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아파트 못 사니까 요즘엔 ‘OO’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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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설과 주택 중간 ‘생숙’

청약 경쟁률 세자릿수 기록

‘선당후곰’ 외치며 묻지마 투자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 꿈 갖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때문에 아파트 대신 ‘레지던스’로 통하는 생활숙박시설(생숙) 분양으로 쏠리는 2030 세대도 적지 않아졌다. 생숙은 호텔 등 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취사 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투숙객이 생활형 숙박시설로 전입신고도 가능해, 숙박시설과 주택의 중간 형태에 가깝다. 아파트 등 기존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생숙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세자릿 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롯데건설 홈페이지

일례로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876실 모집에 청약 57만5960건이 몰렸다. 경쟁률은 평균 657대 1.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고 16억1000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와 맞먹지만 경쟁률은 결코 낮지 않았다. 

당첨자 발표 이후에는 웃돈이 적게는 2000만원에서 최고 1억5000만원까지 붙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분양권 중개업소인 일명 ‘떴다방’이 등장했다. 전매 제한이 없다보니 단타로 초피(당첨 직후 형성되는 웃돈)를 노린 투자자들도 많이 몰렸다. 청약 당첨 후 계약금 10%만 내면 전매가 가능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도 생숙 인기가 높다. 앞서 지난 7월 충북 청주 흥덕구에 있는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160실 모집에 청약 13만8000건이 몰려 평균 86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는 1221실 모집에 청약 43만여건이 접수돼 평균 356대 1 경쟁률로 마감했다. 

이처럼 생숙 투자 열기가 과열되는 데에는 생숙이 법적으로 집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에서 비껴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생숙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에 중과되는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도 붙지 않는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고, 다주택자여도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점도 생숙 광풍에 기름을 얹었다.  

최근 마곡 르웨스트 청약 신청을 했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미혼 1인가구로서 아파트 청약은 가점도 낮고 가능성도 0에 수렴한다고 판단했다”며 “마이너스피(분양권을 손해 보고 파는 경우) 우려도 나왔지만 당첨된 뒤에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일단 넣어봤다”고 말했다.

이같은 생숙 투자자들은 청약을 넣으며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을 외친다. 먼저 당첨된 뒤 계약 여부나 계약금 조달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청약 당첨 직후 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사고파는 ‘초피꾼’들이 몰리며 웃돈은 점점 커진다. 

아파트 규제가 심해지자 비주택 시장으로 부동산 투자 열기가 몰리고 있다. /픽사베이

하지만 법상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주거 목적의 사용이 제한되다 보니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올 초 정부는 생숙에 대해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임을 명확히 했다. 생숙을 주택처럼 사용하면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일반 주택처럼 소유자가 실제로 거주하거나, 전세나 월세로 내줄 수 없다는 뜻이다. 

현실에서는 주택이 아닌 투자 상품을 마치 주거가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생숙 분양에 ‘입주’ 예정일 같은 표현이 들어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일부 시행사나 중개업소는 “실거주나 임대가 가능하다”고 광고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주거 목적 이용이 법적으로 불가하다. 

또 숙박업 신고를 한 뒤 숙박료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아파트보다 생숙의 가격 하락 폭이 큰 편”이라고 경고한다.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처는 생숙, 민임(민간임대), 오피(오피스텔) 세 가지뿐”이라는 말도 돈다. 정부가 강력한 주택 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비주택 투자 광풍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집값 잡으려다 비주택 청약 시장까지 비정상적으로 과열되고 있는 셈이다. 

CCBB 글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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