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장이 하루 5시간 일하고 10억 버는 비결

1129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는 특별한 과일가게가 있다. ‘꽃 위에 비치는 달빛’이라는 뜻의 화월청과다. 이 시대의 자영업자라면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지만, 이 가게의 대표는 하루에 다섯 시간만 일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9.8평에 불과한 이 가게에서 나오는 연 매출은 10억원.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남들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일하면서도 ‘억 소리’ 나는 매출을 올린 걸까.

최근 자신의 성공비결을 담은 책 ‘하루 5시간 일하고 연 10억 버는 엄마사장입니다’를 펴낸 화월청과의 신유안(36)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유안 화월청과 대표./ 화월청과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프리미엄 과일가게 화월청과를 운영하는 2년 차 대표이자 두 아이의 엄마 신유안입니다.”

-장사하기 전에는 은행에서 일했다고요. 좋은 직장을 나와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한은행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시험을 보고 정규직이 됐어요. 정년 보장에 월급도 괜찮은 자리였죠. 첫째를 낳고 육아휴직 중 둘째를 임신했어요. 지금이야 내가 아이를 돌본다지만 나중에 내가 회사에 간다면 누가 아이들을 돌봐줄까를 고민했는데, 결국 보모에게 맡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보모를 쓰면 한 달 비용이 200만원 정도, 여기에 회사를 다니면서 쓰는 밥값과 차비까지 고려하면 제 손에 남는 건 한 달에 100만~150만원 정도였고요. 그럴 바에는 월 100만원 정도를 벌면서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져 보니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첫째가 어린이집에 있는 하루 다섯 시간 정도였고요.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아르바이트는 도중에 자리를 잃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또 일자리를 구해야 하다 보니 창업을 생각하게 됐죠. 그만 둘 때는 주변에서 응원보다 염려를 많이 해주셨죠. 특히 친정엄마는 본인이 과일 중도매상으로 20년 넘게 일하셨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말리셨어요. 갑자기 딸이 번듯한 직장에서 나와 장사꾼이 되겠다고 하니 그냥 두고 보실 수 없었던 거죠.”

화월청과의 과일들./ 화월청과 

-프리미엄 과일이라는 아이템을 정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엄마가 과일가게를 하시다 보니 과일을 계속 받아먹었어요. 매일 먹던 과일이라 무슨 특징이 있는지 몰랐는데 주위 엄마들의 평가가 남다른 거예요. 처음에는 ‘이거 어디서 샀냐’로 시작해 한두 집이 대리구매를 요청했는데 나중에는 제 차 가득 과일을 실어 나를 정도가 됐어요.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다들 ‘다른 가게 과일은 못 먹겠다’고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이런 반응에 시장조사를 해보니 정말 엄마가 중개하는 과일이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더군요. 수급도 안정적이었고요.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하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만 일반 과일가게와 어떤 차별점을 두고 가야 할지, 많은 이들이 과일 시장에 어떤 필요를 느끼고 있을지, 어떻게 해야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을지에 관해선 고민이 많았어요.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제가 타깃 고객으로 생각한 30~40대 여성들의 SNS를 조사했어요. 그 결과물이 ‘백화점 보다 낮은 가격으로 백화점 못지 않은 품질의 고급스러움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과일가게’였고요.”

-창업을 결심했을 때가 둘째 임신 9개월쯤 됐을 때라고 하던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나요?

“창업 준비는 둘째 출산 후 4개월쯤 됐을 때부터 했어요. 가장 먼저 한 일은 동업자를 포섭(?)하는 일이었고요. 애 둘을 키우면서 온전히 혼자 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에 여동생과 함께 하기로 했어요. 둘 다 과일 포장 기술을 배우는 수업을 받았는데 하루 7시간 정도였어요. 전 아이를 데려갈 수밖에 없어서 아기띠를 맨 채로 서서 수업을 들었어요. 4시간 정도 지나면 허리가 정말 아프더라고요. 남편도 제가 독하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어 해낼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가게 자리를 알아보고 인테리어 업체들을 찾아다녔어요. 자잘한 부자재는 서울 방산시장에 직접 사러 다니기도 했는데 이 땐 정말 아이도 저도 고생이었죠. 골목이 워낙 좁고, 짐도 많은 데다, 제가 모유 수유를 했기 때문에 아이가 배고파서 칭얼거리면 중간에 차에서 수유를 하고 와야 했거든요.”

-창업 자금은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8000만원 정도 들었어요.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한 건 부동산 보증금이에요. 그 다음이 인테리어 비용이고요. 사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창업 자금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했어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남편이 “그 정도면 내가 열심히 일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돈이니 시작해 봐, 망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줘서 용기를 내 시작했어요.”

엄마와 함께 출근하는 신유안 대표의 둘째(왼쪽 사진) 아기. 신 대표가 주문받은 과일을 포장하고 있다./ 화월청과

-대표가 일하는 다섯 시간 동안 전체 매출의 90%가 발생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일하나요?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는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매장에 출근했어요. 오전 9시 30분쯤인데 이때부터는 새벽 시장에서 온 과일 상태를 검수하고 과일 가격을 책정하죠. 네이버 밴드에 오늘 판매하는 과일에 대한 상세 소개도 올리고 주문을 받아요. 이 밴드는 화월청과 고객분들이 모인 SNS예요. 그날 들어온 과일 가운데 진짜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품목이 한두 가지는 꼭 있는데, 이런 과일들은 밴드에 올리면서 ‘화월언니 1번 추천’이라고 써놓아요. 추천 상품으로 올려놓으면 짧으면 한 시간, 길어도 세 시간 안에는 모두 품절되죠. 틈틈이 매장에 오신 손님을 응대하고 주문을 확인해 챙기면서 배달도 보내요. 그렇게 일하다 오후 두 시 반쯤 큰 아이 하원을 위해 퇴근했죠. 그 이후로는 동생이 매장을 맡아주고요. 예전에는 퇴근하고 아이들을 챙겨서 재우면 끝이었지만, 요즘에는 기업 고객이나 마케팅 상담을 할 일이 많아져 집에서도 한두 시간 정도 업무를 더 처리하기도 해요.”

신유안 대표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하루 다섯 시간만 일하지만 주문이 밀려드는 명절에는 늦은 밤까지 일하기도 한다. 고객들이 주문한 명절 선물용 과일들을 세팅한 모습(왼쪽사진)과 주문받은 물건들을 택배를 통해 보내는 모습./ 화월청과 

-명절 때도 다섯 시간만 일하나요?

“명절 때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약 3주 정도를 하루 두 시간밖에 못 자고 하루 종일 일을 하게 돼요. 아무리 다섯 시간 업무 모델을 만들어놨다 해도 벌 때는 바짝 벌어야 하니까요. 이 기간엔 남편이 비상 육아 체제에 돌입하고요. 동네 언니들도 총출동합니다. 밤 9시쯤 아이들 재워 놓고 다들 아르바이트를 하러 와요. 새벽 작업이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 재워놓고 콧바람 쐰다고 다들 굉장히 즐거워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6000여명 정도인데 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지 않고 네이버 밴드를 통해 과일을 판매하나요? 밴드원들은 몇 명이고 어떻게 모집했나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모두 제가 판매하는 제품에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가까워요. 전 한정된 물량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빠르게 판매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기 때문에 동네분들이 주요 고객층이기도 하고요. 이분들을 효과적으로 모으려면 네이버 밴드같이 지역, 관심사 등 공통점을 기반으로 모이는 폐쇄형 SNS가 적합할 것 같았어요. 제가 운영 중인 밴드에는 1900명 정도가 들어와 있는데, 모두 같은 지역 분들이에요. 같은 동네에 사는 분들만 있다 보니 과일 판매 이외 가끔 동네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해요. 밴드를 처음 오픈했을 때는 가입 고객에게 제가 자체 제작한 보냉 가방을 선물로 드렸어요. 300개 정도였으니 이분들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모두 과일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가입하신 분들로 봐도 무방해요. 전단지 같은 홍보물도 없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밴드원들이거든요.”

화월청과의 과일들./ 화월청과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릴건가요?

“아이들이 더 커서 제 손이 필요 없을 때쯤이면 아마 제 동생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조카들을 낳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때는 반대로 제가 길게 매장을 지키고 제가 없는 동안 자리를 지키며 고생해 준 동생을 하루 다섯 시간만 일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어요.”

-창업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가 아니라, 반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더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어려운 일도 해냈잖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요.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엄마 정신을 가지고 원하는 일에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여성분들과 함께 가족점 50개를 오픈하는 거예요. 과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이 50개 정도의 매장이더라고요. 여기에 성공한다면 경력 단절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저의 이야기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고요. 

지금도 매달 기부와 봉사를 하고 있지만 화월청과라는 브랜드로 매년 첫 영업일에 들어오는 가장 맛있고 귀한 과일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보육원, 미혼모 시설 같은 단체로 들어가는 과일을 보면 과일의 질이 아주 뛰어나진 않거든요. 맛있고 귀한 거 보면 애들 생각나잖아요. 그래서 가장 맛있고 귀한 과일을 사줄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혹은 좋은 걸 먹이고 싶지만 형편이 안돼 속상한 엄마들에게 최고로 맛있는 과일을 매년 대접하고 싶어요.”

글 CCBB 포도당

img-jobsn
Advertisements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