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2년만에 포기하려 했더니…투자자가 오히려 뜯어말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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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핏(perfitt) 이선용 대표
IBM 그만두고 창업 결심
온라인 신발 구매 불편함 해결

“발볼 있습니다. 에어포스1 230mm, 에어 조던 11 우먼스 235mm, 아디다스 슈퍼스타 225mm 신습니다. 나이키 덩크 하이는 몇 mm 신어야 맞을까요?”

인터넷에서 신발을 사려고 할 때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신발을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선택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사람의 발 모양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매장가서 신어보고 살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게 결국 사이즈를 고민하다가 구매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펄핏(perfit)’이다.

펄핏은 사용자의 발볼 넓이, 발등 높이 등 사이즈를 측정해 여기에 맞는 신발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 정식 론칭한 지 1년 4개월 만에 20만명이 펄핏을 사용하고 있다. 펄핏을 이용한 구매 전환율은 7~8%이다. 평균 온라인 쇼핑몰의 평균 구매전환율 1~3%보다 높다. 반면 반품율은 2% 미만으로 기존 유통망 반품율 보다 70% 정도 낮다. 발 모양 및 치수 데이터 17만개 이상, 신발 내측 데이터 3만5000개 이상을 활용한 결과다. 펄핏은 해당 데이터를 기계에 학습 시켜 오차 범위 1.4mm 이내의 정확한 측정값을 제공한다. 많은 양의 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로 최근 25억원 규모 가량 투자받았다.

펄핏은 이선용(34) 대표가 25여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신발 살 때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해보고자 창업했다”는 이선용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선용 대표. /펄핏 제공

◇14살 ‘이 사장’ 14년 뒤 진짜 창업가로

이선용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틀에 박힌 삶보단 내 능력으로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이런 이 대표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사장’으로 통했다. 그의 꿈은 계속 이어졌고 서울대학교에 진학해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막상 졸업 후 그가 향한 곳은 IBM이었다.

“어렸을 때 디즈니랜드를 다녀오고 감명을 받았어요. 저도 디즈니처럼 죽기 전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졸업하고 디즈니랜드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사업 기반을 마련하려고 했죠. 그러나 부모님께서 그 전에 사회생활을 조금 경험을 해보고 가면 어떠냐는 말 말에 회유당했어요. 그렇게 택한 곳이 IBM이었습니다. IBM 전략컨설팅부서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외국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죠. 또 일을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해 성취감이 분명한 곳이라는 생각에 입사했습니다.”

2011년 졸업 후 IBM 경영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리고  3년 뒤 원래 계획대로 퇴사했다.

“IBM에서 첫 1년은 정말 힘들었지만 적응하고 난 후에는 재밌었습니다. 일도 재밌고 함께 일하는 동료도 좋았죠. 그러나 회사에 있는 선배 중 제 롤모델로 느껴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워낙 내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더 늦기 전에 원하는 걸 하고 싶어 퇴사했습니다.”

과거 농구 선수로 활동하던 이선용 대표. /펄핏 제공

◇쇼핑몰로 시작했지만 투자에 어려움 겪어

그의 사업 아이템은 멀리 있지 않았다. 평소 농구를 좋아하는 이선용 대표는 농구화를 살 때 사이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신어볼 수 없는 경우 고민만 하다 못 살 때도 많았고 사고 나서도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반품할 때도 있었다. 이걸 해결해보고 싶었다.

“지금의 부대표이자 대학교 인턴십 동기였던 예지님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저, 부대표 그리고 지금의 CTO인 우진님과 시작을 했습니다. 우선 왜 온라인으로 신발을 파는 게 어려운 일인지 알아야 했어요. 직접 여성 구두 쇼핑몰을 해보기로 했죠. 동대문에서 신발을 떼다가 팔면서 신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어요. 2016년 3월부터 기획을 시작해 2017년 초에 ‘슈가진’을 런칭했습니다.”

슈가진은 여성 구두 쇼핑몰로 고객 사이즈와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하는 플랫폼이었다. 당시 기술 구현이 어려웠기 때문에 직접 이선용 대표와 최예지 부대표가 구두를 신어보고 사이즈별 제품을 나눴다. 예를 들어 제품 A가 있다. 이를 신어본 후 발볼이 좁게 나왔느니 발볼이 넓은 사람은 사이즈를 반업(up)해서 신어야 한다는 데이터를 일일이 정리했다.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한 달에 많으면 1000만원어치를 팔았다.

“투자 받으려 IR도 다녔습니다. 그러나 투자사 반응은 좋지 않았어요. 대부분 ‘그냥 쇼핑몰 아니냐’, ‘여성 구두 시장은 좁지 않냐’라며 투자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순수익도 100만원이 안 되고 사업성 평가도 부정적이라 결국 2년 만에 사업을 접으려고 했어요. 당시 스파크랩에서 투자받은 돈이 있었는데, 사업을 접으니 투자금을 다시 돌려 드리려고 찾아갔죠. 그때 스파크랩에서 ‘나는 너희 팀으로 보고 투자한 거다. 시장에 있는 문제를 잘 짚었다. 돈은 괜찮으니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셨어요. 1년 만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펄핏 키트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으면 자신의 발 모양을 알 수 있다. 발 모양 측정 후 펄핏이 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펄핏 제공

◇피벗 후 다시 태어난 ‘펄핏’

한 달 동안 투자사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팀원과 많은 회의를 거쳤다. 회의 결과 자신의 발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신발 매장에도 해당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8년 초 피벗을 했다.

“3가지 기술 개발을 시작했어요. 첫 번째는 발 크기 측정 기술입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발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발 모양, 길이, 너비를 측정합니다.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로 오차 범위가 1.4mm 이내입니다. 17만장 이상의 데이터(발 사진)를 모아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결과입니다. 그림자와 발을 구분하도록 하고 페디큐어도 발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도록 했죠. 정확한 측정을 위해 뒤꿈치를 고정하고 바닥과 구분해서 발을 찍을 수 있는 종이 키트도 개발해 특허도 받았어요. 신청하시는 분들께 무료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신발 내측 사이즈를 측정하는 기술입니다. 발 크기는 물론 신발 내측 사이즈를 정확히 알면 고객에게 잘 맞는 신발을 추천해줄 수 있을 것 같았죠. 기기 개발 과정이 어려웠어요. 정확한 측정을 위해 석고를 넣어서 굳혀도 보고 엑스레이 공장에 신발을 들고 찾아가 촬영도 해봤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측정에 최적화한 방법을 찾아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신발, 파트너사에서 제공해준 신발을 모두 촬영해 데이터를 쌓았죠.

세 번째는 신발 사이즈 추천 AI입니다. 그동안 모은 데이터를 종합해 이용자 발 모양에 맞는 신발 사이즈를 추천해주도록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데이터 축적, 기술 고도화를 통해 2020년 1월 펄핏을 론칭했어요. 이 세 가지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앱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제 서비스도 구축했죠. 재고가 애매하게 남은 제품을 받아다 팝니다. 매장에서는 소진하기 어려운 제품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서 좋고 저희는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 일석이조죠.”

직접 행사를 열어 데이터를 쌓았다. /펄핏 제공

◇국내 톱 브랜드는 물론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도

론칭 후 반응이 좋았다. 초반엔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이용자가 갈수록 늘었다. 시장의 니즈가 생각보다 큰 걸 느꼈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발 측정 서비스가 낯선 고객에게 설명이 부족했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안내 가이드를 만들고 카메라로 발 크기 측정 시 수평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그렇게 1년 4개월 동안 약 20만명이 펄핏을 이용했다.

펄핏의 서비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B2B 솔루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발 브랜드 온라인 숍에 펄핏의 기술을 탑재해 고객 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스펙스와는 이미 협업을 하고 있다. 6월에는 국내 유명 여성 구두 브랜드와 함께 서비스를 선보인다. 또 유명 스포츠 브랜드, 명품 브랜드, 대형 패션 쇼핑몰 등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중간에 사업을 포기할 뻔한 위기가 있었음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비결은 팀과 조직문화라고 한다. 이선용 대표가 창업한 지 만 5년 정도 됐는데, 창업 멤버가 아직 한 명도 떠나지 않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팀은 추진력이 좋습니다. 애자일(agile)하다고 하죠. 추진력이 좋으려면 팀원끼리 손발이 잘 맞아야 해요. 25명의 팀원이 한뜻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좋은 사내문화가 뒷받침해주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투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하면 모두가 그걸 믿고 함께 움직입니다. 서비스와 팀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고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 내죠. 지금도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엔지니어, 분석가 등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어요. 뜻이 맞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펄핏 팀원./ 펄핏 제공

이 밖에도 이선용 대표는 고객 및 업계 목소리를 직접 듣고 서비스에 반영하는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한 것,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음이 펄핏을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고객이 펄핏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펄핏의 목표라고 말한다.

“우선 현재 20만명의 고객이 저희 서비스를 더 잘 쓰도록 해주는 게 목표예요. 계속해서 정확도를 높이고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추진하고 있는 B2B 솔루션 서비스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에요. 또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앱 커머스에서 끝나는 게 아닌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전체 신발 시장을 혁신하고 싶습니다. 저희 솔루션은 유통·판매에서뿐 아니라 제조·생산 과정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기술에 적용해 업계에서 유일무이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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