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빌려주고 돈도 잘버는 부러운 남자

592

남의집 김성용 대표

‘취향’을 매개로 대화 나누는 커뮤니티 플랫폼

오프라인 대나무 숲 역할 

생판 모르는 남의 집 거실에서 큰 목소리로 떠들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있다. 낯선 사람이 거실에서 시끄럽게 굴어도 주인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집 주인도 같이 떠들고 장소를 제공한 대가로 돈도 조금 번다. 커뮤니티 플랫폼 ‘남의집’ 이야기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슬램덩크 포에버’를 외치는 만화 덕후들이 모인다.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고수 들어간 음식만 먹고 놀기도 한다. 모임 성격은 다양하다.  여행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처음 본 이들과 연애담, 육아꿀팁도 나눈다.낯선 공간에서 낯선 이들과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가능할까. 남의집 김성용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남의집 김성용 대표. /jobsN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남의집을 창업하고 운영 중인 문지기 김성용이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문지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요?

“누군가의 집 문을 열고, 그 곳에 누군가 들이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을 지키는 문지기라고 표현합니다. 사내 팀원들도 저를 문지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사회 생활도 하나의 역할극으로 보고 부캐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남의집 팀원들은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바가 있거나 자기 업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 서로를 별명으로 부릅니다.”

/남의집 홈페이지 캡처

-남의집은 어떤 회사인가요?

“취향이 담긴 개인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특정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호스트(주인장)가 직접 가정집이나 작업실, 동네 가게 등 자신의 공간으로 게스트를 초대해 취향을 공유하는 식이죠. 현재까지 약 2000여곳에서 취향 공유가 이루어졌습니다.”

남의집의 취향 공유. /남의집 홈페이지 캡처
남의집의 취향 공유. /남의집 홈페이지 캡처

-남의집 창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착안했나요? 

“취향이 맞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는 문제에서 출발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음 맞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기존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지고요. 누군가 결혼을 하거나 육아를 하면 서로 관심사도 달라지고 환경도 바뀌니까요.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며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었죠.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생산적인 대화를 하려면 우선 관계가 필요해요. 그래서 취향을 매개로 호스트와 게스트를 매칭하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창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2년부터 6년 정도 카카오에서 근무했어요. 카카오가 고속성장을 하던 때에 카카오페이지부터 카카오뮤직, 플러스친구 등 다양한 서비스 론칭 경험을 했죠. 그 중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제 적성과 잘 맞았어요. 이전 서비스들은 온라인에서 완성됐다면 카카오 택시는 오프라인에서 완성되는 서비스였거든요. 공유 경제를 접하면서 일상에서 접하는 작은 부분들을 남들과 공유해보고 싶었죠. 

당시 쉐어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노는 경험이 즐거워서 창업 아이템을 정하고 이걸로 몇 가지 가설을 실험해봤어요. 첫번째 가설은 낯선 사람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올까였어요. 우선 저희 집에 이벤트를 만들고, 예약 페이지를 만든 다음 관심사 기반으로 설정한 페이스북 그룹에 찾아올 수 있도록 홍보를 했죠. 그랬더니 정말 찾아오더군요. 찾아온 사람과 초대한 사람 모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 후엔 나처럼 자신의 집에 누군가를 초대할 사람이 있을까 두번째 가설을 세우고 곧바로 알아봤죠. 하나 둘 호스트가 늘어나더군요. 그때부터 가능성을 보고 플랫폼을 확장했습니다.”

-왜 하필 남의 집 거실이나 남의 개인 공간에서 이런 서비스를 즐기려고 하는 지 심리가 궁금해요. 

취향이 맞는 사람과 만나고 싶은 욕구는 이미 많아서 다른 서비스들도 있는데, 개인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남의집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공간’이에요.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집이나 작업실처럼 개인 공간에서 만나면 대화의 질이 달라져요.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만나는 것보다 개인 공간에서 만났을 때 서로에게 더 잘 집중할 수 있거든요.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지고요. 주인장 입장에서도 누군가를 초대한 것이기 때문에 더 환대를 하게 되고, 마음이 쉽게 열려 더 수월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거죠.”

/남의집 홈페이지 캡처.

-호스트와 게스트의 매칭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주인장으로서 모임을 주최하기 위해선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자기 소개부터 공간 소개, 취미, 특기 등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 스토리를 씁니다. 또 모임에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활동을 할지 구체적인 진행 방식이나 준비물, 제공 사항 등도 함께 적어요. 운영팀은 해당 신청서를 심사합니다. 적합한 분인지 전화도 해보고 답변이 불성실한 경우 신청서를 반려하기도 합니다. 최종 승인이 나면신청서를 바탕으로 플랫폼에 소개글을 올립니다. 게스트는 원하는 호스트에게 초대를 신청하는데, 게스트도 마찬가지로 신청서를 씁니다. 호스트는 이 사연을 보고 게스트를 직접 선정합니다. 

남의집은 대화가 주된 재화이기 때문에 서비스 만족도는 대화 매칭률에서 나타납니다. 얼마나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가가 중요한데 이 과정이 ‘인간지능’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에요. 호스트가 직접 매칭을 하면서요.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를 집으로 들이는 일에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안전성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초대 과정은 안전과 신뢰가 중요한 키워드에요. 남의집은 호스트에게 선택을 받아야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요.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인장이 직접 어떤 사람이 오는지 확인하고, 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어요. 게스트는 신청 양식에서 기본 질문과 호스트가 추가한 질문들에 답변을 해야 합니다. 승인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게스트들은 그만큼 소중한 자리로 인식합니다. 라디오 사연 쓰듯 성실하게 답해주시죠.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치는 만큼 모임에 대한 애정도 커진다고 해요.”

-개인 공간을 공개하는 분에게 혜택이 있나요? 번거로움을 감안하고서라도 초대하는 이유가 있나요?

“게스트는 입장료를 내고 호스트의 공간에 들어갑니다. 중개플랫폼 수수료 20%를 제외한 나머지를 정산해드리고 있어요. 또 취향이 맞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많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가까운 친구와 오글거려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은 되려 타인과 나누기 적절한 대화가 되기도 하니까요. 자발적으로 자신의 공간을 오픈하고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서비스가 본능에 가까운 욕구라는 점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느슨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관계, 어떻게 가능한가요?

“느슨한 관계이기 떄문에 깊은 대화가 많이 나옵니다. 서비스 특징 중에 하나가 모임이 단발성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인데요. 한번 보고 말 사이라서 더욱 자유로운 대화가 오갑니다. 오프라인 대나무숲 같은거죠. 가끔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규정된 정체성을 깨고 싶은 때도 있고,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모르는 사람이기에 나의 다른 모습이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관계로 얽힐 일도, 또 볼 사이도 아니니까요.”

남의집에서 열린 취향 공유. /남의집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 시대에 ‘대면 만남’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더 빨리 성장 했어요. 대면 만남이 더 소중해졌고, 억눌린 욕구가 더 극대화되어 나타난 것 같아요. 현재는 5인 미만으로 진행해서 호스트 한 명과 게스트 세 명이 모입니다. 또 대유행 시기마다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생기면서 소규모 모임이나 사적인 공간을 찾으시는 분들은 더 늘었어요.”

-’남의 집 거실’을 넘어 ‘남의 가게, 작업실’로도 공간을 확장하셨다고요.

“처음에는 남의 집 거실에서만 모임을 진행했어요. 하지만 취향이 꼭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취향이 깃든 개인 작업실이나 가게로도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요즘에는 가게에서도 많이 열리고 있어요. 카페지만 주인장이 독서모임을 주최하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가게 사장님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하기도 해요. 실제로 단골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분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상권이 가게 영업에 중요한 요소였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오히려 피하는 분위기니까요. 결국 사람들이 자기 공간으로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남의집이 이 부분을 도와드릴 수 있더군요. 호스트 입장에서 일단 손님을 불러올 수 있거든요. 다양한 이야기와 취향 공유로 가게 브랜딩도 할 수 있고요.

게스트 입장에서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영업이 끝난 가게에서 셔터 내리고 우리끼리 노는 경험을 하거든요. 평소 가게에서 제공하지 않던 무언가를 서비스 받고 사장님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죠.”

-남의집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게스트로 음악감상을 좋아하시는 분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50대의 한 중년 남자분의 집이었는데 취미로 오디오를 수집하며 음악감상을 즐겨하시는 분이었죠. 일반적으로 거실에는 티비와 쇼파가 놓여 있는데 그분 거실에는 각종 오디오가 놓여있었어요. 고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꾸미셨어요. 삶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그분을 통해 깨달았어요. 남의집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끌어내고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경험이었어요.”

/남의집 제공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요?

“나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스토리고, 콘텐츠가 돼요. 자신의 일상이 무미건조하고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들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거든요.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거나 지위가 있어야 모임을 주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내 이야기로 호스트가 되어 모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어요. 가게 사장님들도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있나 하시지만 창업 자체가 스토리거든요. 이렇게 억눌려있는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터트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되고 싶어요. 취향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많아지는 그림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사랑방 같은 공간이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관심있는 주제를 많이 발견하고, 다양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글 CCBB 이은

img-jobsn
Advertisements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