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이 연탄 불고기, 라면 판매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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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물량 3000개 6시간 만에 완판. 같은 수량으로 진행한 2차 판매도 완판.

한 립 제품의 출시 성적이다. 유명 뷰티 브랜드의 제품이 아닌 운동복 브랜드 젝시믹스의 신제품이다. 젝시믹스는 요가 및 필라테스 의류 브랜드로 국내 대표 운동복 브랜드 중 하나 꼽힌다. 2020년 매출 1094억원, 2021년 2월 레깅스 평판 1위를 달성한 브랜드가 뷰티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젝시빅스는 2년 전부터 ‘코스메틱 랩’을 만들어 제품 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해 립 제품을 출시했다. 젝시믹스뿐 아니라 많은 패션기업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사실 패션기업은 이전부터 뷰티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면서 사업 다각화 전략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어떤 패션기업이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는지 알아봤다.

젝시믹스가 출시한 립 제품 광고. /젝시믹스 제공

영업이익 98%가 코스메틱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3월25일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출시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프랑스 패션하우스 ‘폴 뽀아레’ 상표권을 인수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장품 브랜드가 뽀아레라고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뽀아레를 세계적인 명품 뷰티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대표는 “뽀아레를 통해 세계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작 5년 만에 매출 229억원, 영업이익 5억7000만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19년 연매출 2000억원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자체 브랜드 ‘연작’, 2020년 말에는 ‘로이비’를 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외 브랜드 인수와 자체 브랜드 론칭을 통해 코스메틱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그 결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영업이익의 코스메틱 비중이 늘었다. 2017년 전체 영업이익 24%에 불과했던 코스메틱 비중은 2018년 78%로, 2019년에는 81%까지 늘었다. 2020년 전체 영업이익 338억 중 331억은 코스메틱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는 무려 98%인셈이다. 

SI에서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연작’ 제품(좌), ‘비디비치’ 광고모델 배우 송지효(우). /신세계인터내셔날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엄 코스메슈티컬 출시하는 한섬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기업인 ‘한섬’도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중에서도 화장품에 의약품 성분을 합친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분야에 진출한다. 한섬은 2020년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컬(현 한섬라이프앤) 지분 51%를 취득했다. 한섬은 고기능성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콘셉트로 제품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론칭 후에는 색조 화장품, 향수 등으로 제품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한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통해 쌓아온 고급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서도 이어가고자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2014년 약 35조원 규모에서 2020년 약 81조원까지 성장했다.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도 약 5000억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LF푸드에서 출시한 연탄 불고기 제품. LF푸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푸드 뷔페 레스토랑 제품. 2018년 LF가 지분을 인수한 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홈페이지 캡처

연탄 불고기, 스키야키…사업 다각화의 모범

연탄 불고기, 탕수육, 스키야키… 모두 국내 패션 기업 LF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패션 회사에서 음식을 파는 게 의아하지만 이는 LF의 성장 동력 중 하나다. LF는 패션기업이지만 다양한 분야로 손을 뻗으면서 성장해왔다.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패션 브랜드가 대부분 뷰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반면 LF는 다양한 곳에 손을 뻗었다. LF는 일찍부터 패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했다. LF는 LG그룹에서 분사해 LG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자회사를 설립해 시푸드 레스토랑 마키노차야, 라멘 브랜드 하꼬야 등을 운영하면서 식품 부문에 진했다. 2014년에는 사명을 ‘Life in Future’의 약자인 LF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시작했다. 최근 6년 동안 자회사 LF푸드를 통해 10여건이 넘는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가정간편식 배송 전문 온라인몰을 론칭해 탕수육, 피자, 스테이크 등을 판매하고 GS리테일과 함께 연탄 불고기, 스키야키 등의 메뉴를 출시하기도 했다.

LF는 식품 사업 외 부동산 금융 사업도 운영 중이다. 의류, 유통산업에 치우친 사업구조에 변화를 줘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뜻이었다. LF는 2018년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을 인수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국내 대표 자산신탁 기업 중 하나로 투자자를 모집해 부동산, 부동산 관련 지분에 투자하는 리츠 사업이 주 사업이다. LF의 부동산 사업이 매출 신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모든 패션 기업의 실적이 부진했다. LF 역시 패션부문에서 2020년 3분기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당시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이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면서 LF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업 다각화가 필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패션 기업이 저조한 실적을 냈지만 사업 다각화에 힘쓴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았다. 한 가지 분야에 의존도가 크면 위기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많은 기업이 기존에 운영하던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거나 그동안의 노하우를 녹일 수 있는 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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