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국에선…” 지상파 아나운서가 작심하고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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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완 KBS 아나운서, 최근 프리 선언 후 퇴사
잠잠하다 최근 다시 프리 선언 아나운서 늘어
장성규 “돈 때문, 수입 15배 이상 늘어”

KBS 퇴사 후 첫 방송은 SBS였다. 올해 초 KBS에서 퇴사한 도경완 전 아나운서의 이야기다. 도 전 아나운서는 2008년 KBS 35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연예가중계’, ‘생생 정보통’, ‘2TV 생생정보’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두 자녀와 함께 일상을 공개해 인기를 끌었고, 아내이자 트로트 가수인 장윤정과 함께 ‘노래가 좋아’ 공동 MC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1월1일 자신이 몸담았던 KBS에 사표를 제출했고,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KBS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예능 프로그램도 출연했던 도경완이 퇴사 후 SBS 트로트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KBS 방송화면 캡처, SBS Fil

대중의 인지도가 높았던 도경완은 프리 선언과 거의 동시에 새 프로그램 진행 소식을 알렸다. KBS가 아닌 SBS에서다. SBS FiL, SBS MTV는 도 전 아나운서가 트로트 차트쇼 ‘더 트롯쇼’ MC를 맡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프리랜서로 전향한 아나운서가 많았기에 도경완의 퇴사 소식이 그다지 놀랍지만은 않았지만, 궁금증은 남았다.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힘겹게 입사한 그들이 방송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전적인 문제·미디어 환경 변화가 주 퇴사 이유

JTBC 아나운서였던 장성규 전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돈 때문에 회사를 나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장성규는 “부모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집안 빚을 갚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건강하실 때 빚을 해결해 드려야 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랜서 선언 이후 수입이 15배 이상 늘었다고도 언급했다. 또 “5년 안에 다 정리해드리고 싶다”는 목표도 말했다. 하지만 장성규의 케이스는 이례적이다. 프리랜서로서 성공한 이후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퇴사 후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꽤 걸린다.

JTBC 장성규 전 아나운서는 돈 때문에 프리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JTBC 방송화면 캡처

금전적인 부분 외에 미디어 환경 변화도 주된 퇴사 원인으로 꼽힌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고, 유튜브 등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진행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 다양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SBS 간판 아나운서 중 한 명이었던 장예원 전 아나운서도 지난해 회사를 떠난 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30대엔 더 많은 기회를 접해보고 싶었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2012년 SBS에 입사한 장예원은 입사 경쟁률이 1900대 1에 달하던 해에 최연소로 합격해 입사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입사 후에도 스포츠, 라디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했지만, 그런 그에게도 방송국 내부에서의 기회가 제한적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방송국 내 아나운서의 위상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불리며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넘어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상상플러스’와 ‘스타골든벨’ 등을 맡아 활약하면서 많은 인기를 누린 KBS 노현정 전 아나운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스나 생활 정보 프로그램 진행 등 아나운서의 활약할 무대가 줄었다. 도경완도 관찰 예능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서 퇴사 이유를 밝힌 장예원, 박선영 전 아나운서. /tvN 방송화면 캡처

SBS 박선영 전 아나운서도 비슷한 경우다. 2007년 입사해 14년 동안 SBS 소속이었던 박선영도 2020년 회사를 떠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고, 아나운서가 돼 너무 감사했다”면서도 “기능적으로만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실망스러웠다”라고 했다. 획일적으로만 나아가는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퇴사를 결심한 것이다. 그는 퇴사 후 이전에 해본 적 없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진행자, 컴백 기념행사 MC 등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김성주·전현무 등 성공 사례도 영향 미쳐

프리랜서 선언 후 성공한 선배 사례도 좋은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바로 방송인 김성주다. 김성주는 약 7년 동안 근무했던 MBC를 떠나 2007년 프리랜서 전향을 선언했다. 프리 선언 후 한동안은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진행으로 여러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활동 중이다. 프리 선언 후 2년 만에 친정인 MBC 스포츠 중계석에도 복귀했고, 육아 예능에 출연해 2013년 MBC 연예대상에서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성주는 현재는 성공했지만, 프리 선언 후 위축됐었다고 털어놨고(왼쪽), 전현무도 퇴사 후 3년 동안 출연하지 못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으로 복귀했었다. /KBS, MBC 방송화면 캡처

전현무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KBS 공채 32기로 입사한 전현무는 아나운서 시절부터 남다른 예능감과 끼가 돋보였다. 뉴스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두각을 나타냈고, 결국 2012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이후 전현무는 “TV만 틀면 나온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맡았다. 프리 선언 3년 후에는 친정인 KBS에 추석 특집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전무후무 전현무 쇼’로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2017년에는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김성주와 전현무를 지켜본 동료들은 프리 선언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 전현무의 입사 동기였던 KBS 이지애 전 아나운서는 프리 선언을 결정하는 데 전현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지애는 당시 오랫동안 진행했던 생활 정보 프로그램을 하차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전현무에게 “시장이 넓다”는 조언을 들은 후 일주일 만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전현무의 여자친구인 이혜성 전 KBS 아나운서도 “미디어 환경도 변해 꼭 한 방송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프리 선언 후 전현무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지애 전 아나운서는 프리 선언에 전현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고(왼쪽), 전현무의 여자친구인 이혜성 전 아나운서도 프리 선언 후 전현무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E채널, MBC 방송화면 캡처

◇“방송국 내 아나운서 역할 고민해야”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사 자체적으로 아나운서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와 방송 환경이 달라진 만큼, 회사에서 이들을 적절한 곳에 투입하는 등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 외에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한 지상파 아나운서는 “방송국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보니 자연스레 퇴사를 고민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유튜브를 하려 해도 회사의 허락이 필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도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으니 아나운서들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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