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정주영과 어깨동무 하던 할머니 정체

248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
돈만 많은 건물주 아니야
카이스트에 766억원 기부

TV조선 한 예능 프로그램에 미국에서 월세를 수금하는 80대 할머니가 등장했습니다. 약 5억원에 매입한 LA집은 가격이 11억원으로 뛴 것을 확인하고 흐뭇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또 수영장과 골프장도 있는 캘리포니아 팜 데저트 별장에 방문해 예능 출연자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이를 본 몇몇 시청자들은 “이젠 그냥 돈 많은 건물주도 막 나오네”, “건물주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방송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면 ‘그냥 건물주’가 아닌 걸 금방 알 수 있죠. 미국에 호화로운 별장이 있고 월세를 걷으러 다니는 이 80대 할머니는 누구일까요.

미국 캘리포니아 팜데저트에 있는 이수영 회장 별장. /TV조선 유튜브 캡처

기자→목축업·모래사업→광원산업 회장

남 부럽지 않은 재력으로 화제가 된 이 할머니의 정체는 광원산업 이수영(84) 회장입니다. 광원산업은 이수영 회장이 1988년 창립한 부동산 전문 기업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가 늘어난 2007년부터는 미국에 투자를 하면서 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막대한 부를 쌓은 부동산 전문 기업 회장이지만 처음부터 이수영 회장이 부동산업에 뛰어들었던 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나온 그는 졸업 후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전에 사법시험에도 도전했지만 낙방 후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진로를 바꿨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1963년부터 서울신문, 현대경제일보(현 한국경제신문 전신), 서울경제신문 등에서 17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이 회장은 기자 생활을 통해 국내 재벌 총수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구로공단 여공 기숙사 문제 해결 등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우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사법고시 합격 후 여권 신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학창 시절의 막연한 꿈을 기자 생활을 통해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도 했죠. 그랬던 이수영 회장은 1980년 언론통폐합 영향으로 해직 됐습니다.

기자 시절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정주영 회장 사이에 있는 이수영 회장(왼쪽). 낮에는 글을 쓰고 저녁에는 농장을 운영했다(오른 쪽). /KBS지식, TV조선 조이 유튜브 캡처

기자 이후의 그의 직업은 농장주였습니다. 기자 생활 중 선물 받은 돼지 두 마리를 계기로 안양에서 목축업을 겸했죠. 당시 낮에는 글을 쓰고 저녁엔 외양간을 살피는 게 일과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농장이 소 15마리, 돼지 1000마리 규모로 커졌고 본격적으로 ‘광원목장’을 창업해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대부분의 목장 부지가 경인고속도로 나들목으로 수용됐습니다. 그는 일부를 정리하고 남은 목장을 운영하면서 목장 근처에서 모래 채취 사업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이수영 회장이 부동산업과 인연을 맺은 건 대학 동기 덕분이었습니다. 모래 채취 사업을 하던 때에 회계 업무에 도움을 줬던 친구입니다. 당시 그 친구는 압류 부동산 경매 업무를 맡고 있었죠. 이 회장은 친구를 통해 용도변경을 못 해 팔리지 않는 좋은 물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건물이 여의도백화점(현 맨하탄빌딩) 5층이었던 것이죠. 그 부동산 가치를 알아본 이 회장은 소와 모래를 팔아 해당 물건을 매입해 용도 변경까지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1988년 광원산업을 창업했습니다.

이수영 회장이 미국에서 처음 투자한 건물. KAIST에 기부했다.

766억원 기부…과학 기술 인재 키울 것

밤낮없이, 휴가 없이 열심히 일해 부를 이룬 이수영 회장이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된 건 기부 덕분입니다. 이수영 회장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KAIST에 766억원을 기부했습니다. KAIST 개교 이래 최고액입니다. 기부 사실이 화제가 되자 이 회장은 “기부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것은 나의 한평생 삶이 축약된 결정”이라고 말했죠.

이수영 회장이 KAIST에 기부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당시 KAIST 서남표 총장의 인터뷰입니다. 과학기술 인재를 키워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서 총장에게서 진심을 느꼈다는 이수영 회장은 기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2012년 첫 기부 이후 이 회장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KAIST발전재단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기도 합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결과 KAIST는 우리나라 발전은 물론 인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영 회장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KAIST는 ‘KAIST 싱귤래러티 교수’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지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교수,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독창적인 과학 지식과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교수를 선발해 지원하는 제도죠. 이 회장의 기부를 바탕으로 설립한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합니다. 세계 최정상급 과학자 배출을 위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교내 연구진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2012년 KAIST 80억원대의 재산 유증 약정식. 서남표 총장과 이수영 회장.

이 회장은 이 밖에도 과거 서울대 낙산 장학회 이사로 42억원 모금에 참여했고 2010년 서울대 법대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2020년 11월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2020 아시아 올해의 자선활동 영웅 15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2020년 7월 기부 약정식에서 이수영 회장은 기부소감을 통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부에 앞장서는 사람으로서 함께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식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돈을 물려줄 게 아니라 기부를 가르쳐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나라를 위하는 뜻을 가진 분들이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이 동참해주기를 바랍니다.”

글 CCBB 하늘

img-jobsn
Advertisements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