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아들 우대”···청년들 열광하는 ‘좋같은’ 회사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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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사 파괴연구소의 채용공고 포스터. /파괴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MZ세대가 기업의 핵심 인력층으로 떠오르면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도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수정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뽑기 위해 이색 채용에 나서는 기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 만에 인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4개로 구분됐던 직급을 없애거나 더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상급자의 일방적인 평가 대신 직원끼리 성과를 평가하는 동료평가제 도입도 논의 중이다. 재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MZ세대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기업의 변화 의지로 본다. MZ세대는 회사 시스템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거나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 유능한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대기업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규모가 조금 더 작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다른 방식으로 MZ세대를 유혹한다. 대기업처럼 이른바 ‘이름값’이 높지 않은 회사는 유능한 직원을 뽑기 위해 이색적인 채용공고를 내건다. 청년들의 눈에 띄는 것 자체가 회사 입장에서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신선하고 톡톡 튀는 채용공고가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파괴연구소 채용공고 캡처

◇189만원 스피커, 노동요 담당 DJ까지

콘텐츠 제작 회사 파괴연구소는 채용공고 제목부터 남다르다. ‘덤벼라 세상아 으어어ㅓㅓ’, ‘로또 1등 되게 해주세요’, ‘야, 지원자! 여름이었다’ 등의 문구를 클릭해야 본문을 볼 수 있다. 올해 8월 진행한 2021년 여름 채용에서 파괴연구소는 회사에 노동요를 담당하는 ‘연구소 방구석 DJ’가 있다며 홍보했다. 189만원 상당 드비알레 팬텀 리액터 600 스피커로 원하는 노동요라면 뭐든 틀 수 있다고 적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0년 채용공고에서는 근무방식을 소개하면서 회사에 있는 것으로 ‘원피스 못지 않은 동료애’, ‘자유로운 복장(벗지만 않으면 됨)’, ‘생일 축하 공연’ 등을 소개했다. 없는 것으로는 ‘꼰대상사의 업무 찍어내리기’, ‘내 공적 가로채는 상사’, ‘눈치 보며 휴가 쓰기’, ‘회사 직원들과 보여주기식 친분 쌓기’ 등을 꼽았다. 파괴연구소의 채용공고는 MZ세대가 직장생활에서 가려워하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평을 받았다. 직원 30명 수준의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지만, 파괴연구소는 채용 경쟁률이 세 자리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돌고래유괴단은 FIFA 2021 숙련자와 광고주 자제를 우대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돌고래유괴단 채용공고 캡처

◇공개채용 아닌 ‘공개처형’···“피파 고수 우대”

유튜브에서 ‘5초 후 건너뛰기’를 하고 싶지 않은 광고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신우석 감독이 이끄는 돌고래유괴단도 ‘신박한’ 채용공고로 유명하다. 돌고래유괴단은 매년 직원을 뽑으면서 공개채용 대신 ‘공개처형’이란 말을 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돌고래유괴단’이란 회사 이름도 신 대표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떠올라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신 대표는 회사가 유명해지면서 사명 의미를 묻는 사람이 늘자 그제서야 둘러댈 표현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격요건이나 우대사항도 독특하다. 올해 1월 진행한 2021년 공개채용에서 돌고래유괴단은 자격요건 중 하나로 ‘광고주에 굴하지 않고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자’를 꼽았다. ‘EA SPORTS FIFA 2021 숙련자’와 ‘광고주 자제분’이 우대사항이다. 채용공고를 만든 건 신 대표의 측근이다. 회사에 피파 게임을 하는 직원이 많아 같이 하려고 우대사항에 이런 내용을 적었다고 한다. 신 대표는 채용공고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캡처해 올리며 ‘대충 만들랬더니 이 새끼가 진짜’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채용공고만 봐도 회사 분위기가 즐거워 보인다”라며 돌고래유괴단의 공고문 본문을 퍼 날랐다.

우아한형제들은 채용공고에서 감각적인 문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아한형제들 홈페이지 캡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좋같은 회사’

채용공고 포스터도 달라졌다. 회사 로고와 함께 자격요건이나 전형 일정 등이 담긴 획일적인 포스터에서 벗어나, 큼지막한 이색 문구로 구직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케팅 회사 대학내일은 2020년 하반기 인턴 공개채용에서 포스터에 ‘나 20대 대학생인데 요즘 동년배들 다 인턴한다’는 문구를 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동년배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코드)을 활용한 것이다. 파괴연구소는 2020년 공개채용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좋같은 회사’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채용전환형 인턴을 뽑으면서 ‘인’생의 ‘턴’잉포인트라 홍보한다. ‘다 때가 있다’는 말도 우아한형제들이 수년 전부터 활용해온 문구다.

하반기 공개 채용을 홍보한 G마켓. /G마켓 제공

◇야식 먹으면서 채용설명회···‘라방’도

이색 채용설명회도 열린다. 요기요는 지난 9월 14일 개발직 지원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심야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요기요의 개발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참가자들에게 배달 할인쿠폰을 보내줬다. 구직자들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채용 설명회를 들었다. G마켓은 8월 라이브커머스 방식의 2021 하반기 개발자 공개채용 설명회를 했다. 이준호 쇼호스트가 진행을 맡았고, 인사담당자 등 실무진이 직무와 회사 비전 등을 소개했다. 고영환 G마켓 채용팀장은 “커머스의 미래를 함께 할 역량 있는 인재들의 참여를 바라면서 라이브커머스 방송 형식으로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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