마카롱 가게도, 지금의 샘나당도 모두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교육을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저희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는 거죠.”

여수 샘나당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 맨 오른쪽 사진이 딸기 프레지에 케이크. /샘나당

-여수 샘나당은 철원 마카롱 매장에 비하면 규모도 크고 디저트도 상당히 많네요.

“네. 여수에선 카페까지 함께 운영해 보고 싶어서 80평 정도의 큰 가게를 얻었어요. 쿠키, 스콘, 케이크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디저트 만드는 법을 배워 우리만의 레시피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오랫동안 준비하고 차린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실무를 하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일종의 성장형 카페라고나 할까요. 가장 유명한 제품은 딸기 프레지에 케이크예요. 샘나당의 위치가 목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자리인데, 이 제품 덕분에 많은 손님이 카페를 찾아주셨어요.”

백예린씨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든 엽서와 스티커(왼쪽 사진). 삼촌과 함께 여수 샘나당 카페에서 쓸 가구를 만들고 있는 백예린씨. /샘나당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예쁘던데, 인테리어도 부모님께서 해주셨나요?

“샘나당 인테리어는 부모님들과 같이 구상했어요, 페인트칠같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함께 했고요. 카페에 있는 테이블이나 작업실의 작업대는 저와 작은아빠가 함께 만들었어요. 같이 만들고, 알아보고 하는 것들이 모두 처음이다 보니 무척 신기했고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어요. 또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작은엄마가 그걸 보시고는 ‘그럴 바에는 스티커나 엽서를 만들어 샘나당 패키지나 홍보물로 쓰면 실력이 늘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그것도 하고 있어요. 엽서는 특히 손님들에게 공짜로 드리는데 다들 정말 좋아하세요. 그런 걸 보면 정말 뿌듯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 더 찾은 것 같아 기뻐요.”

샘나당 카페를 꾸려나가고 있는 세 사람. 왼쪽부터 백예린씨, 백예원씨, 백샘희씨./샘나당

-어린 나이에 시작한 가게에 손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가 디저트를 만들 땐 부모님들께서 카운터를 봐주시기도 해요. 부모님들과 익숙하신 손님들은 우리가 나와 있으면 ‘사장님 안 나오셨냐’, ‘가게 주인이 바뀌었냐’고 물어보세요. 그럴 때마다 ‘아니에요, 저희가 사장인데요’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앗! 진짜요?’하면서 많이들 놀라세요. 우리도 아직까지는 사장이라고 말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조금 멋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더 크고 나서 시작할 걸’이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어리니까 무례하게 행동하시는 손님이 있긴 한데, 그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난 내 할 일만 다한다’는 식으로 응대하지, 그런 일 때문에 일찍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언제 창업하길 잘했다고 느끼나요?

“할 수 있는 게 조금씩 많아질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셋이서 즐겁게 같이 지내니까 좋기도 하고요. 다 함께 성장하는 걸 함께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해요.”

-검정고시를 준비한 적도 있나요?

“샘희와 예원이는 이전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봤었고 전 자퇴 후 공부를 좀 하다가 마카롱 가게에 합류해서 검정고시를 보지 못했었거든요. 그러다 이번 여수 샘나당을 준비하면서 셋이 모여 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했어요. 메뉴도 준비하고 인테리어 작업도 같이하느라 시간이 좀 촉박하긴 했는데 다행히 셋 다 합격했어요.”

-직영점은 어디에 낼 계획인가요?

“여수에 이순신광장이라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있어요. 이쪽에 낼 계획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잡힌 일정이 너무 많다 보니 준비를 많이 못 하고 있지만요.”

연말 분위기에 맞춰 카페를 장식 중인 세 사람(왼쪽 사진). 함께 휴식 중에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세 명의 샘나당 공동 사장. /샘나당

-학생들 가운데 창업을 망설이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조건이나 능력이 좋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직접 해보면서 ‘사람들의 기준이나 조건에 꼭 맞추지 않아도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게 많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는 케이스고요. 그래서 창업을 망설이고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다만 그에 따르는 공부나 노력은 확실히 해야 하겠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카페를 더 키워보고 싶기도 하고 문구점도 해보고 싶어요. 이 카페도 우리가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없다고만 하지 말고, 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거라,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생기면 또 나아가고 도전할 것 같아요. 카페는 우리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거든요.”

글 CCBB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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