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형’ 닮은 고릴라가 인기라는데…달라진 기업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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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톡톡 튀는 감성에 열광하는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자사 캐릭터에 스토리를 더해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다양한 사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화제인 캐릭터에 관해 알아봤다.

◇신세계 정용진도 꽂힌 아기고릴라 ‘제이릴라’

“아 진짜 너무나 짜증 나는 고릴라 X끼. 자꾸 찾아와서 친한척 하는데 귀찮아 죽겠음. 나랑 하나도 안 닮았음.”

신세계푸드 캐릭터 제이릴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사진. 제이릴라(오른쪽)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신세계푸드의 새 캐릭터 ‘제이릴라(J.RILLA)’를 향해 한 말이다. 친근하면서도 다소 격한 말로 한동안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였다. 제이릴라는 정 부회장과 닮은 꼴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고릴라 캐릭터다. 알파벳 ‘J(제이)’와 고릴라를 합쳐 이름을 지었다. 이에 정 부회장의 이니셜 ‘J’을 따서 캐릭터를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여러 차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이릴라를 공개적으로 디스(비판)했다. 그는 5월4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제이릴라와 어린 고릴라가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의 이미지를 올렸다. 정 부회장은 “얘는 나 디스(비판)하는 것까지 모자라서 애들까지 고릴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나랑 하나도 안 닮았고, J는 내 이니셜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그는 “아 진짜 너무나 짜증 나는 고릴라 X끼”라며 분노해 많은 네티즌을 웃게 했다. 

정 부회장의 이런 반응은 ‘제이릴라 띄우기’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까칠한 표현이 오히려 제이릴라를 홍보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렇게 마케팅 잘하시면 마케팅팀은 뭘 해야 하나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등의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캐릭터 홍보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을 모티프로 제이릴라를 만들었다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고 귀띔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올린 ‘제이릴라’ 게시물에 네티즌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캐릭터 스토리를 보면 제이릴라는 화성에서 태어난 새끼 고릴라다. 화성을 탈출한 뒤 한국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불시착했다. 아직 지구 생활에 적응 중이다. 친한 인간 중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방송인 노홍철씨 등이 있다. 야구와 빵을 좋아한다. 현재 제이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네티즌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신세계그룹은 자체 캐릭터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작년 9월 ‘제이릴라’를 시작으로 지난 2월에는 ‘일렉트로스’, 3월에는 ‘YONGENIUS(용지니어스)’ 등을 내놓았다. 캐릭터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도 잇따라 출원하면서 캐릭터를 다양한 신사업에 활용할 채비를 하고 있다.

◇빙그레, 빙그레 왕국에 사는 빙그레우스 왕자님

빙그레는 최근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를 공개했다. 캐릭터 설정상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왕국에 사는 왕자다. 풀 네임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이다. 빙그레우스가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아 왕좌에 오르는 내용을 담았다. 빙그레의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머리 위에 쓰고 있다. 또 빙그레 제품인 ‘빵또아’ 바지를 입고 ‘붕어싸만코’와 ‘메로나’ 등으로 만든 봉을 들고 있다.

빙그레왕국의 왕위계승자라는 설정의 캐릭터 빙그레우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캐릭터에 스토리를 더한 마케팅이 인기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굿즈.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재밌는 점은 캐릭터에 스토리를 더해 소비자가 마치 게임이나 웹툰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는 점이다. 기업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상의 인격을 만들고 그에 맞는 성격과 세계관을 담는다. 단순히 캐릭터 이미지로만 홍보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빙그레우스 인기는 뜨겁다. 빙그레우스 스토리가 담긴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5만5000명을 넘어섰다. 비비빅, 투게더, 메로나 등 자사 제품에 관련한 캐릭터를 추가로 공개할 때마다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빙그레왕국 흥해라” “이제부터 내 이상형은 빙그레우스” 등 MZ세대의 댓글이 쏟아졌다. 빙그레 왕국 캐릭터들이 나온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 영상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는 약 8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679만회를 넘었다. 기업 홍보 영상으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폭발적인 인기에 빙그레우스를 모티프로 한 세안 밴드, 무릎담요, 실내화 등 굿즈까지 나왔다.

신세계면세점이 공개한 캐릭터 ‘심삿갖’ /신세계면세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신세계면세점은 ‘심삿갖’, 롯데백화점은 ‘휴 공주’

신세계면세점과 롯데백화점도 지난 2월 가상의 콘셉트를 설정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신세계 면세점은 조선 시대에서 온 가상의 인물 ‘심삿갖’을 내놓았다. 심삿갓은 신세계면세점 초성(ㅅㅅㄱㅁㅅㅈ)을 활용해 만든 이름이다. 조선 시대 거상(巨商·대규모로 상업 활동을 하는 상인)인 심삿갖은 우연히 타임슬립을 한 뒤 신세계면세점의 홍보담당자로 취직했다. 이후 신세계면세점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운영을 맡고 있다는 설정이다.

롯데백화점의 캐릭터 휴 공주. /오떼르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롯데백화점은 지난 2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 ‘오떼르’를 개설하면서 ‘르쏘공 왕국’이라는 가상 세계관을 공개했다. 이름은 롯데백화점 본점이 위치한 서울 소공동에서 따왔다. 여기에 왕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한 공주만이 ‘오떼르’로 불릴 수 있다는 설정을 더했다. 르쏘공 왕국의 ‘휴 공주’는 K-공주로 불리면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이처럼 최근 기업들은 가상 스토리와 세계관을 더한 자체 캐릭터를 내놓고 있다. 과거 ‘펭수’나 ‘카카오프렌즈’ 등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협업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사 캐릭터를 키워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이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대학과 교수는 “지금은 매스 마케팅(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활동)이 아닌 마이크로 마케팅(소비자 속성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정보를 활용해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마케팅) 시대다.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기업은 브랜드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은 캐릭터를 활용해 키덜트 성향을 가지고 있는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키덜트란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어렸을 때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을 뜻한다. 가상의 캐릭터에 스토리텔링을 담아 재미와 추억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이에 MZ세대가 매력을 느끼고 열광한다. 자연스레 기업과 브랜드를 더 친숙하게 느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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