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팜’처럼 안되네… “퇴사하려고 쌌던 짐 다시 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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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유명한 ‘퇴사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도 안믿는 표정’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기업공개(IPO) ‘따상’ 행진이 멈췄다. 따상은 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결정된 후 상한가를 치는 것을 의미하는 은어다. 5월11일 코스피에 입성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5만5500원(26.43%) 내린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초기 6% 가깝게 주가가 올랐지만, 따상에 실패하자 실망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졌다. 3거래일째인 5월 13일 주가는 15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적정 주가를 10만원 중후반대로 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가는 10만5000원이다.

2020년 7월 SK바이오팜이 전에 없던 기록을 내면서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쳐 ‘따상상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작년 9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성적은 ‘따상상’, 빅히트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이었다. 

기업공개만 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연달아 나오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모주 청약에 돈을 넣으면 무조건 승리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아 공모주 청약을 넣었다. 정부가 5월12일 공개한 ‘2021년 4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을 보면 지난달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가계대출이 20조2000억원 늘었다. 이 회사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 금액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다. 예상에 못 미친 성적이 나오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김 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돈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높은 청약 경쟁률 탓에 배정받은 주식 수가 적어 실제 수익은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따상상상’ 이후 1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SK바이오팜 주가. /네이버 증권 캡처

◇상장 대박에 사표 내는 직원들

투자자뿐 아니다. 상장을 앞둔 기업공개 대어(大魚)급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개인 투자자보다 주가 향방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우리사주 처분을 두고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SK바이오팜 상장 대박 이후 직원 수십명이 회사를 떠났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은 1인당 평균 1만1000여주를 우리사주로 배정받았다. 5억7000만원 규모다. 팀장급 이상은 평직원보다 2배 가까운 주식을 배정받았다. 우리사주는 보호예수(주식 매각제한)를 적용받아 상장 후 1년 동안 팔 수 없다. 하지만 퇴사하면 보호예수 의무가 사라진다. 퇴사하고 1개월 뒤 개인 명의로 전환되어 들어오는 주식을 매각해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다. 

SK바이오팜 주가는 상장 이후 한 달 동안 20만원대를 오르내렸다. 기업공개 직후 퇴사한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매각해 평균 16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다. 일부 팀장급 이상 퇴사자는 회사를 나와 30억원 이상을 손에 쥐었다고 한다. 상장 1년을 2개월 앞둔 2021년 5월 SK바이오팜의 주가는 10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52주 최고가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뒤 주식을 매각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우리사주 배정 관련 글. /블라인드 캡처

◇“회사 다니며 1년 지켜보는 게 낫다” 의견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상장 대박’을 꿈꾸는 직원들이 남긴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따상’ 가면 곧장 퇴사하려고 책상 정리부터 하는 중”, “퇴사하면 제주도 한 달 살기부터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회사는 계속 다니고 싶은데, 우리사주 때문에 나가야 할지 고민”이라는 직장인도 있다.

SK바이오팜처럼 ‘따상상상’을 치는 게 아니라면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따상 이후 주가가 19만원까지 올랐다가 4월 초 11만원대로 떨어졌다. 상장 1개월이 지난 4월 16일 종가는 13만2000원. 주가는 그 후 16만원대까지 회복하는 등 오름세를 보였다. 만일 2022년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13만원보다 높으면 대박을 노리고 퇴사한 직원보다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니어급 직원 A씨는 “그냥 열심히 회사를 다니면서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따상에 실패하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당분간 공모주 청약이 ‘국민 재테크’라는 별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1년 하반기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크래프톤·LG에너지솔루션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약 광풍으로 인한 주식 고평가 논란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영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투자할 생각이라면 상장 이후 보호예수 매물이 풀린 뒤 매수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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