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축구가 브라질 넘은 격, 110등→1등 이룬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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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처리는 ‘티 안나는 일’, 민원실은 ‘신입 근무지’?

복잡 민원엔 전자결재 대신 관련부서 모여 ‘대면 심의’

시장 직접 결재 늘리자 “공무원들 자세가 달라져”

경기도 파주시는 2018년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다’등급을 받았다. ‘가’등급은 잘했다는 것이고 ‘마’등급은 못했다는 의미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110등 쯤 한 셈이다. 그러던 파주시가 2019년도 평가에선 가등급을 받아 단 번에 전국 8위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0년도 평가에선 전국 1위를 차지해 지난달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평범한 지방 관청이 2년만에 전국 최고 행정서비스 기관이 됐다는 것이다. 전 세계 210개국 중 피파(FIFA) 랭킹 중간권이면 인도(104위), 태국(111위) 정도 되겠다. 인도나 태국 축구팀이 1년만에 우루과이·멕시코를 누르더니 그로부터 1년 뒤엔 브라질·프랑스를 넘어섰다는 얘기인데,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해 파주시청 민원봉사과를 찾아가봤다.

-민원서비스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파주시청사. /파주시

김진우 민원봉사과장(이하 김진우) : “주민들이 시청에 요청하시는 사안이 모두 민원이다. 주민등록등본 서류를 떼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 건축물 인허가 같은 중후장대한 업무까지 일단 민원실로 들어온다. 민원실이 직접 처리하는 민원도 있지만 인허가 신청 같은 민원은 관련 부서로 배당이 된다. 민원서비스라고 하면 민원실의 친절도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각 부서의 신속·명확한 업무처리가 모두 민원서비스의 범주에 들어간다.”

-결국 대민업무 전반이란 얘긴데, 이걸 어떻게 2년만에 전국1등으로 끌어올렸나?

김명성 종합민원팀장(이하 김명성) : “우선 그 전에 민원실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겠다. 과거엔 민원실을 ‘등본 떼는 곳’ ‘신입 공무원 교육하는 곳’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비슷할 것이다. 가끔 악성민원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2018년 당시 민원실 근무자들이 이러한 분위기와 인식을 바꾸고 싶어했다. 편견을 깨고 자존감을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자존감’을 회복했나?

최근 파주시청에 답지한 민원인들의 감사편지. /파주시청

권지현 주무관(이하 권지현) : “우선 행정안전부에 ‘국민행복민원실’ 재인증을 신청했다. 민원실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우수한 평가를 받는 다른 지자체의 민원실도 방문해봤다. 역시 시설이 좋은 곳이 대체로 민원서비스 평가도 좋더라. 하지만 시설이 핵심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핵심인가?

김진우 : “민원인과의 교감이라고 본다. 공무원들은 절차대로 했는데, 민원인이 폭발할 때가 있다. 민원인 얘기를 들어보면 십중팔구 ‘내가 인허가를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 시청이 안들어준다’는 것이다. A부서에서 안된다고 해서 그 문제를 해결했더니, 이번엔 B부서에서 다른 이유로 안된다고 하는 식이다. 민원서비스를 개선하려면 민원실 자체도 중요하지만, 각 부서로 배급된 민원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2018년 취임한 최종환 시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집합심의’란 것을 도입했다.”

-집합심의란 단어는 생소하다.

김명성 : “중요하거나 복잡한 사안의 민원은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다같이 모여 심의를 하고 인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2000년대 들어 정부·지자체에 전자결재가 도입됐다. 편리하긴 한데 부서별로 자기가 맡은 부분에 대해서만 가부(可否)를 판단하다보니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반려동물 화장장(火葬場)을 짓게 해달라고 인허가 신청이 들어왔다고 하자. 건물을 세우고 진입도로를 뚫으니 건축과와 도로관리사업소는 기본적으로 거쳐야 한다. 여기에 환경보전과, 산림농지과, 동물자원과로부터도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보전과에서 반려돼서 이를 해결하고 다시 찾아갔더니 이번엔 동물자원과에서 반려를 한다. 최종적으로 인허가를 내주느냐 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민원인들은 이 지난한 과정에서 지친다.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논의를 하고 결론을 빠르고 명확하게 도출해주는 것이다.”

-실제 집합심의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했나?

제주도의 한 돔나이트 지붕이 개방되는 모습. /인터넷 화면 캡처

권지현 : “2020년 돔나이트 인허가가 대표적 사례다. 돔 형태의 천장이 개방되는 나이트클럽으로, 실제 제주도의 돔나이트는 관광 명소가 됐다. 파주시에 돔나이트 인허가 신청이 들어왔다. 천장이 열리는 돔이 있으니 당연히 건축과, 소음은 물론 지붕이 열렸을 때 발생할 ‘빛공해’ 때문에 환경보전과, 주택가 주변이니 보육청소년과, 이밖에도 도로관리사업소와 지역발전과도 걸린다. 각 과의 실무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복합적으로 사안을 살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주민들이 입을 수도 있을 피해다. 최종적으로 돔을 개방되지 않는 형태로 설계변경하는 세부적 절충안을 담아 인허가를 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개장을 못하고 있다.”

-시장 결재가 늘어난 것도 민원 평가에 영향을 줬다던데?

김진우 : “시청 민원 업무 중 많은 부분은 과장이나 국장 결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최종환 시장은 시장이 직접 결재를 해야 하는 항목을 대거 늘렸다. 단순히 서명란 하나 늘어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실무부서에서 전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장이 직접 살펴본다고 생각하면 공무원들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암행 형태로 민원만족도 조사도 한다고 들었다.

김명성 : “가전 서비스센터 가서 휴대폰 고쳤을 때를 떠올리면 된다. 고객은 수리가 끝나면 AS기사의 친절도 등에 대해 응답할 수 있게 하지 않나. 시청에도 이것을 도입해서 객관형·서술형으로 답을 듣는 것이다. 그렇게 분기별로 순위가 나온다. ‘이번 분기 친절 1위 공원녹지과, 꼴지 OOO과’ 이렇게 해서 시장 결재까지 들어가나 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암행조사도 도입했다. 조사원이 시청에 전화를 걸어 친절도를 살피는 것이다. 사실 시청 업무가 아닌데 시청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세무서 관련 문의다. 하루에도 이런 전화를 몇 번씩 받는 직원은 ‘그거 우리(업무) 아니에요’하고 끊기 십상이다. 그런데 평범한 주민분들이 시청과 세무서 업무를 어떻게 구분하나. 조금만 친절하게 설명을 해도 민원인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전국1등이 되면서 민원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20년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금으로 무인민원발급창구를 설치하는 모습. /파주시

권지현 : “민원실 직원은 상 받기 어렵다. 당연한 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잘했다고 상도 주고 연말에 가점도 주니 승진도 유리해진다. 인사를 앞두고 희망부서 조사를 하니 우리가 인기 부서가 됐다. 지난해엔 우수 민원서비스 기관으로 정부로부터 표창과 함께 5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돈으로 ‘무인민원발급창구’를 만들어 설치하기도 했다. 민원실 내부에 있던 무인발급기를 외부 부스로 옮겨서 업무시간 외에도 서류 발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장 큰 보람은 역시 민원인들의 격려다. 연세 지긋한 민원인께서 ‘덕분에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정성스레 써서 보내주신 편지를 받으면 힘이 솟는다.”

글 CCBB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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