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계가 주목, SNS 사진 1장이 인생 바꿔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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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여성 래퍼인 카디비. 지난해 12월 초 그녀가 빌보드 선정 2020 ‘올해의 여가수’로 뽑힌 후 찍은 화보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인 여성 1명을 태그했다. 카디비가 태그한 ‘miss_sohee’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여성복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20대 박소희씨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그녀는 런던의 패션 명문 센트럴 세인트 마틴(CSM) 졸업을 앞둔 학생이었다. 

박소희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고 빌보드 화보를 찍은 카디비. /박소희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7월 그는 패션계의 주목을 받는 신예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미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크리스티안 코완은 2021 봄·여름 시즌 뉴욕패션위크 작업을 같이하자고 제안했고, 보그는 올해 주목해야 할 패션 학교 졸업생 10명 중 한 명으로 박소희 디자이너를 뽑았다. 카디비에 앞서 마일리 사이러스도 싱글 ‘Midnight Sky’를 준비하면서 의상 협찬을 의뢰했다. 박소희 디자이너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알아봤다.

◇SNS에 졸업 작품 올린 후 러브콜 쏟아져

박 디자이너의 인생을 바꾼 계기는 바로 인스타그램이었다. 지난해 박 디자이너는 졸업 쇼를 앞두고 작품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탓에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옷감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평소보다 시간을 3~4배 더 쓴 후에야 겨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졸업 쇼는 취소됐다.

박소희 디자이너와 그가 만든 졸업 작품 중 일부. /박소희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캡처

안타까운 마음에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후 해당 게시글이 수천번 넘게 공유되면서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가 패션을 공부하면서 즐겨봤던 매거진 ‘Love’에서는 화보 촬영을 위해 의상을 협찬해달라는 연락이 왔고, 2주 후 확인해보니 커버 모델 3명이 모두 자신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박소희 디자이너가 만든 옷은 주로 활짝 핀 꽃을 연상시킨다. 카디비가 입은 의상도 블랙 드레스에 커다란 꽃 모양의 코사지가 돋보였고,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컬렉션 이름은 ‘만개한 소녀(The girl in full bloom)’였다. 박 디자이너는 조선일보에 “한국 민화 속 커다란 꽃봉오리에서 졸업작품 영감을 얻었다”며 나중에는 한복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박소희 디자이너의 졸업 작품 중 하나(왼쪽)를 마일리 사이러스가 입고 영국 TV쇼에 출연했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박소희 디자이너, 마일리 사이러스 인스타그램 캡처

◇박윤희 디자이너, “비욘세가 행거째 옷 사가”

해외 셀럽들의 사랑을 받는 또 한 명의 박 디자이너가 있다. 비욘세를 비롯해 패리스 힐튼, 브리트니 스피어스, 앤 헤서 웨이 등 세계적인 셀럽들이 사랑하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박윤희 디자이너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패션 브랜드 ‘그리디어스’를 운영 중이다. 그리디어스는 세계 3대 편집숍 중 하나인 프랑스 ‘레클레어’에도 입점하는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고 있다. 브랜드를 런칭 2년 만에 비욘세가 박 디자이너의 옷을 행거째 구매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박 디자이너도 당시 일화를 공개하면서 “비욘세가 내 옷을 입은 사진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윤희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비욘세(왼쪽)와 패리스 힐튼. /MBC every1, SBS 방송화면 캡처

힐튼호텔 그룹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도 박 디자이너의 옷을 즐겨 입는다. 패리스 힐튼은 한국에 내한할 당시 먼저 박 디자이너의 SNS로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입을 의상을 상의했고, 모든 스타일링을 박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지난해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에서도 박 디자이너의 옷이 등장했다. 마지막 가든 파티 부분에서 여성 성악가가 그리디어스 드레스를 입고 나온 것이다. 해당 드레스는 2017 S/S 뉴욕컬렉션 런웨이에 오른 제품이지만, 기생충 이후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지난해 연말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 출연했던 박 디자이너는 옷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옷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옷은 사람이 입지 않으면 쓰레기라 생각한다”며 “옷은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직후 박윤희 디자이너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그가 입고 나온 후드티 매출도 오르는 등 대중도 그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예능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박윤희 디자이너. /SBS 방송화면 캡처

◇한국인 디자이너가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우승하기도

여성복 브랜드 ‘김해김’의 김인태 디자이너도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김해김은 김인태 디자이너가 2014년 파리에서 만든 패션 브랜드다. 발렌시아가 콜렉션팀에서 일했던 김 디자이너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거쳐 2014년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후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고, 5년 후인 2019년에서야 국내에 첫 매장을 열었다. 

김 디자이너는 2019년 국내 디자이너 중 최연소로 파리의상협회에 정식 멤버로 가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파리의상협회는 세계 4대 패션 컬렉션 중 하나인 파리패션위크를 주관하는 곳이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중에서 까다로운 검증에 통과한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어 많은 디자이너가 정회원으로 가입하길 꿈꾸는 곳 중 하나다. 같은 해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에서 역대 최초로 단독 수상한 주인공도 김 디자이너다. 

국내 디자이너 중 최연소로 파리의상협회에 정식 멤버로 가입한 김인태 디자이너(왼쪽)와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김민주 디자이너(검은색 옷). /삼성물산 패션 부문, 넷플릭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한국인 디자이너가 우승했다. 201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따 패션 브랜드 민주킴을 운영하는 김민주 디자이너다. 김 디자이너는 영국·미국·멕시코·인도·중국 등 전 세계에서 모인 17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치열한 승부를 벌였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을 보여주면서 최종 우승했다. 우승상금 25만달러(약 3억원)과 네타 포르테 입점 기회도 얻었다.

김 디자이너는 대회 이전부터 이미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이름난 인재였다. 세계 3대 패션 스쿨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2013년에는 H&M 디자인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레드벨벳에 이어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무대 의상 제작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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