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의원 운영한 부부가 수험생 두 딸 위해 벌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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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딸 간식 고민하다 한방엿 만들어
“초콜릿 견줄만한 세계적인 간식 만들 것”

“매일 밤 지친 모습으로 돌아오는 수험생 딸이 안쓰러워 한약을 챙겨 줬어요. 약이 쓰다는 이유로 먹지 않고 도로 가져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간식 같은 보약’을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사업까지 시작했습니다.”

박경화(58) 웰러 대표 부부는 1987년부터 부산 해운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박 대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뒀고, 10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다. 아이가 크면서 한의사인 남편을 도와 한의원 운영을 도맡았고, 두 딸에게 줄 건강 간식을 고민하다 창업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의 사연이 궁금했다.

박경화 대표. /웰러 제공

-웰러는 어떤 회사인가.

“바쁜 현대인이 손 쉽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건강 간식을 만드는 회사예요. 건강을 더 챙기자는 뜻으로 웰러(well+er)라 이름 지었습니다. 동의보감 처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방엿과 한방차 등 한약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든 계기가 궁금하다. 두 딸과 관련한 사연이 있다고.

“딸이 고등학생 때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밤 11시에 지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등굣길에 보약을 챙겨 줬지만, 쓰거나 먹기 불편해 먹지 잘 안 먹더라고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조청을 넣어 엿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조선시대 때 왕세자에게 두뇌 발달을 위해 먹인 게 조청이에요.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엿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기존 한약 처방을 활용해 집에서 전통 방식으로 엿을 만들었어요.

딸들이 반 친구들에게 엿을 나눠줬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한의원 프런트에도 가져다 놨더니 고객 분들이 맛있다며 엿을 팔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점점 만드는 양이 늘었고, 남편과 상의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기로 했죠. 웰러를 세우고 제조 시설을 찾았습니다.”

목편엿과 몸편엿. /웰러 제공

-한방엿 개발 과정은.

“사탕 공장을 찾아갔어요. 사실 엿 공장에 먼저 방문했는데, 위생적인 환경에서 엿을 만드는 공장을 찾기 힘들더라고요. 고농축 한약과 조청으로 엿을 만드는데, 비위생적인 공장에 생산을 맡길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탕 공장에 갔더니 고농축 한약을 넣으면 사탕으로 만들 만큼 제품의 강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캐러멜 공장에서는 연유 특유의 향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맛이 안 나왔습니다. 3~4개월 동안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을 찾다가 가까운 부산에서 도와주겠다는 분을 만났어요. 3개월 동안 여러 차례 샘플링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맛을 구현한 제품이 탄생했습니다.

맛뿐 아니라 제품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고민이었어요. 시중 캐러멜 사탕을 보면 모양이 일정치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에요. 연중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온도나 습도 때문에 녹아서 형태가 변하는 건데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란 케이스에 제품이 딱 맞게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녹아도 제품이 눅진거릴 뿐이지, 냉장고에 1시간만 넣어두면 케이스 때문에 다시 각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 다 고려해 한방엿(bit.ly/39Ke1fw) 제품을 출시했어요.”

박 대표는 한방엿 제조에 적합한 공장을 찾기 위해 수개월 전국을 누볐다. /웰러 제공

-한방엿에 관해 소개해 달라.

“대표 상품이 목편엿(목이 편한 엿)과 몸편엿(몸이 편한 엿)입니다. 현대인이 일상에서 겪는 가장 흔한 질환이 스트레스·소화불량·만성피로·목 통증이에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기획했습니다.

한약재를 고농축으로 달인 한방액상에 조청을 넣어 한방엿을 만들었습니다. 한약재만 들어가면 써서 먹기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조청을 넣었어요. 한방차도 판매하는데요. 한방 재료를 엿으로 가공하기 전에 분쇄해 건조하고 볶으면 한방차가 됩니다. 

처음 만든 제품이 목편엿이에요. 목편엿에는 목에 좋은 건도라지·천궁·복령·사인·감초·박하가 들어갑니다. 박하는 각성효과가 있어 졸리거나 몸이 처질 때 먹으면 효과도 좋아요. 만성피로에 좋은 몸편엿에는 작약·당귀·천궁·황기·지황·생강·계피·감초 등 쌍화탕 원재료를 넣었습니다. 기력이 떨어지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먹으면 좋은 간식이에요.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는 설탕·인공향료·첨가제가 일절 들어가지 않습니다. 물엿을 넣는 캔디류와 달리 조청을 넣었고, 원재료 함량은 10%에 달해요.”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

“2017년 말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어요. 판매량이 많아 베스트 상품 명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방 재료를 넣었는데도 제품이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어디에 좋다는 문구를 넣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도 ‘목이 아픈 신랑에게 선물했더니 효과를 봤다’는 등 긍정적인 후기가 댓글로 달리면서 판매가 늘기 시작했어요. 고객이 대신해서 홍보를 해주신 셈이죠. 재구매율도 높았습니다. 온라인몰(bit.ly/39Ke1fw)에서도 인기입니다.”

수능 시즌 합격엿으로 팔리는 웰러 제품. /웰러 제공

-주요 소비자층은 누군가.

“30대와 40대 직장인 여성입니다. 여성 고객이 구매해 직접 먹거나, 남편이나 주변 어른께 선물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은 목편엿입니다. 매출은 수능 시즌에 가장 많이 나와요. 합격엿으로 선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연 매출의 절반이 수능 시험을 앞두고 발생합니다. 일이 한창 바쁠 때 큰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부산으로 내려와 손을 거들었어요. 한 달 만에 본인 연봉만큼 매출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애로사항은 없나.

“최상급 원료를 씁니다. 한방 재료도 국내 재배가 적은 감초를 제외하면 거의 다 국산만 고집하고 있어요. 이런 재료를 고농축으로 달여 만들다 보니 원가가 높은 편입니다. 엿을 만들 때 쓰는 조청도 설탕보다 몇 배 이상 비싸고요. 상황이 이런데도 엿이라 하면 저렴한 간식이라는 인식이 있어 고민이에요. 초콜릿 같은 간식은 제품 구성에 비해 고가로 팔리는 선물용 제품도 잘 나가잖아요.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지갑을 열 수 있게 설득하는 게 과제입니다.

사업 운영에 딸들의 도움도 받았어요.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는데, 큰딸이 인스타그램 같은 SNS 마케팅을 시작하니 매출이 급상승하더라고요. 매출이 오르는 재미를 느끼더니 아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웰러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어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둘째딸은 패키지 디자인 제작을 돕고 있어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가족 브랜드가 된 셈이죠. 제품 개발은 한의사인 남편이, 전반적인 운영은 제가 담당해요. 가족 구성원 저마다 가진 전문성을 살려 의기투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저평가된 전통 간식인 엿을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요즘은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고객을 위한 제품 개발에 한창입니다. 앞으로도 질 좋은 한약재를 활용해 현대인을 위한 다양한 식품을 내놓을 계획이에요.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고객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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