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하나로 80억 투자·대기업 러브콜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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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모빌리티 플랫폼 회사 하이코어
뒷바퀴만 바꾸면 전기 자전거로 바뀌는
All-In-One Kit로 전기 자전거 시장 사로잡아
“전기 자동차 부품 시장 진출이 최종 목표”

유소년기부터 유도를 시작한, 유도밖에 모르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고등학생 때 열린 시합에서 경기 도중 크게 다쳤다. 다시 도복을 입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쪽 팔에서 뼈 한 조각을 떼야 했다. 가볍게 걷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30분 이상 오래 걷기도 힘들어졌다. 고2 여름, 남들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와 KT 등 대기업이 앞다퉈 찾는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하이코어 박동현 대표(46)의 이야기다.

하이코어 박동현 대표. /하이코어

“부상으로 경증 장애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시합 도중 다치고, 장애까지 얻었다는 사실이 창피하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뒤늦게 공부를 하려니 힘들기도 했죠. 고등학교 2학년 여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운이 좋았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첫 세대였거든요. 고3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두 번 수능을 봤고 그중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원서를 낼 수 있었죠. 그렇게 동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학생이 낸 아이디어로 하이코어 창업

졸업 후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전공을 살려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다.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의 무분별한 복제를 막아줄 수 있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 닥친 현실은 냉정했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사업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주변 동료들은 당연하고, 외부 업체와 파트너, 클라이언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저는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창업했을 때 어려움도 많았었죠. 실패는 쓰라렸지만, 그때 실패하지 않았으면 사업이 뭔지 제대로 몰랐을 거예요.”

-이후 15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했다.

“TG삼보, 리서치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08년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학교 내 특허 기술을 검토하고, 이를 키워 회사로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그 일을 하면서 현재 창업 아이템을 만났습니다. 로봇 제작에 열중이던 박사과정생 한 명이 자신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를 가져와 상업적인 가치가 당시 있겠냐고 물어본 게 시작이었어요. 그 아이디어가 현재 하이코어의 핵심인 ‘듀얼 모터 합성 기술’입니다.”

-듀얼 모터 합성 기술이 무엇인가.

“원리는 간단합니다. 하나의 큰 모터 대신 작은 모터를 여러 개 연결하는 것이에요. 모터의 전체 크기는 줄이면서도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죠. 에너지 효율도 높습니다. 전기 자전거, 전동 휠체어뿐 아니라 전기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수단에 확장해 적용할 수도 있어요. 처음 아이디어를 낸 박사과정생분은 모터 합성 기술을 이용해 로봇 팔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확장성이 큰 기술이어서 다른 영역에도 적용하고 싶은 욕심에 한양대로부터 기술을 사 2012년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T1 제품 사진. /하이코어

◇배터리 크기는 줄이고 에너지 효율 높여

듀얼 모터 합성 기술을 구현한 하이코어의 첫 제품은 2019년 출시한 T1이다. 일반 자전거를 뒷바퀴만 교체해 전기 자전거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일반 자전거의 90%와 호환이 가능해 따로 전기 자전거를 살 필요 없이 타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로 바꿀 수 있다. 온라인몰(bit.ly/3tOgJbN)에서도 활발히 판매 중이다.

“사실 회사를 만들 때는 직접 제품을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회사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기술에 대해 이해시키기가 어렵더라고요. 제품을 하나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일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로 바꿔주는 All-In-One Kit, T1을 선보였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전거 사이즈만 정확하게 안다면 누구나 쉽게 뒷바퀴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전기 자전거보다 좋은 점은.

“배터리 크기를 줄였고, 배터리 무게도 절반 이하로 낮췄습니다. 반면 에너지 효율은 40% 높였어요. 두 개의 배터리를 연결하는 듀얼 모터 합성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모터 하나는 초반 가속에 사용되고, 다른 하나는 고속 구간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두 모터의 역할이 나뉩니다. 모터 하나가 가동될 때 다른 하나가 쉬면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죠. 덕분에 기존 전기 자전거보다 배터리는 작지만, 같은 거리를 갈 수 있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전거 뒷바퀴만 바꿔 전기 자전거로 탈 수 있는 게 T1의 장점이다. /하이코어

-가격이 150만원이다. 저렴한 전기자전거와 비교하면,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전기 자전거가 보편화되지 않아서 비싸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타고 있던 자전거를, 내 몸에 익숙한 자전거를 버리지 않고 바퀴만 교체해서 고성능의 전기 자전거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저희 제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해외에서 먼저 제품을 선보였다고.

“한국보다 전기 자전거가 보편화되어 있는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했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유럽은 전기 자전거 평균 가격이 높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아 초기에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15년부터 매년 세계 3대 바이크쇼에 참석해 제품을 홍보했는데 그때마다 시승회를 열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을 공략하고자 했죠.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중시하고자 직접 경험해볼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자 했던 게 유효했던 것 같아요.”

하이코어는 해외 바이크 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이고, 시승회를 열기도 했다. /하이코어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 후원받아 전동 휠체어 개발하기도

현재는 자전거 외 다양한 이동 수단에 하이코어의 기술을 적용해나가고 있다. 그 시작은 전동  휠체어다. 하이코어는 2020년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의 후원을 받아 전동 휠체어를 개발했다. 하이코어의 듀얼 모터 합성 기술을 적용해 비행기 안으로도 휴대할 수 있는 전동 휠체어를 만들었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장영승 대표님께서 저희 제품 사용 후기를 페이스북에 올리셨는데요. 이를 보고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 스타트업 육성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기존 휠체어 바퀴 2개를 저희 제품으로 바꾸면 전동 휠체어를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물어봤죠. 하지만 자전거는 앞으로만 갈 수 있으면 되지만, 휠체어는 앞뒤로 갈 수 있어야 하고 전후좌우로 돌아야 해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웠어요. 

하지만 원천 기술은 동일하고 자전거와 휠체어 바퀴 금형이 동일해 T1을 만들 때보다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제조 공장은 중국과 대만에 있지만, 금형을 저희가 다 소유하고 있어 제품 개발이 빨랐어요. 전동 휠체어는 올해 안에 병원에서 먼저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A에서 열린 CicLAvia 행사에 부스를 차렸던 모습. /하이코어

하이코어가 개발한 전동 휠체어의 가장 큰 특징 역시 배터리다. 기존 전동 휠체어용 배터리는 국제항공운수 규칙 등에 맞지 않아 기내에 반입할 수 없었다. 하이코어는 핵심 기술을 이용해 배터리 크기와 규격을 줄였고, 효율성은 높였다. 덕분에 1개 구동 시 300Wh 이하, 2개 구동 시 개당 160Wh 이하라는 운송 규정에 맞춘 전동 휠체어를 만들었다. 기내에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고, 비행 동안에는 옷장에서 보관할 수 있는 전동 휠체어를 선보인 것이다. 

“전동 휠체어를 개발한 이후 제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당시 여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는데요. 사전에 항공사에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공항 카운터에서 휠체어에 대해 직접 설명했습니다. 전동 휠체어를 기내로 반입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규격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기장의 승인이 필요한데요. 항공사 측에서도 규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기내로 휠체어 반입을 허가했습니다. 사실 자동차 회사의 제안이 없었다면 전동 휠체어 개발은 생각도 못 했을 문제인데, 뿌듯한 순간이었죠.”

-한진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자율 배송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마지막 배송에 사람이 필요한 단계인데요. 오배송이나 분실을 막기 위해 정확히 전달됐는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한진과 함께 사람과 로봇이 결합되는 배송을 하자는 목표로 전동 카트를 만들고 있어요. 택배 기사님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컨트롤러를 통해 한 손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고, 무거운 짐을 올린 채로도 오르막을 쉽게 오를 수 있는 카트입니다.”

기존 자전거의 뒷바퀴를 떼내고, T1으로 교체한 후 배터리만 부착하면 된다. /하이코어

◇막내 직원이 정년퇴직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

빠르면 7월 중으로는 KT와 함께 공공 전기 자전거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몇 곳과 공공 자전거 도입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현재는 대기업들과 손발을 맞추는 회사로 성장했지만,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창업 후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6년 동안 기술을 개발하면서 회사를 이어왔다. 다행히 기술력을 인정받아 IBK캐피탈·SBA·알톤 등 다양한 기관에서 누적 80억원 정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우수한 기술력으로 탄탄한 제품을 만들어놓은 덕분에 계속해서 제품을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동 휠체어부터 카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쉽게 호환할 수 있도록 원제품을 잘 만든 덕분이에요. 그동안의 고생을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몰(bit.ly/3tOgJbN)에서도 인기입니다. 현재까지 매출은 약 10억원인데 올해는 대기업들과의 협업으로 2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뒷바퀴를 T1으로 교체하고 있는 박동현 대표. /하이코어

자전거로 시작했지만, 최종 목표는 전기 자동차 시장 진출이다. 모터 합성 기술을 적용해 전기 자동차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또 다른 목표는 현재 가장 어린, 28살 막내 직원이 하이코어에서 정년퇴직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제품을 현재는 중국과 대만 등에서 제조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있는 제조 공장 파티에 초대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노공(老工)이 은퇴하는 날이었어요. 그분이 회장님 앞에 서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도 저희 막내가 회사에서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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