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공짜 비닐봉투 없앤 사람, 누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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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친환경 총괄 ‘환경덕후’ 김동혁 부장

전기차충전소 깔고, 비닐봉투·종이영수증 없애

“‘덕업일치’하니 일이 보람되고 즐겁다”

‘보상’, ‘만족감’, ‘사회적 기여’… 흔히 직업의 3요소로 꼽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3가지를 균형있게 갖추기란 쉽지 않다. 돈은 잘 벌리는데 개인적 만족이나 성취를 찾진 못하겠고, 사회적 기여는 큰데 월급이 쥐꼬리인 식이다.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 일이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하며 심지어 월급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통업계에선 김동혁(40)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이 3요소를 두루 갖춘 ‘행운아’로 꼽힌다. 대학생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환경 덕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근무하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다. 대형마트 최초로 주차장에 전기차충전소를 만들고,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것도 김 부장 아이디어였다. ‘비닐봉투 없는 점포’와 ‘종이영수증 없는 점포’를 처음 선보인 것도 김 부장이었다. 이렇다보니 사기업 직원인데도 국무총리·장관 표창이 수두룩하다. 김 부장을 만나 그의 직업에 대해 들어봤다.

김동혁 이마트 ESG추진사무국 부장. /이마트 제공

-비닐봉투 없앤 사람이 누군가 궁금했었다.

“최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지만, 우리 회사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이 문제 개선에 신경을 써왔다. 나는 초창기부터 줄곳 친환경 업무를 맡아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에너지를 쓰고 포장재를 줄였다. 이밖에도 화장지 판매 매출의 1%를 나무심기에 기부하고 중소 협력업체의 환경성적인증을 지원했다. 또 화장품 리필스테이션 운영, 과일·채소 재생플라스틱 용기 도입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했다.”

-어떤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고교에서 중국어를,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유통기업에서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싶었다. 2004년 군 제대를 앞두고 중국에 가볼 수 있는 공모전이면 무조건 지원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미래숲 한중 녹색봉사단에서 진행하는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네이멍구의 사막에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막겠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두 눈으로 사막화의 현장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나는 환경문제를 잘 몰랐지만, 같이 간 친구들은 날카로웠다. 이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환경문제에 눈을 떴다. 아무튼 환경에 대한 관심은 관심인 것이고, 취업은 취업이다. 2006년 이마트에 합격했고, 이후 중국사업팀과 점포사업팀에서 근무를 했다.”

중국 네이멍구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한국 청년들. /인터넷 화면 캡처

-환경업무와는 무관한 부서 아닌가?

“2009년 정부는 유통업체가 신규 점포를 열 때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친환경발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의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던 때였다. 당시 회사에는 이러한 업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신규 점포 오픈할 때 친환경 설비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점포개발팀에 이 일이 떨어졌다. 그렇게 3년차 주임인 내가 맡게됐다. 원래 관심있는 분야인데다 이젠 내 업무가 됐으니 틈나는대로 공부를 했다. 당시 해외 대형 유통업체 홈페이지 들어가보면 환경 보호를 위한 자사 활동을 상세히 다루고 있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약했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만들어 나간다면 기틀을 닦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환경 관련 국제 자격증도 취득했다.”

-3년차에 맡기에는 버겁지 않았나?

“환경부에서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한다고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우리 회사에선 나를 보냈는데, 다른 회사에선 상무·전무님들이 오셨다. 환경부에선 ‘책임자급이 와야지 대체 뭐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실무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처음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하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 2013년부턴 CSR팀에 정식 친환경업무 파트가 생겼다.”

‘종이영수증 없는 매장’을 위한 모바일 영수증. /이마트 제공

-전기차충전소는 어떻게 설치하게 됐나?

“2011년에 BMW와 처음 시작했다. 전기차업체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고, 우리는 이용객을 늘려야 한다. 우리가 주차장 한 켠에 그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우리 점포로 온다. 전기차 이용자는 대체로 ‘얼리어답터’이고, 그 수가 빠르게 늘 것이라고 봤다.

물론 부정적인 견해도 많았다. ‘그래봤자 몇 대나 오냐’, 심지어 ‘전기차가 많이 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응원해주고 밀어주는 선배들이 그 이상로 많았다. 2015년엔 테슬라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신 2016년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점에 테슬라 매장을 내기로 약속받았다.”

이마트 매장 천장에 설치된 그림 형태의 태양광발전패널. /이마트 제공

-매번 회사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하는 일은 왜 하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다. 숫자로 설득을 했다. ‘종이영수증 없는 매장’ 계획을 내놓을 때다. ‘유럽에서도 한대요’라고 하면 ‘유럽이랑 우리가 같아?’라는 말이 돌아온다. 대신 ‘이마트에서 1년간 쓰는 영수증이 지구 몇 바퀴를 감는지 아시나요?’ 식으로 한다. 우선 우리가 절감할 수 있는 지출을 보여준 다음에 정서적 설득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사건은 비닐봉투 없애기였을 것 같다.

“2010년대 중반이었다. 덴마크에 가보니 다들 백팩을 메고 다니며 비닐쇼핑백을 쓰지 않더라. 반면 동남아에 갔더니 거리마다 온통 비닐봉투 천지였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명확했다. 처음 비닐봉투를 퇴출시키자 난리가 났다. ‘장사의 기본이 안됐다’는 얘기도 들었다.”

2019년 8개국 환경 공무원이 이마트 성수점을 방문했을 당시 김동혁 부장(오른쪽)이 공병투입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TV화면 캡처 

-그래서 어떻게 됐나?

“갑작스레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러한 변화에 호의적이다. 생각보다 빨리 정착됐다. 2015년이 되자 일본 환경성 관료들이 이마트에 견학을 왔다. 늘 우리가 배우러 갔는데, 일본에서 우리를 배우겠다고 찾아왔다. 2019년 예전에 갔었던 그 동남아 도시를 방문해보니 역시 비닐봉투가 확연히 줄었더라. 뿌듯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환경부가 이마트의 친환경 사례를 공유·전파한다며 다른 마트 관계자들을 이마트로 부를 때가 있다. 그럼 난 ‘경쟁사’ 관계자들을 모시고 우리의 노하우를 설명해드린다. 어색한 상황이긴 하지만, 난 우리 회사의 친환경 활동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것이 전사회적 관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고 고객들과 접점이 없는 회사는 복잡한 포장 관련 법규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트가 제일 잘하는 것이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협력사들이 친환경 정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임무라고 본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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