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문송합니다’…지금이라도 코딩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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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은행 채용 신 풍속도

경영·경제학도보다 IT·데이터 인재 선호

인문대생은 ‘경영 복전’ 대신 코딩공부 

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김모(28)씨는 올해 시중은행 채용 공고만 기다리다가 결국 일반 기업에도 같이 지원서를 내기로 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김씨는 비교적 급여가 높고 안정적인 은행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시중은행 채용 공고는 대부분 IT(정보 기술)나 데이터 분야에만 한정돼 있었다. 김씨는 “상경계열이라 은행 취업이 유리할 줄 알았는데 지원할 기회조차 거의 없다”며 “이미 일부 친구들은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문과생 취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은행마저도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다. 문과 출신 대졸자들의 좁은 취업문을 표현하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한 상황이 은행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은행권의 IT인재 선호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이후 은행권 전반에 디지털 전환 흐름이 거세지면서 생긴 채용 신 풍속도이다. 

한국은행의 ‘2020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 및 우체국 예금 고객의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액은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비대면 서비스들이 각광받으며 “코로나가 문과생 일자리를 씨를 마르게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과생들의 안정적 취업처였던 은행마저 IT분야 인재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 흐름에 따라 금융권 채용 풍속도도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MBC캡처

◇시중은행 “있는 인력도 내보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신입 및 경력직 2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신입채용은 IT와 데이터 부문에서만 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비슷한 처지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IT디지털 인력 채용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 ICT 분야에 한정해 수시 채용을 진행했다. 하나은행이 올해 인턴 선발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역량검정(TOPCIT) 문항을 내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있는 인력 규모도 계속 줄이는 마당에 신규 채용 여력이 없다”며 “은행 앱 구축이나 데이터 분석에 투입될 수 있는 신입만 환영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2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정기 신입 행원 공채도 하지 않았다. 하반기 정기 공채 진행 여부도 안갯속이다. 은행권에서는 채용에 나서더라도 그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출범 예정인 토스 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역시 문과생이 들어갈 자리가 많지는 않다. 인터넷뱅킹 1위 카카오뱅크는 4년 만에 임직원 수가 3배 이상 늘어 현재 1000명 규모이다. 이 중 40%는 IT전문 인력이기에 이 비중을 점차 높일 예정이다. 

오는 9월 200여명 규모로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올해 말까지 350명 규모 조직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개발자와 디자인, 보안 인프라, 데이터 분야 채용 위주로 할 예정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여수신이나 대출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사실 개발자가 메인 직군이라 수요가 아주 크지는 않다”며 “특히 기존 금융권 경력자를 데려오지 은행원을 신규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던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진로를 바꾸거나 코딩 공부를 새로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 끝나도 채용 트렌드 변화 이어질 것”

은행 취업을 준비하던 문과 출신 취준생들 걱정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권모(25)씨는 “코로나 시국 속 문과생이 정규직으로 취업할 자리가 점점 좁아짐을 느낀다”며 “이미 취업 준비를 하던 친구들 상당수가 공무원 시험으로 진로를 돌렸다”고 했다. 

문과생들의 취업 스펙에는 ‘코딩 자격증’이 추가되는 모양새이다. 대학 2학년인 한모(21)씨는 인문 계열을 전공하고 있지만 다음 학기 데이터사이언스 수업을 들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씨는 “취업하기 위해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던 선배들이 ‘코딩 공부를 꼭 해놓으라’고 조언했다”며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기업의 채용 트렌드는 이어질 것 같아 일찍이 대비하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과 출신 취준생에게 희망적인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IT 역량이 있는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이긴 하지만 경제, 경영 마인드가 출중한 문과생은 전통적으로 늘 필요한 인재입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데이터 역량을 갖추면 핀테크 흐름 속에서 기존 행원들보다 더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글 CCBB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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