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권리 달라” 주52시간 반대 기업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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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긴 말입니다. 윤 전 총장은 주52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이라 평했는데요. 그는 “스타트업 청년들은 주52시간제 시행에 예외조항을 두어야 한다고 토로한다”며 이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120시간을 근무하려면 매일 24시간씩 5일 일해야 합니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뭘까요.

2021년 7월부터 5~49인 규모 중소 사업장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됩니다. 기업가치 1조원 유니콘을 꿈꾸는 직원 10명 남짓 스타트업도 예외는 없습니다. 평일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근무에 연장근로는 12시간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여기에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해 최장 68시간 일할 수 있었죠. 직장인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장을 위해 노동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가 도입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에 제약을 받자 이 같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이나 IT업계 일부 기업인이 주52시간제가 기업의 성장을 막는다고 지적하는데요. 소신 발언을 했다는 평과 우리나라 기업인이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옵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기업인은 누굴까요.

남세동 대표와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보이저엑스, 남 대표 페이스북 캡처

“참담한 심정, 구성원 자아실현 막는 기분”

남세동 보이저엑스 창업자는 소규모 사업장 주52시간제 적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 창업자는 천재 개발자로 업계에서 유명한데요. 1998년 카이스트 재학 중 네오위즈에 인턴으로 입사해 세이클럽을 만든 인물입니다. 그때 그의 나이는 19살에 불과했습니다. 2014년에는 카메라 앱 B612를 출시했고, 이후 라인(LINE) 개발팀장 등을 거쳐 2017년 인공지능 스타트업 보이저엑스를 창업했습니다. 

남 대표는 7월3일 페이스북에 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 적용을 하향 평준화·사다리 걷어차기·조삼모사라 평가했습니다. 그는 “직장에서 직업인으로서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믿는 직원들이 ‘52시간 넘으면 일 그만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구성원의 자아실현을 막는 기분이었다”라고도 했습니다. 남 대표는 주52시간제 적용으로 출퇴근 시간 기록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는데요. 회사와 구성원 모두 수준이 낮아진 기분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직장인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학생들의 공부시간을 정해놓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남 대표는 “주52시간제를 강요하는 것은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학생보고 공부를 더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는데요. “학교에서는 8시간, 집에서는 2시간 그리고 평일에만 공부할 수 있게 하면 더 평평하고 밝은 세상이 오는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주당 100시간 몰입 근무를 권하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티타임즈 TV 유튜브 캡처

“일할 권리 국가가 빼앗는 것”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직을 지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수년 전부터 주52시간제 확대를 반대해왔습니다. 그는 2019년 10월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주52시간제에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의도치 않게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직원 대다수가 회사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발전과 이익을 원해 초과 근무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작은 기업에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것이 일할 권리를 국가가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와 첫눈에서 남세동 보이저엑스 창업자와 함께 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때 2년 동안 스스로 일주일에 100시간씩 주7일 일해 실력이 압축성장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장 의장은 “현명한 시행착오를 위해서는 주당 100시간 근무의 힘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불확실성이 크고 속도가 빠른 시대엔 과감한 스타트업의 혁신 방식이 더 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모든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한해서는 이 같은 근무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생산성 유지 가능할지 고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 게임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2019년 국회의원들과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게임업계 현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이때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하지만, 게임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성이 공유하다”고 소신 발언했습니다. 주52시간제가 게임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돌려 말한 셈이죠.

주 52시간(월 208시간) 넘게 일한 직원은 회사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게이트 오프’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인 엔씨소프트. /SBS Biz 뉴스 유튜브 캡처

하지만 김 대표는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2021년부터 주52시간제 기준 월 208시간을 넘게 일한 직원은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이트 오프’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는데요. 1층 출입구에서 출입증을 태그할 때 월 최대 근로시간을 초과한 직원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게이트 오프 제도를 정식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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