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아마존? 저희는 안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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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9월14일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사전계약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차는 전용 웹사이트 ‘캐스퍼 온라인’을 통해 인터넷으로만 얼리버드 예약 접수를 받았는데요. 첫날 현대차 내연기관차 가운데 최다인 1만8940대라는 계약 기록을 세웠습니다.

캐스퍼의 인기와 함께 현대차의 새로운 판매 방식이 주목받았습니다. 현대차는 캐스퍼 출시와 함께 한국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D2C(Direct to Customer·판매자-소비자 직접판매)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사전 예약부터 인도까지 기존 영업망 대신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판매하는 것이지요. 현대차 내부에선 직접판매로 구매 편의성을 제공한 덕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직접판매 방식으로 출시된 캐스퍼.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최근 업계를 가리지 않고 이 같은 D2C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기존 네이버·쿠팡·아마존 등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이 고객 유입량 등 이점을 포기하면서 자체 판매망을 구축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추세입니다. 미국에서 탈(脫) 아마존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직접판매 전환을 선언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나이키는 원래 적극적으로 중간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습니다. 2012년에는 도매 채널 등 간접판매 매출 비중이 84%에 달했습니다. 직접판매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2019년 11월 나이키는 돌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신임 최고경영자였던 존 도나호 나이키 CEO는 아마존 철수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체 웹사이트, 모바일과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이키를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진 배우 이시영. /이시영 인스타그램 캡처

나이키가 매출 절반 이상이 나오는 도매 채널 가운데 대표 격인 아마존 철수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요. 우선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면 유통 수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마존뿐 아니라 네이버, 쿠팡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합니다. 판매 규모가 늘어날수록 수수료도 커집니다. 유통 단계를 단순화할수록 판매자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기업이 플랫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 규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는 단점이 따라옵니다. 어떤 구매자가 무슨 제품을 샀는지, 제품 트렌드는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자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즉각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마케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존 도나호 나이키 CEO. /VMware 유튜브 캡처

일관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직접판매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이라도 어디서 물건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간접판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단기간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직접판매 전환을 선택합니다.

아마존과 결별한 나이키의 실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아마존 철수 1년 뒤 나이키의 자사몰 매출 비중은 15%에서 30%로 올라갔습니다. 2020년 2분기 디지털 채널 매출이 83%(9억달러) 증가했고, 멤버십 회원 1억4000만명을 새로 확보했습니다. 존 도나호 CEO의 결단이 나이키의 재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왔습니다. 나이키는 D2C 전환 이후에도 고객 정보 관리와 마케팅 활용을 위해 데이터 분석 회사를 인수하는 등 직접판매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D2C 방식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유통 채널 의존도가 높았던 식품업계가 대표적인데요. 동원그룹은 직접판매 확장을 위해 올해 전 계열사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는 동원디어푸드 법인을 신설했습니다. 자사 제품 전문 쇼핑몰 동원몰을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입니다.

CJ더마켓과 쿠팡에서 판매하는 고메 포테이토치즈 핫도그 가격. /각사 홈페이지 캡처

CJ제일제당은 자체 온라인몰 CJ더마켓을 통해 직접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유료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다른 판매처보다 2주 먼저 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CJ더마켓은 출범 1년 만에 2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숙제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입니다. CJ더마켓에서 CJ제일제당의 고메 포테이토치즈 핫도그(400g) 가격은 8480원입니다. 같은 제품을 쿠팡에서는 67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맥스봉치즈(162g)도 CJ더마켓에선 3000원, 쿠팡에선 2480원에 구매 가능합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접판매가 지속가능하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감수할 만큼의 뛰어난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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