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드립니다” 일론 머스크가 애타게 찾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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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월 8일(현지시각) 탄소 포집 기술 경연 대회에 1000억원대의 상금을 걸었다. 탄소 포집 기술이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쓰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따로 모으는 기술을 말한다. 회수한 탄소는 주로 지하에 매장해 봉인한다. 탄소 포집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월 8일(현지시각) 탄소 포집 기술 경연 대회에 1000억원대의 상금을 걸었다.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머스크는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Xprize) 홈페이지에 대회 일정을 공개했다. 엑스프라이즈는 인류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개 경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다. 머스크는 “1기가톤(10억톤) 수준의 탄소 포집 기술 체계를 만들 팀을 구하기 위해 기술 경연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부피로 따지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 부지 전체를 덮을 수 있는 340m 높이의 큰 얼음덩어리와 같다고 한다.  

대회에 참가한 팀은 대기나 해양에서 이산화탄소를 1기가톤 수준으로 대량 포집해 영구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차단할 해결책을 선보여야 한다. 머스크와 머스크 재단은 이번 대회에 1억달러(약 1121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이번 대회는 오는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시작해 2025년까지 4년간 진행한다. 대회 1등에게는 5000만달러(약 560억원)의 상금을 준다. 2등은 2000만달러(약 224억원), 3등은 1000만달러(약 112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탄소 포집 기술 경연 대회를 알리는 일론 머스크 CEO.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이처럼 탄소 문제 해결은 최근 전세계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2019년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한국 등이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선언했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다. 이에 세계 기업들도 잇달아 탄소 중립 실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조선DB

글로벌 기업인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작년 7월 “2030년까지 전세계 모든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중립화 10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아이폰·아이패드·에어팟·맥 등 모든 애플 기기를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해 기후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이 혁신적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오래 가는 경제 성장의 시대에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도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은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전기 배달 트럭 10만대를 투입한다. 또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기후 변화 대응 기금으로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내놓겠다고 했다. 

대표적인 탄소배출 업종인 석유 화학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세계 2위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계가 청정에너지에 주목하는 만큼 석유 기업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LG화학이 작년 7월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2050년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탄소 중립 성장이란 사업 성장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증가와 같은 수준으로 감축 활동을 펼쳐 탄소 배출순 증가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LG화학의 경우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탄소 배출량은 4000만 톤 규모로 추정한다. 그러나 탄소 중립 성장으로 2019년 배출량 수준인 1000만톤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탄소 3000만톤을 줄이는 셈이다. 이는 내연기관차 1250만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이다. 소나무 2억2000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탄소 네거티브는 탄소 중립보다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엑스프라이즈 홈페이지

또 탄소 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를 선언한 기업도 있다. 쉽게 말해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제거해 이전에 배출한 탄소까지 모두 없애는 셈이다. 탄소 중립보다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영국 에너지 회사인 드락스(Drax)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이루겠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선언이었다. 드락스의 뒤를 이어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가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50년까지 회사가 세워진 해인 1975년 이후 배출한 모든 탄소를 지구상에서 제거하는 걸 목표로 세웠다. 실제로 작년에는 26개의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 투자해 약 130만톤의 탄소를 없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다. 작년 네이버는 “204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목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홈페이지에 올라 온 래리 핑크 회장의 2021년 연례 CEO 서한. /블랙록 홈페이지 캡처

최근 기업이 잇달아 탄소 감축을 선언하는 게 단순히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돈줄을 쥐고 있는 거대 투자사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회사 장기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겠다고 했다. 그는 발전용 석탄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에서는 자금을 뺀다고 했다. 실제로 석탄을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했다. 투자 기업에 기후 변화 관련 친환경 전략을 발표하라고도 했다. ‘월가의 큰 손’으로 불리는 ‘블랙록’은 약 7조달러(약 811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다.

총 5조달러(약 570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투자사 30곳도 투자 기업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탄소 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Net Zero Asset Owner Alliance)은 투자 기업들에 5년 내 탄소배출을 16~29% 줄이라고 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 기업은 투자사의 외면을 받고 있다. 약 143억파운드(약 22조원)를 운용하는 영국의 자산운용사인 사라신앤파트너스는 작년 세계 최대 정유 회사인 로열 더치 셸 보유 주식 중 20% 이상을 팔았다. 그러면서 셸에 서한을 보내 “회사가 대규모로 화석연료에 투자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본은 기후 변화의 원인이 아닌 해결책에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먼 미래의 환경 문제가 아닌 현재 마주한 금융투자 위기로 보고 있다. 탄소  국경세나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는 결국 투자자 수익 감소로 이어져서다. 탄소 국경세란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규제가 강한 국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를 뜻한다. 유럽연합(EU)이 가장 먼저 2023년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무역협회 브뤼셀지부 보고서를 보면 “탄소국경세 도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화학과 철강, 알루미늄, 도자기, 펄프·제지 등 업체들의 수출 비용 상승을 뜻한다”고 했다. 배출권거래제는 할당된 오염물질 배출권에 관해 기업끼리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뜻한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기후 정책은 가격, 비용, 수요 등 전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기후변화가 세계 자본을 재분배할 것이라고 봤다. 또  “기후 위기가 곧 투자 위기다.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국가와 기업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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