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반려견이 짖는 소리를 해석해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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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반려견 소리 인식해 감정 분석
펫시팅 플랫폼에서 시작, CES 혁신상 수상

KB금융그룹은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 수가 2020년 말 기준 604만에 달한다고 3월21일 발표했다. 한국 전체 가구의 29.7%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중 개를 키우는 반려견 가구는 80.7%로 가장 많다. 늘어나는 반려견 가구 수와 달리 동물과 인간 사이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의 문제다.

반려견이 짖는 소리는 인간에게 미지의 세계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내는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이에 반려견 음성으로 반려견 감정(행복·슬픔·불안·안정·분노)을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펫펄스’가 등장했다. 펫테크 기술을 지닌 ‘(주) 펫펄스랩’ 장윤옥(54)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펫펄스랩 장윤옥 대표 사진. /펫펄스랩 제공

◇ 거리와 상관없이 반려견 상태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

펫펄스랩은 (주) 너울정보에서 2020년 3월 분사한 스타트업이다. 너울정보는 2011년 여행 사업 부서를 만들었다. 새로 시작한 온라인 여행 상품 판매 서비스는 하루 평균 접속 사용자 수가 2000~3000명에 달했다. 서비스 운영 중 ‘여행 기간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이에 2015년 펫시팅 중개 서비스 ‘펫터’를 출시했다. 하지만 돌봄을 맡은 펫호텔에서 안전사고가 몇번 발생했다. 따라서 장 대표는 반려견 돌봄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

견주들은 보통 반려견 확인을 위해 펫캠을 설치한다. 하지만 펫캠은 설치한 곳에만 상태 확인이 가능해, 반려견을 다른 곳에 맡길 경우 활용이 어렵다. 장소와 관계없이 휴대폰 하나로 반려견의 실시간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필요했다.

펫펄스랩은 갓난아이로부터 방법을 찾았다. 언어 소통이 어려운 갓난아이를 돌볼 때 부모는 울음소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다. 또 감정은 겉으로 보이는 정보 너머의 상황을 알려준다. 따라서 그는 3년간의 반려견 소리 수집·분석 끝에 2019년 반려동물 감정 분석 기기의 시제품을 개발해냈다. 이후 2020년 너울정보로부터 분사한 펫펄스랩은 장윤옥씨가 대표를 맡게 됐다. 장 대표는 여행 사업 개발부터 펫펄스 완성까지 전체 과정을 책임진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펫펄스 기기로 분석한 반려견 감정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펫펄스랩 제공

◇ 10%의 프로젝트 이해도로 시작해 감정 인식 정확도 90% 이끌어

“프로젝트 이해도가 70%일 때 실행이나 성공에 가장 회의적이라고 해요. 프로젝트에 아는 게 많을수록 예상되는 문제점도 느니까요. 펫펄스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닙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문제점을 해결하다 나온 결과죠. 모든 것이 새로운 분야였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가 기본 마인드였어요. 프로젝트 이해도가 10% 수준에 불과했기에 오히려 도전적으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소리 연구를 시작한 2016년에는 반려견 소리에 관한 연구 자료가 없었다. 이에 펫펄스랩은 직접 ‘멍멍’이라는 앱을 만들어 반려견 소리를 수집하기도 했다. 또 반려견을 키우는 집·강아지 보호소·인터넷에 올라온 강아지 영상 등을 찾아 연구했다. 3년간 80여종의 강아지으로부터 1만가지 소리를 모았다.

수집한 데이터는 AI(인공지능)를 통해 감정을 분류한다. 펫펄스랩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음악 오디오 연구소와 협업하고 있다. 해당 기관은 AI 사운드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교구 교수가 근무하는 곳이다. 이 교수는 고인이 된 가수 ‘터틀맨’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반려견 감정 분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데이터 디텍션(탐지)’ 후 데이터를 키워드(반려견 크기·나이 등) 별로 분류하는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이뤄진다. 초기 감정 인식 정확도는 6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까지 개선했다고 한다. 수치가 부정확했던 ‘경계’ 감정은 ‘불안’으로 대신해 감정을 재구분했다.

펫펄스는 반려견 목에 착용하는 형태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펫펄스랩 제공

◇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도전···연이은 해외 수상 소식

기기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하지만 펫펄스랩은 현재 영국과 미국에만 서버를 두고 있다. 해외 매출은 2021년 1~3월 기준 5만달러를 기록했다. 한화로 56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연이은 수상 소식 또한 펫펄스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을 나타낸다. 펫펄스랩은 2020 Silver Stevie Winner 사업 부문·2021 CES(세계 최대 IT 전시회) 혁신상·2021 IoT Breakthrough Award 펫테크 신제품 부문· 2021 Fast Company World Changing Ideas 신제품 부문’에서 수상했다. 대부분 혁신성을 평가하는 상이었다.

“저희같이 작은 회사가 미국에서 CES 혁신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모한 도전을 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일일이 소리를 모아 분석한다는 게 허무맹랑하잖아요? 미국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반려동물 문화가 앞서있지만, 한국에서 반려동물 감성 인식 서비스를 개발해냈습니다. 협업을 약속한 기업에서 그러더군요. 본인들이 상상만 해오던 걸 저희가 직접 해내 놀랍다고요.”

반려견 관점에서 반려견을 돌볼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든 펫펄스랩. 기존에는 반려견을 견주가 보는 반려견 모습으로 이해했다. 펫펄스랩은 기기를 통해 반려견의 객관적 데이터로 반려견을 돌볼 수 있게 만들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인 반려견 돌봄 시스템을 개발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다.

감정 분석과 함께 활동량 데이터도 제공 중인 펫펄스랩은 향후 감정 원인도 제시할 계획이다. /펫펄스랩 제공

◇ 기기와 알고리즘으로 각각 사업의 지속성, 확장성 확보

여러 펫테크 사업 사이에서 펫펄스랩이 가지는 차별점은 지속성과 확장성이다. 펫펄스랩은 반려견 음성 분석 AI 알고리즘을 가진 동시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기기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전반적인 상태와 감정 분석 결과다. 각각 음성 인식과 활동량 측정 결과를 통해 값이 나온다.

디바이스 판매량이 늘면 펫펄스랩의 실시간 음성 수집량 또한 많아진다. 펫펄스랩이 수집한 반려견 소리는 2021년 안으로 100만개를 달성할 전망이다. 지속해서 데이터 측정값이 쌓이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펫펄스랩은 단순 감정 분석을 넘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의 원인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중성화 여부·연령대 등 데이터 라벨링을 세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펫제품 혹은 산업과 제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펫펄스랩은 앞으로 퓨리나 사료를 인수한 글로벌 식품 1위 기업 ‘네슬레’와 세계 5위 펫바이오 기업 ‘CEVA’ 등과 협업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네슬레는 전 세계 20여곳에 강아지 농장을 가지고 있어 펫펄스 기기로 강아지 상태를 관리할 예정이다. 또 CEVA와 협업을 통해 펫펄스 기기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카메라와 소변 진단 기능을 추가해 행동 패턴이나 신체 건강 데이터를 안내하도록 한다. 해당 결과는 동물 병원이나 반려견 전문가에게 넘어가 이상 신호가 나타날 경우 대응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반려견 감정 분석을 기반으로 음성·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대화형 챗봇 ‘토킹 D’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2020년 반려견과 견주 간 대화형 챗봇 알고리즘의 특허 출원을 마쳤어요. 행동 패턴·상황 변수 등 데이터 수집이 끝나면 미국에서 먼저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에요. 샌프란시스코는 반려견 천국이거든요.”

장 대표는 펫펄스 기기로  2021 CES 혁신상 받은 것이 가장 보람차다고 전했다. /펫펄스랩 제공

◇ “지금이 가장 고비···멈추지 않고 성장할 것”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자, 장 대표는 ‘지금’이라고 답했다. 펫펄스랩은 2021 CES 혁신상 수상 이후 회사가 많이 알려졌다. 빅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련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창출할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아직 기업 규모가 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자 미팅, 해외 도매 업체 미팅 등 적은 인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이 지속 중이라고 한다.

반대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묻는 말에는 2021 CES 수상을 꼽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CES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참가비 50만원만으로도 CES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이었다면 비용 부담으로 참여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장 대표. 그는 수상 이후 해외 업체들이나 언론에서 문의가 빗발쳐 기쁜 순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펫테크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선도하는 기업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펫펄스랩은 자사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이라면 어디든 협업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표가 나이 많은 여성이다 보니 투자나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고 지금의 역경을 극복해 글로벌 펫테크 1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글 CCBB 이도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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