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셰프’가 한국 돌아와 반찬가게 차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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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리마켓 송하슬람 셰프
스페인, 국내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
제철 식재료로 요리 같은 반찬 선봬 


마마리마켓은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 삼성동 골목가의 반찬가게다. 평범해보이는 동네  반찬가게지만 메뉴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산서리태와 찰옥수수조림·통오징어 제주곤드레조림·구운가지 쪽파무침·훈제오리가 들어간 묵은지 봉평메밀전·옥천 무농약 송고, 새송이, 생목이 넣은 한우불고기전골·맵쌀가루 묻혀 지져낸 두릅전·새우와 감자를 함께 반죽해 옹심이처럼 빚어 국을 끓인 새우감자완자국·대구 감자 크로켓과 참외 타르타르· 구운피망을 곁들인 타파스·문어가 들어간 감바스 알 아히요…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의 메뉴 이름 같은 한식과 양식 요리가 반찬으로 나온다. 마마리마켓의 남다른 반찬은 주인장의 남다른 경력과 관계 있다. 마마리마켓 오너셰프인 송하슬람(33) 대표는 스페인 바스크의 미슐랭 레스토랑 수베로아, 마드리드 라팔로마 등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무명식당과 미슐랭 레스토랑 밍글스 등에서 일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고급 다이닝 주방에서 일하던 셰프는 왜 레스토랑 대신 반찬가게를 열고 이런 요리를 만드는 걸까.

마마리마켓 송하슬람 셰프. /마마리마켓 제공

화려한 경력을 보면 레스토랑을 여는 게 당연해보이는데 왜 반찬가게를 연 건가요?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했고요. 그게 바로 반찬가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제철 식재료를 다루다보니 여기서만 쓰는 좋은 식재료가 따로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스파라거스는 크기에 따라 1~7번으로 나뉘는데 1번은 고급 레스토랑과 수출용으로만 쓰여요. 1번 아스파라거스가 아무리 좋아도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가 없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재료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같은 재료라도 나라마다 먹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한국에서 시금치를 데치고 무쳐서 먹지만 해외에선 생으로도 먹거나 볶아서도 먹어요. 시금치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걸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음식이 반찬이었습니다. 문턱이 낮아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요. 이름에도 친숙하게 엄마라는 뜻의 스페인어 마마(mama)를 넣었어요. 리(lee)는 제 어머니의 성입니다.”

-일반적인 반찬과는 다른 메뉴가 많아요.

“반찬이라고 꼭 한식만 만들지 않습니다. 한식도 있지만 다이닝에서 하던 요리도 있고 양식도 있어요. 계절마다 좋은 재료, 그걸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요. 때로는 꼬꼬뱅이나 비프 부르기뇽처럼 제가 먹고 싶거나 주방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줘서 만드는 메뉴들도 있고요. 매일 다른 메뉴를 만들고 있어요.” 

마마리마켓 내부. /jobsN

-반찬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뭔가요?

“재료예요. 제철이라는 개념이 없는 식재료도 있지만 그때 가장 맛있고 품질 좋은 재료, 그 맛을 살리는 요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장이나 양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나물에 쓰는 간장은 국산콩으로 만든 간장을 고집하고 있고 고추장, 된장 등은 제 고향 옥천에서 그 지역 재료로 만든 걸로 쓰고 있어요.”

-고객들 반응은 어때요?

“동네 물가나 재료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에 색다른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30~40대 고객이 제일 많은 편이고요. 먹어본 분들이 계속 찾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 직장인부터 동네 주부까지 단골이 많습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면 오후 4~5시쯤에는 반찬이 품절되곤 합니다. 미리 예약 전화를 해두고 구매하거나 배달 주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셰프복을 입은 송하슬람 대표. /마마리마켓 제공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요리사였어요.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요리사로 일찍  진로를 정하고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한식과, 양식, 제빵 자격증도 따고 다양한 요리를 하며 구체적인 꿈을 키웠습니다.”

-어떤 꿈이었나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었어요.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요리도 배우고 일하고 싶었어요. 졸업하면 빨리 군대를 다녀와서 해외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3월에 바로 입대를 했습니다. 제대 한 달 만에 스페인으로 갔습니다.”

-군대에서도 요리를 했다고 들었어요.

“조리병으로 병사 식당에서 복무하다 장군 조리병에 뽑혔습니다. 일반 조리병은 영양사가 짜서 내려온 레시피 대로 음식을 만드는데 장군 조리병은 식단을 직접 짜고 장도 봐야 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모신 장군 사모님이 조미료 쓰는 걸 싫어했어요. 육수도 직접 내고 천연 조미료를 쓰곤 했어요. 좋은 재료를 많이 쓰면 조미료가 필요 없더라고요. 장군 조리병을 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았습니다.” 

-스페인으로 떠난 이유는 뭐였나요?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은 면적 대비 세계에서 미슐랭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곳이에요. 미식의 도시에서 기회를 찾고 싶었습니다. 가자마자 어학원에 등록해 스페인어부터 배웠어요. 산세바스티안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편지를 써서 레스토랑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어요. 스페인에 간 지 7개월 만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미슐랭에서 별 하나를 받은  레스토랑 수베르아(Zuberoa)였어요. 그곳에서 6개월 동안 스타지(무직 견습)로 일했습니다. 보수는 없었지만 잠자리와 식사(스텝밀)는 제공해줬어요. 그 전에도 오라는 미슐랭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분자요리나 실험적인 요리를 하는 곳이었어요. 저는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요리를 배우고 싶었고 수베르아가 훨씬 많은 기회를 줬습니다. 생선 손질도 하고 배울 수 있는 게 많았어요. 그후 마드리드로 가서 라팔로마(La Paloma)에서 2년반을 일했습니다. 클래식한 스페인과 프랑스 요리를 하는 오래된 식당이었는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크더라고요. 변화를 싫어하고 전통을 중요시 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음식의 장점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스페인에서 지내면서 오히려 한식을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됐죠. 또 하나는 제철 재료의 중요성이에요. 스페인은 워낙 땅이 넓고 일조량이 좋으니 좋은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스페인에선 이 식재료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요. 그 맛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요. 좋은 재료를 잘 다루는 법,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하면 돈은 많이 버나요?

“산세바스타인 미슐랭 레스토랑 앞에는 노숙하는 사람도 많아요. 무급이라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몰려와 줄을 서죠. 스타지(무급 견습)로 일하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게 되도 돈은 많이 못 벌어요. 최저 시급으로 한 달에 850유로(약 115만원)를 받았어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경험하는 게 많고 각국에서 온 동료들이 해주는 스텝밀 덕에 즐거웠어요.”

-한국에는 언제 돌아왔나요?

“2014년 말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스페인에서 해보고 싶은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련이 없었습니다. 사실 코이카 해외 봉사단에 지원해 남미에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자리가 나질 않더라고요. 그때 무명식당에서 일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2015년부터 무명식당에서 제철 식재료로 밥상을 차렸어요. 봄에는 봄나물, 가을에는 버섯, 겨울에는 뿌리 채소 등을 이용해서 계절마다 새로운 밥상을 선보였습니다. 2016년부터는 밍글스에서 반상의 반찬 메뉴들을 만들었어요. 이제는 내껄 해보자 하고 맘을 먹었고 2017년 4월에 마마리마켓을 열었습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마마리마켓의 반찬들. /마마리마켓 제공

-레스토랑을 열 계획은 없나요?

“반찬가게를 하다보니 아쉬움 점이 있긴 해요. 무슨 요리든 바로 해서 먹어야 맛있는데 반찬가게는 음식을 식혀서 팔잖아요. 레스토랑은 아니더라도 갓 조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작게나마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타파스바나 외국의 델리숍처럼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반찬가게를 연 지 4년 정도 지나니까 엄마 품에 안겨서 왔던 아이들이 직접 걸어서 자기 먹고 싶은 반찬을 고르는 걸 보곤 해요. 그 친구들이 커서 해외에 갔을 때 해외에서도 어릴 때 먹던 반찬을 먹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제가 해외에 가보니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그리운데도 해외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적이더라고요. 마마리마켓을 해외에 진출시켜 어디서든 누구나 제대로 된 한식과 요리, 마마리마켓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글 CCBB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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