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 사 먹어요” 빙수계의 샤넬 가격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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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작은 사치’ 호텔 빙수

애플망고빙수는 6만원대로 올라

9만8000원 샤인머스켓 빙수 완판 행진

방송인 서현진이 조선팰리스 강남호텔에서 먹은 샤인머스켓 빙수. 9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고가 빙수 대표주자이다.  /서현진 인스타그램

여름의 끝물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 호텔가 ‘빙수 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보복 소비와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트렌드가 맞물려 한 그릇에 10만원을 육박하는 빙수도 불티나게 팔린다.

◇5만원권 한 장으론 ‘애망빙’ 못 사먹는다 

호텔 ‘고급 빙수’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제주신라호텔에서 처음 선보인 ‘애플망고 빙수’는 여름철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제주산 애플망고가 1개 반에서 2개 들어간다고 한다. ‘애망빙’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지난해만 해도 5만원대에 머물던 호텔 망고빙수는 올해 6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올해 서울신라호텔 애플망고 빙수 가격은 한 그릇에 6만4000원. 지난해보다 5000원, 약 8.5% 오른 가격이다.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6만8000원으로 국내 호텔 망고빙수 중에선 가격이 가장 비싸다. 롯데호텔 서울은 6만원에 팔고 있다. 출시 초기보다 모두 가격이 올랐지만 평일 오후에 가도 빙수를 먹기 위한 대기줄이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애망빙 유행을 타고 각 호텔들은 ‘이색 빙수’도 내놓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은 애플망고 빙수에, 철갑상어알을 소금에 절여 토핑했다. 캐비어가 올라간 이 빙수는 한 그릇에 6만9000원. 같은 호텔에서 파는 망고 빙수(4만5000원)보다 2만4000원 더 비싸다. 

웨스틴조선부산은 육회비빔밥을 닮은 ‘유쾌빙수(3만9000원)’를 출시했다. 우유 얼음을 깔고 그 위에 딸기와 망고 퓌레를 올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쌀밥 위 육회와 달걀노른자 같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월악산에서 직송한 벌꿀을 얹은 ‘허니 골드 빙수(5만4000원)’를 선보였다. 벌집에 금박을 입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웨스틴조선부산의 ‘유쾌빙수’. 얼음 위 딸기 퓌레가 마치 육회처럼 보인다.  /웨스틴조선부산

◇빙수계의 ‘샤넬’로 떠오른 9만8000원짜리 빙수

애플망고 빙수의 아성을 누르고 올 여름엔 샤인머스켓 빙수가 럭셔리 빙수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다. 청과 시장의 유행이 빙수계 판도도 바꿔놓은 셈이다. 

5성급 호텔인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은 지난달 말까지 1914라운지바에서 매일 20개 한정으로 샤인머스켓 빙수를 판매했다. 한 그릇에 9만8000원으로, 국내 최고가 빙수 타이틀을 얻었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보다 3만4000원 비싸다. 

샤인머스캣 다섯 송이가 들어가는데 네 송이는 착즙해 얼려 얼음으로 쓰고, 나머지 한 송이는 빙수 위에 데코레이션을 한다. 2~3인이 먹을만한 양이다. 반응은 ‘없어서 못 팔 정도’.  역시 ‘샤머빙’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각종 SNS에는 이런 샤인머스켓 빙수 ‘인증샷’이 올라온다. 방송인 서현진도 이곳을 찾아 빙수를 먹은 사진을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배우 왕빛나도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빙수를 맛본 영상을 올렸다.  

지난달 샤인머스켓 빙수를 먹은 사진을 올린 한 30대 여성은 “비싼 것을 먹었다고 과시하고 싶다기보다는 희귀한 상품을 먼저 맛봤다고 자랑하고픈 마음에 가깝다”고 했다. 

름철마다 가격이 비싸다는 논란이 있는 ‘애플망고 빙수’는 이제 호텔빙수의 전통 강자로 자리잡았다. /신라호텔 서울

◇”1박 40만원 특급호텔 저렴하게 누리는 경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런 빙수를 먹으려고 줄 서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몇 만원씩 하는 빙수를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척척 사먹는 건 아니에요. 친구랑 같이 가면 인당 2만~3만원 수준이니 여름철 한 번쯤 기분 전환을 위해 쓸만한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호텔에 한 번 묵으려면 수십 만원인데 그에 비해 저렴하게 호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죠.” 

고급 빙수가 일종의 ‘호캉스 입문 상품’이라는 뜻이다. 국내 특급호텔에 하루 머무는 가격은 40만원대이다. 호텔 입장에서도 아직 구매력이 약한 20대 손님이 고급 빙수를 통해 호텔 문화를 맛보고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음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올해 5월 문을 연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은 샤인머스켓 빙수로 입소문을 타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CCBB 글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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