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들기 위해 1년에 230만개 버려지는 ‘이것’으로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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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사이클 김미경 대표
커피 자루·커피 찌꺼기 업사이클
“가치가 있는 일 계속하고 싶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 아마 커피일 것이다. 한국인 한 명이 1년동안 마시는 커피는 약 640잔. 하루에 1.7잔을 마시는 셈이다. 커피 수입량도 2020년 17만6000톤에 달했다. 원두 수입량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커피 소비량과 원두 수입량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 쓰레기다. 커피 쓰레기는 생두를 수입할 때 사용하는 커피 자루,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 일회용 컵, 컵 홀더 등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 소셜 벤처 ‘하이사이클(H!CYCLE)’은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버려지는 것들에 주목했다.

하이사이클은 커피 자루로 화분, 에코백, 파우치 등을 만들고 커피 찌꺼기를 가공해 커피나무 재배 키트를 만든다. 일상 속 버려지는 물건에 새 숨을 불어넣는 셈이다. 김미경 대표와 다섯 명의 직원이 하이사이클을 이끌고 있다. 하이사이클 서울새활용플라자 사무실에서 “업사이클을 통해 자원순환의 가치와 윤리적 소비의식을 넓혀가고 싶다”는 김미경 대표를 만나 하이사이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미경 대표. /jobsN

-자기소개해 주세요.

“하이사이클을 운영하는 대표 김미경이라고 합니다. 하이사이클은 일상 속 버려지는 물건에서 가치를 찾아 새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소셜벤처 입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본사가 있고 서울시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도 입점해있습니다. 원단 제조 공장은 충청남도 부여에 있어요.”

-하이사이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현재 하이사이클은 네 가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듬:이(Dadum:e)’입니다. 다듬이는 커피 자루를 새활용한 패션 소품 브랜드예요. 가방과 작은 주머니, 화분 등을 만듭니다. 전 세계 커피 농장에서 수입한 커피 자루를 활용해요. 커피 자루는 수입하는 지역마다 디자인, 색상, 조직감이 다 달라요. 이런 독특한 패턴과 소재 특징을 살려 제품을 만들죠.

두 번째 브랜드는 ‘커피팟(Coffe pot)’입니다. 커피 찌꺼기를 가공해 커피콩 화분을 제작합니다. 커피를 내릴 때 원두의 2%만 사용하고 나머지 95%는 찌꺼기로 버려집니다. 이 찌꺼기를 활용하고 싶었어요. 화분에 아라비카 커피나무를 심어 커피나무 재배 키트를 보내드립니다. 커피나무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우리가 마시는 커피로 탄생하기까지의 순환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커피나무는 배송 과정에서 생기는 식물 손상 우려 때문에 판매 시즌이 따로 있습니다. 구매 요청을 주시면 커피 농장에 문의를 해서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마음:이(Maum:e)’에요. 호텔에서 정기 객실 리뉴얼을 할 때 버려지는 폐원단을 새활용한 반려동물용품 브랜드입니다. 반려동물 가운, 쿠션, 방석 등을 만듭니다. 가운은 주인과 반려동물이 세트로 입을 수 있게 구성했어요. 5성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원단인 만큼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네 번째 브랜드는 ‘주트:리(JUTE:RE)’입니다. 주트리는 커피 자루 원단 브랜드에요. 커피 자루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 때 대량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연구하다가 탄생한 브랜드죠. 또 기업에서 환경 관련 행사나 제품을 개발하고자 할 때 원단 문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원단 자체가 식물성 천연 섬유라 생분해되기도 하고 통풍도 잘 돼 활용도도 높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커피 자루가 다듬이 제품과 활용 가능한 원단으로 재탄생하는 건가요.

“우선 커피 공장에서 사용 가능한 커피 자루를 1차로 선별해서 보내주십니다. 이 중에서도 새로 활용할 수 있는 걸 2차로 분류해요. 이후 해체를 하고 세척을 합니다. 건조 후 제품 용도에 맞게 가공을 합니다. 화분 제작용은 풀을 먹이고 가방 제작용은 방수처리를 하죠. 가공한 원단을 원단 그대로 판매하기도 하고 재단과 봉제를 거쳐 제품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관악구 시니어센터 어르신들과 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방법을 고민했어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해당 지자체에 찾아가 어르신들과의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협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잘 자리를 잡았고 7년째 함께하고 있어요. 반려동물 브랜드 마음이도 같은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데, 그건 자활센터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굉장히 적다고 합니다.

“원단을 재작할 때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일반 합성 섬유 소재 원단 1장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3.63kg을 배출해요. 그러나 커피 자루는 달라요. 황마 줄기를 이용한 식물성 천연 섬유기 때문에 세척 및 재가공 과정에서 원단 1장당 이산화탄소 0.0583kg을 배출합니다. 굉장히 적은 양이죠. 2019년에는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이사이클의 세 가지 브랜드. 다듬:이, 커피팟, 마음:이. /하이사이클 제공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나요? 환경을 생각한 소셜벤처를 창업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는 전시기획자이자 큐레이터로 일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도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관련 일을 했었어요. 당시 중국은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로 모든 도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죠. 그때 옛것의 가치와 의미를 살리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도시재생이나 공공미술 사례를 직접 경험했어요. 그때 경험이 지금의 하이사이클까지 발전했습니다. 또 환경 문제에도 조금은 관심이 있었지만 알고 보니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버려지는 게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커피를 예를 들면 평소에 많이 마시지만 커피 자루가 그 정도로 많이 버려지는 줄은 몰랐죠. 커피 자루처럼 활용 가치가 남았지만 버려지는 것들이 아까웠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소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했어요.”

-왜 하필 커피 자루였나요?


“2013년 소셜벤처로 하이사이클을 시작하면서 제품화할 소재를 찾았어요. 그러다 도시농업 쪽에서 커피 자루를 텃밭에 활용하는 사례를 알게 됐습니다. 커피 자루는 황마로 이뤄져 있어서 질기면서도 통풍이 잘돼요. 생분해되는 천연소재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에요. 또 커피 자루는 원산지에 따라 디자인, 조직, 색상 등이 다릅니다. 여기에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스토리는 물론 예술적 가치도 담겨있는 좋은 재료였어요. 이런 특징을 살린 활용법을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첫 번째 브랜드 다듬이가 탄생한 거죠.”

-창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업사이클링 제품은 소재 수급, 가공, 생산, 판매까지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제약이 더 많았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방법을 구축해나가는 게 어려웠죠. 또 업사이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부족했어요. 사람들에게 업사이클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만드는 동시에 교육도 하고 전시, 캠페인도 열심히 했습니다.”

-교육사업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업사이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활을 위한 실천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이사이클이 하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작했지죠. 그러나 갈수록 환경에 대한 인식 재고의 필요성을 느끼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교육 대상과 난이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교육 대상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해요. 간단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보는 ‘원데이워크샵’, 업사이클링을 중심으로 환경 문제, 에코 디자인을 다루는 ‘방과후 학교’, 지역 커뮤니티 및 기업과 협업한 ‘프로젝트’ 등이 있습니다. 또 환경 지도사 및 강사 양성 과정도 진행합니다.”

커피자루 원단 주트:리와 탄소발자국 인증패. 스타필드 전시와 하이사이클 교육 진행 모습. /jobsN, 하이사이클 제공

-하이사이클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협업했을 때입니다. 그린피스에서 저희 제품을 펀딩 리워드 제품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어요. 과거에 제 이름으로 몇 번 기부한 적이 있고 동경하던 단체라 정말 뿌듯했습니다. 또 커피 자루로 만든 바스켓을 꾸준히 구매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집에 있는 소품을 하나하나 저희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죠. 이런 분들을 통해 제가 활동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일상 속의 업사이클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환경에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 전시, 워크숍 등을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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