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00만원어치 팔린다는 이 치킨 “사람이 먹는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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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밥상 전진규 대표 

세계 3대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 출신 

반려동물 케이크·치킨 팔아 월 매출 4000만원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대한민국 사람 4명 중 1명은 동물과 함께 산다.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이 늘면서 펫푸드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다. 사료와 개껌만 찾는 단순 소비는 이제 많지 않다. 좀 더 특별한 간식으로 강아지 생일상을 차려기도 하며 죽으면 제사상도 차린다.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멍멍밥상’ 전진규(24) 대표는 반려동물 전용 케이크와 치킨, 와플, 커피 등을 만든다. 외형은 우리가 아는 것과 다름없지만, 사실은 병아리콩·고구마·닭고기 등으로 만들어졌다. 냄새도 카스테라 향이 나서 사람도 한 입 베어물게 만든다.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르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를 졸업한 그는 호주 시드니 레스토랑 셰프 출신. 하지만 코로나19로 도시 전체가 봉쇄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아지 간식으로 월 매출 4000만원을 올리는 가게를 만든 이야기를 들었다. 

멍멍밥상 전진규 대표./ 본인 제공
전진규씨 반려견 포니. /인스타그램 캡처

-셰프로 일하다가 강아지 수제간식을 만들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레스토랑 주방에 감도는 뜨거운 열기와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손님이 몰리는 점심, 저녁 시간엔 주문이 물밀듯 쏟아지는데, 빨리빨리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었어요. 손님 불만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스트레스가 굉장했어요. 소스는 늘 똑같이 만드는데 어떤 손님은 ‘싱겁다’, 또 어떤 손님은 ‘짜다’고 불만을 제기해요.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순 없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냉∙온탕을 오가는 기분이었죠. 좋아서 시작한 요리인데 주방에만 들어서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어느날 반려견 ‘포니’에게 수제 간식을 만들어줬는데 맛있게 먹는거에요.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했죠. 그때만큼은 요리하는 것도 즐겁고요. 한국엔 파스타 가게가 너무 많은 데다, 가게를 차릴만큼 자금이 넉넉지 않아 강아지 간식전문점을 열어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동안 요리를 쭉 해왔기 때문에 강아지 간식도 영양가 높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강아지는 간식에 호불호가 없나요?

“강아지도 물론 호불호가 있죠. 싫으면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려요. 그래서 처음 강아지 간식을 구매할 때는 평소에 강아지가 어떤 걸 잘 먹는지 살펴보고, 좋아하는 재료가 많이 들어간 간식을 사라고 추천해요.”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강아지 간식 메뉴는 어떤게 있나요?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요?

“와플, 치킨, 케이크, 마카롱, 멍푸치노 등이 있어요. 인기 메뉴는 치킨과 케이크입니다.”

-어떻게 만드나요? 사람이 먹어도 되나요? 

“와플은 오리고기와 쌀가루, 단호박, 비트 등으로 만들어요. 치즈 케이크에는 락토프리우유와 단호박, 고구마가 들어가고, 치킨은 닭가슴살과 병아리콩으로 만듭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만 만들어요. 전 강아지 간식도 사람 음식처럼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냄새도 포슬포슬한 카스테라 향이 나요. 이것 때문에 보호자가 먼저 맛보고 강아지에게 주는 경우가 많아요. 맛은 담백해요. 오직 재료의 맛만 느껴집니다.”

-이런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떠올렸나요? 

“동네 한 대형 제과점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에요. 세대수가 적은 동네인데도 저녁에 갈 때마다 케이크가 다 팔리고 없더라구요. 조그만 동네지만 매일 누군가의 생일이 있으니까 케익이 항상 팔린다 싶었죠.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는데 그 중 강아지 생일을 기념하고 챙기는 보호자도 적지 않을거라 생각했어요. 이런 수요를 겨냥해 반려동물용 케이크를 만들면 충분히 사업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3~4개월 동안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했어요. 그리고 나서 사람들이 강아지 산책을 많이 시키는 공원 근처를 찾아 가게를 차렸어요.”

반려견 포니와 고객 후기 사진. /전진규씨 제공
반려견 포니와 고객 후기 사진. /전진규씨 제공

-반려견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사람들이 많나요?

“강아지 케이크 한 달 주문량이 500~600건 정도 돼요. 지금은 주문이 많이 밀려 예약도 쉽지 않아요. 그 수만 봐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반려견 생일을 챙기는 지 알 수 있죠. 케이크뿐 아니라 치킨이나 와플 등 다른 간식도 함께 구매해서 아예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해요. 주로 1인 가구나 2인 가구에서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우는 분들이 수제 간식을 자주 찾는 것 같아요.”

-케이크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매출도 궁금해요. 

“크기에 따라 1만3000원부터 4만원까지 가격이 다양해요. 주문 제작이라 싼 가격은 아니죠. 그만큼 다양한 재료가 쓰여요. 사람이 먹는 케이크보다 더 많은 식재료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월 매출은 10월 기준으로 4000만원 정도입니다.”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전진규 대표가 판매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전진규 대표가 판매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전진규 대표가 판매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진규씨 제공

-사치라며 안좋게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아요. 

“간식을 보고 ‘개팔자가 상팔자다’, ‘개가 더 낫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사람도 아닌 강아지 음식이 어떻게 이렇게 비싸냐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서비스를 찾는 고객에게 반려견은 가족이고, 자식이에요. 내 아이에게 특별한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거 잖아요. 반려견을 키우는 저도 그런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간식을 만드는 거예요.”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됐나요? 매출이 오른 계기는요?

“한겨울에 가게를 여는 바람에 처음엔 어려웠어요. 공원으로 강아지 산책 나오는 분들이 없었거든요. 가게 유지비는 계속 나오니까 일을 마치면 새벽 2시까지 따로 배달 알바까지 했어요. 그렇게 겨울을 버티고 날이 따뜻해질 때 쯤 강아지 산책을 나온 분들이 자연스럽게 가게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입소문이 났죠. SNS로 꾸준히 사진을 올리면서 마케팅한 효과도 있어요. 2020년 12월과 비교하면 지금 온라인 매출은 2900%, 오프라인 매출은 536% 증가했어요.”

-기억에 남는 리뷰도 있나요?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도 생일을 기억하고 챙기는 분들이 있어요. 요즘엔 강아지 장례업체도 많이 생겼는데 사람 장례식처럼 화장을 하고 영정사진도 걸더군요. 이때 강아지를 추억하려고 케이크를 주문하신 분이 있었어요. 잊지 못해서 그렇게 하셨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는 리뷰에요.”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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