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꿈꾸던 소녀가 브레이킹 선수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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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식 종목 ‘브레이킹’ 

브레이킹 선수 박민혁·전지예

헐렁한 힙합 바지와 헤드 스핀 묘기. 브레이크 댄스가 장르를 넘어 스포츠가 됐다. ‘브레이킹’이란 이름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것. 첫 시작은 2024 파리올림픽이다. 한국 브레이킹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비보이 월드랭킹 집계사이트 ‘비보이랭킹즈’를 보면 한국 브레이킹 국가 랭킹은 미국에 이어 2위다. 코로나 영향으로 국내외 대회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브레이킹을 두고 ‘효자 종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는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 선발전이 진행 중이다. 박민혁(26, 닉네임 주티주트), 전지예(22, 프레시벨라)는 최근 열린 1차 대회 비보이·비걸 각 부문에서 우승했다. 올해 12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나선다. 메달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두 선수를 만났다. 

브레이킹 선수 전지예 /전지예 제공
브레이킹 선수 박민혁. /박민혁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박민혁) “14년차 비보이이자 베이스어스 크루 리더 주티주트 박민혁입니다.”

(전지예) “소울번즈 크루에 소속된 막내 전지예입니다.”

-브레이킹은 언제 처음 접했나요? 시작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 “2007년에 브레이킹을 처음 접했어요. 당시 고향인 목포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처음 비보이를 봤어요. 이후 비보이가 나오는 공연과 방송을 보며 꿈을 키웠어요. 처음엔 가볍게 놀이로 시작했어요. 비보이를 흉내내려고 집 안 바닥에 이불을 펼쳐놓고 몸을 막 던져 연습하곤 했어요. 

브레이킹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윈드밀’이라는 기술을 습득하면서부터예요. 혼자만의 노력으로 한 가지 기술을 익히고나니 더욱 재미를 느꼈어요. 규모가 큰 대회서 우승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6살 나이에 혼자 서울로 상경했어요. 비보이문화가 활발한 곳에서 브레이킹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전) “브레이킹은 201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케이팝 걸그룹을 꿈꾸며 댄스 학원을 다녔어요. 그곳에서 모든 장르의 춤을 배웠죠. 비보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해요. 브레이킹 동작을 곧잘 따라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몇 가지 동작들을 더 알려줬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얼떨결에 시작했죠. 처음엔 브레이킹에 대한 반감도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고보니 제 적성과 잘 맞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는데, 브레이킹이 운동 같았어요. 몸이 힘든게 즐겁더라고요.”

-박민혁 선수는 어린 나이에 혼자 서울에 올라왔어요. 두렵지 않았나요? 

(박) “고시원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그냥 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재밌었어요. 혼자 지하철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기도 하고요. 

고등학생 때 처음 크루에 들어갔어요. 연습을 고정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 전에는 연습실이 없어서 지하철 역이나 태권도장 앞 복도 같은데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바닥이 미끄러운 곳이면 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찜질방 건물 입구에서 연습하다 쫓겨난 적도 있어요. 또 이수역 역사 내에서 춤을 추던 중 한 취객이 다가와 용돈을 건넨 적도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웃음). 브레이킹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연습도 더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전지예 선수는 원래 피겨 스케이팅을 했다고요. 스케이트를 벗은 이유가 있나요?

(전) “초등학생 때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피겨를 시작했지만, 선수로 데뷔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았어요. 비용도 많이 들었고요. 아쉬웠지만 포기했어요. 그리고 춤을 시작했죠. 피겨스케이팅은 지금도 취미로 하고 있어요.”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비보이·비걸

비보이 박민혁과 비걸 전지예는 각각 학원과 학교에서 댄스 강사로 활동하며 고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 강습, 대회 출전 등을 제외한 자투리 시간은 모조리 연습 시간이다. 시간이 모자르면 밤새워 연습하기도 한다. 연습량이 많은 만큼 대회 성적도 좋다. 14년차인 박민혁은 500개, 5년차인 전지예는 70개 대회에 참가했다. 그 중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박민혁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레드불 비씨 원 코리아’에서 2016년, 2019년 우승했다. 또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 등 일대일 브레이킹 대회에서도 여러번 우승해 이름을 올렸다.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대회에서 심사위원 자격으로 초청하기도 한다. 

전지예는 2018년 밤잼코리아비걸배틀 우승을 시작으로 해외 배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프랑스 배틀에서 비보이를 제치고 4강까지 올라가는가 하면 대만 배틀에서는 최종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브레이킹 대회 출전한 전지예 /전지예 제공
브레이킹 대회 출전한 박민혁. /박민혁 제공

-평소 브레이킹 연습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박) “요즘 많게는 하루에 12시간까지 연습해요. 스케줄이 있는 날은 3시간 정도 연습해요. 제가 올해 전역했는데, 군복무 하기 전에는 하루 평균 5~6시간 정도 연습했던 것 같아요.”

(전) “전 정말 많이 하면 5시간 정도에요.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연습하는 것 같아요. 12시간까지 연습한다니 앞으로 더 분발해야겠어요 (웃음).” 

-브레이킹 평가 방식이 궁금합니다.

(박) “사람들이 어떻게 예술을 점수화시키냐고 묻곤 하는데 브레이킹은 오래 전부터 점수로 평가했어요. 브레이킹 종목 안에서도 다양한 심사체계가 있어요. 우선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제가 듣기론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은 점수를 내는 방식이 피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요. 예를 들어 예술성, 기술 등으로 세분화시켜 점수를 내는거죠. 실수 없이 음악에 잘 맞춰 동작을 완성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춤에도 종류가 많은데요. 다른 춤도 추나요?

(박) “직접 춰보진 않지만 다른 춤도 좋아해요. 현대무용이나 힙합, 락킹, 팝핀, 하우스댄스 등 눈으로 보면서 연구를 많이해요. 실제로 브레이킹 동작을 만드는 데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전) “저는 어린 학생들한테 케이팝 댄스를 가르치고 있어요. 또 힙합하는 친구를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해요.”

-춤에도 유행이 있나요? 요즘 유행하는 춤은 무엇인가요? 

(박) “춤에도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요즘 틱톡이란 장르가 새로 생긴 것 같아요. 짧은 분량의 영상에 담긴 춤이죠.”

(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틱톡이나 릴스 장르가 인기가 많아요. 누군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 영상을 올리면 그걸 보고 사람들이 따라 춤추며 또 다시 영상으로 올리는거에요.”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전) “최근 울산에서 열린 비보이페스티벌 무대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우승했던 대회인데, 부모님이 제가 춤추는 모습을 실제로 처음 본 무대이기도 해요. 막상 배틀할 때는 잘 몰랐지만 부담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결국 우승해서 부모님도 흐뭇해하셨어요. 대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가족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박) “저도 비슷한 사례인데 최근에 브레이킹 프로젝트라는 대회가 열렸어요. 2주 후에는 ‘브레이킹 K’ 대회가 예정돼 있었죠. 프로젝트 대회에서 제가 2등을 했는데 그게 TV 방송이 되면서 엄마와 이모들이 보고 피드백을 많이 해줬어요. 그런 피드백은 생전 처음이었어요. 왠지 신경이 쓰여서 연습할 때도 그 부분에 집중했어요. 그런 이유인지 곧이어 열린 ‘브레이킹 K’ 대회에서 우승했어요. 나중에 보니 이모들이 제가 금메달을 목에 건 사진을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셨더라고요 (웃음).”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하나요? 

(박) “상금을 받는 것도 있지만, 고정적인 수입원은 브레이킹 수업이에요. 일대일 레슨부터 단체레슨까지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주로 브레이킹 전문반을 담당합니다. 최근에는 CJ와 계약해서 후원금을 받고 있어요. 대회 우승 상금으로는 가장 높은 금액이 300만원 정도 였어요.”

(전) “학원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케이팝 댄스를 가르치면서 용돈을 벌고 있어요. 부모님이랑 같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용돈을 버는 정도에요. 저도 최근에 CJ와 계약하면서 후원금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대회에서 가장 많이 받은 우승 상금은 120만원이에요. 이것 외에도 해외 대회에서 초청을 받으면 다양한 지원을 받아요. 주최측에서 비행기 티켓부터 호텔 비용, 케어 비용 등을 지원해줘요.”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어땠나요?

(전) “처음엔 크게 관심 없었어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대회도 줄고 슬럼프가 왔었어요. 브레이킹 연습은 늘 했지만 즐기는 만큼만 췄어요. 올해 밤잼이란 대회가 열렸는데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했어요. 올림픽을 노려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브레이킹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을 때는 무엇보다 부모님 반응이 더 좋았어요. 그 전까진 몸 부상을 걱정하고, 다른 직업을 권유하셨지만 이젠 이 길에서 열심히 해서 성공하라고 말씀해주시죠. (웃음)”

(박) “정식으로 채택되기 2~3년 전부터 소문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히 브레이킹신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것이고, 그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브레이킹은 스포츠 종목이 되는 만큼 스포츠반 예술반이라고 생각해요. 체계적으로 임해야 하죠. 예전엔 브레이킹을 감성적으로 승화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기술도 더 향상시키고 동작도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브레이킹 댄서에서 선수로 

브레이킹 배틀에서 우승한 박민혁./ 박민혁 제공
브레이킹 배틀에서 우승한 박민혁./ 박민혁 제공
브레이킹 배틀에서 우승한 전지예./ 전지예 제공

박민혁·전지예 선수는 최근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이 주관한 ‘브레이킹 K’ 1차 대회에서 각각 비보이, 비걸로 초대 우승자가 됐다. 이번 1차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올해 12월 열리는 세계댄스스포츠연맹 브레이킹 선수권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비보이 박민혁과 비걸 전지예는 한국을 대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다가오는 파이널 대회에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를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브레이킹 K’ 시리즈의 초대 우승자가 된 소감을 물었다. 

(박) “준비를 한 만큼 운 좋게 결과가 잘 따랐던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하라는 계시로 받아들였어요.”

(전) “이제 시작이지만 너무 좋았어요. ‘브레이킹 K’ 초대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기분 좋았고요.”

-다가오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박) “이 종목 자체가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자기만의 개성이나 기술을 스스로 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준비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전) “저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기술 연습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체력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매일 한 두 시간씩 뛰면서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또 생활패턴도 건강하게 바로잡으려고 해요.”

-현재 ‘브레이킹’ 종목에 있어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떤가요?

(박) “과거보다 해외 활동을 하는 국내 비보이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국내에는 실력있는 비보이들이 많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에요.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들이 있다면 유럽이나 일본이에요. 비보이를 육성하는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잘 잡혀있고, 지원도 탄탄한 편이죠.”

(전) “한국은 비걸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걸은 전국에서 10명 정도인 것 같아요. 한때는 제가 사는 지역인 전주에서만 비걸이 10명 정도였는데, 하나 둘 다른 진로를 택하면서 많이 줄었어요.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앞으로는 비걸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는 일본의 비걸이 유명한 편이에요.”

-해외 무대에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세요. 

(박) “일대일 배틀 처음 우승했던 게 유럽권에서 프랑스였어요. 일대일 배틀은 멀리 있는 만큼 더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에요. 먼 곳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더 짜릿했어요. 우승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5시간 내내 정말 기분 좋았어요.”

(전) “우승은 못했지만 저도 프랑스에서 출전한 일대일 배틀이 기억에 남아요. 일반적인 일대일 배틀은 비걸끼리, 혹은 비보이끼리 경합을 벌이는 구조에요. 그런데 제가 출전했던 대회는 비걸과 비보이가 함께 배틀하는 방식이었어요. 4강에서 떨어졌지만 해외 비보이들을 제치고 올라가는 쾌감이 있었어요.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친구들을 이기니까 기분이 남달랐죠. 비걸을 이기는 것보다 쾌감이 더 컸어요.”

/전지예 제공
/박민혁 제공

-나에게 ‘브레이킹’이란? 

(전) “자신감이에요. 제가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는데 브레이킹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원래 사람들 많은 곳에서 주목 받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춤 출 때만큼은 준비한 걸 보여줘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주변이 신경쓰이지 않더라고요. 브레이킹이 제 스스로를 많이 변화시켜 준 것 같아요.”

(박) “고마운 존재죠. 춤추기 전과 후의 인생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너무나 평범하고 재미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브레이킹을 하면서 서울에 올라오게 됐고, 해외도 많이 나갈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하죠.”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 “아시안게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는 것이 최우선 목표에요. 최종적으로는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전) “세계선수권대회가 가장 가까운 대회인데 거기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에요. 최종 목표는 올림픽 국가대표로 무대에 올라 금메달을 따는 것이에요.”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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