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에 ‘이것’ 맡겼더니 2년 만에 35% 수익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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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키퍼 안재현 대표
한우투자플랫폼 ‘뱅카우’로 새로운 투자 시장 개척
한우 가격 낮춰 소비 늘리는 게 목표

“한우, 먹지만 마시고 투자 한 번 해보세요. 맛도 있지만, 투자는 짭짤하거든요.”

한우 투자? 생소하다. ‘샤테크(구하기 힘든 샤넬 가방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재테크)’며 ‘슈테크(한정판 신발을 구매해 가격을 올려 되파는 돈벌이)’ 등 별별 투자가 많다지만, 한우라니….

놀라지 마시라. 투자 수익률은 어느 투자 종목과 비교해도 안 빠진다. 한우 투자에 비법이 있었다. 

한우 1마리를 사육하려면 최소 800만원이 든다. 생후 6~10개월 된 송아지 한 마리에 400만원, 출하 전까지 20~24개월 동안 드는 사육 비용으로 400만원가량이 필요하다. 한우 사육 농가에서 한우 10마리를 키우려면 8000만원, 100마리를 더 키우려면 8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 대부분의 한우 사육 농가가 제2금융권인 지역 단위 농·축협에서 토지를 담보로 연 4~5% 금리의 대출을 받는다. 제1금융권에선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료회사가 연결해주는 캐피털회사의 대출을 이용할 수는 있는데, 연 8~10% 고금리란 점은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 2%대 저금리대출이 있지만 비정기적인데다 대출금액도 3~4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농가는 아무리 축사에 여유 공간이 있어도 사육 두수를 쉽게 늘리지 못한다. 최근 정부지원 축사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소규모 농가의 사육 환경이 개선됐지만 공간이 남아돌아도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 이렇게 생산량이 늘지 않으니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긴다. 지난 10년간 소고기 소비량은 64%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우 가격은 날로 비싸지기만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한우투자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다. 

스탁키퍼 안재현 대표. /스탁키퍼

스탁키퍼의 뱅카우는 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농가가 키우는 한우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농가가 우선 구매한 송아지에 대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여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도록 하고, 이후 농가는 해당 한우를 전문 사육한다. 투자자들은 2년 뒤 소가 경매로 팔리면 수익을 나눠 갖는다. 이로 인해  농가는 사육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한우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면 한우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

◇어머니 목장에 한우 30마리 투자, 최대 52% 수익 올려

스탁키퍼 안재현(35) 대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주)한화에서 6년 넘게 ‘상사맨’으로 일했다. 식량자원팀에서 일하며 해외에서 다양한 식량 자원을 수입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해외 생산자를 만나 얘기를 들을 기회도 많았다. 해외에선 사육 농가들이 조합 단위로 투자를 받아 대규모로 사육을 하고 수출까지 하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었는데 그게 생소하면서도 놀라웠다. 안 대표가 운영하는 어머니의 한우 목장과 국내 사정과는 영 달랐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어머니는 경기도 여주에서 1987년부터 목장을 운영해왔다. 

뱅카우는 한우라는 자산에 투자하는 한우자산플랫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규모나 시설로 보면 250마리를 키울 수 있는 목장인데도 100마리밖에 키우지 못하는 걸 보면서 어머니께 소를 더 키워도 되지 않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더 키우려 해도 돈을 대기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한우 1마리당 사육 비용이 800만원 정도 필요한데 사육 두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그만큼 비용은 더 늘어나요. 대출로 감당해야 하는데 1금융권에선 대출을 받기도 힘들고 2금융권이나 캐피털은 금리가 높으니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하셨어요. 제가 실제로 어머님을 따라 대출을 연장하러 가보니 진짜 막막하더라고요.”

안 대표는 아내와 함께 모아온 저축금을 떠올렸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주식이나 가상자산처럼 급변하는 자산에 신경을 쓰거나 변경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예∙적금을 선호했었는데, 금리가 낮은 게 고민이던 차였다. 이 자금을 직접 어머니 목장에 투자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3월부터 매달 1마리씩 송아지를 사서 어머니 목장에 넣어드렸고 어머니는 안 대표 부부가 투자한 소를 24~30개월 동안 전문적으로 키워주셨다. 2020년부터 출하되기 시작한 안 대표의 한우는 30마리. 800만원을 들여 키운 1마리는 1000만원 이상에 팔린다. 이렇게 안 대표가 얻은 수익률은 최대 52%, 평균 35%였다. 

한우에 직접 투자해보니 안정적이면서 수익률도 높았다. 어머니도 안정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수 있으니 윈윈(win-win)이었다. 자산이 커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니 믿을 수도 있었다. 한우 투자 시장의 매력을 알게 된 안 대표는 회사를 그만 두고 2019년 스탁키퍼를 세웠다. 그리고 투자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한우투자플랫폼 ‘뱅카우’를 만들었다.

뱅카우 서비스 이미지. /스탁키퍼

◇투명성·안정성·환금성으로 투자자 설득

사업 초기 식품으로만 소비하던 한우를 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를 찾고 직접 소를 키워줄 사육 농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안 대표는 한우가 안정적이고 수익 높은 자산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투명성과 안전성, 환금성을 강조했다. 투명성의 경우 공공 데이터, 통계 데이터 등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고객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 데이터를 통해 신뢰감을 주되 직관적으로 투자자와 농가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전성의 경우 뱅카우에 입점한 농가들에게 가축재해보험을 추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 화재, 풍수, 폭염을 보장한다. 농림부의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예방적 살처분과 도태를 보상한다. 즉, 가축 폐사시 구제역과 같은 1급 가축전염병의 경우 국가가 100%를 보장하고, 농가의 부주의나 단순 부상에 따른 폐사 때엔 가축재해보험에서 80%, 뱅카우에서 마련한 제도를 통해 농가에서 자체 20%를 보장한다. 계약과 농가 보증금 제도를 통해 투자사육의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자산의 취득부터 사육이 완료되는 단계까지 구매금의 100%를 보장한다.

뱅카우는 한우 자산의 투명성, 안정성, 환금성을 강조한다. /스탁키퍼

마지막으로 환금성은 계획된 시점에 100% 판매돼 연체가 없으며,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한다. 한우 출하 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관리하는 전국 64개의 도축경매장에서 매일 ‘익일 현금’ 조건으로 상장 전량이 거래된다. 거래 금액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뱅카우는 기존의 한우 투자 사육 시장의 틀도 바꿨다. 고액 투자자만의 리그였던 시장을 누구나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최소 투자 금액이 송아지 가격의 1%, 4만원부터 시작한다.  

“사육 농가들은 기존의 사육∙거래 방식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고 해요. 직접 사육 농가를 발굴하는 일도 어려웠어요. 전국적으로 거래망이 형성돼 있는 사료업체와 손잡고 우수한 사육 농가를 추천받았고 새로운 투자 방식을 관철시켰습니다. 투자자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사육 두수를 늘리는 농가를 보면서 요즘은 먼저 투자를 해달라는 농가도 늘고 있습니다.” 

뱅카우는 2021년 5월 첫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으로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지금까지 4번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1차에서 290명이 9918만원, 2차에선  614명이 1억8912만원, 3차에선 462명이 1억5300만원, 4차에선 1538명이 5억4042만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농가 6곳에서 200마리의 한우 사육이 시작됐다. 첫 수익은 2022년 12월쯤 나올 전망이다. 

뱅카우의 투자 과정과 특징. /스탁키퍼 제공

한우 투자자의 대부분은 20~40대 MZ세대로 분석된다. MZ세대에 불고 있는 ‘조각투자(고액의 자산을 다수의 개인이 나눠 갖는 것으로, 소액투자자가 모여 자산을 분할 소유하는 방식)’ 열풍과 함께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한우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익을 얻지만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변동성이 심한 주식이나 가상자산 대신 안정적인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나 가치 투자를 원하는 MZ세대들이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 잇는 상생 플랫폼으로

뱅카우는 2021년 11월 말에서 12월 초 추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매달 1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먼저 생산자와 투자자 고객을 확대하여 매칭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한우 사육 농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50두 미만의 소규모 사육 농가를 집중 공략해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22조원에 달하는 국내 소 사육업 시장에서 새로운 축산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스탁키퍼의 궁극적인 목표다.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고기 소비량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간 소고기 소비량이 64% 증가했어요. 그런데 한우 생산량은 계속 정체된 상태예요. 한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원가 상승과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며 한우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비싼 한우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어요. 아예 한우를 먹어본 적이 없다거나 한우와 외국산 소고기를 구별하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이들이 주 소비층이 됐을 땐 아예 한우를 찾지 않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뱅카우는 한우 투자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상생 플랫폼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한우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우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들 거예요. 생산자들도 더 품질 좋은 한우를 생산하게 할 거고요. 농가마다 한우의 생산 과정, 특징 등을 바탕으로 개별 브랜드 작업도 진행할 겁니다. 이런 변화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고, 한우 산업 생태계도 건강하게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글 CCBB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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