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재난지원금이냐”…식지 않는 성과급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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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에 올라온 삼성전자 성과급 인증 글. /블라인드 캡처

‘전자OPI 20,126,010원 입금.’

최근 삼성전자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이 직장인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는 1월29일 2020년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다. OPI는 소속 사업부 연간 실적이 연초 목표를 넘을 때 초과 이익의 20% 안에서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 영업이익 36조원을 남겼다. 역대 4번째로 큰 규모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매출 규모는 236조8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출범 이후 3번째로 높다. 실적이 오른 만큼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 규모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과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반도체(DS) 부문은 47%, 소비자가전(CE) 부문 성과급은 연봉의 37% 선이라고 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삼성전자 성과급 인증 글이 올라오자 직장인들은 “피자 한 판만 사 달라”, “내 연봉을 성과급으로 받는다”, “이직하고 싶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삼성전자가 29일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성과급 산정 방식 밝히라” SK하이닉스 직원들 문제 제기

삼성전자의 성과급 잔치 소식에 반도체 경쟁사 SK하이닉스 사내 게시판에는 분노 섞인 구성원들의 불만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1월 28일 공지를 통해 삼성의 OPI 격인 PS(초과이익배분금) 규모를 연봉의 20%로 정했다고 알렸다. 구성원들은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 하이통 등을 통해 성과급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연봉 20%를 성과급으로 받는데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첫 번째는 경쟁사 대비 미흡한 보상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2019년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2020년 PS를 받지 못했다. 대신 특별기여금으로 연봉의 20%를 받았다. 이때 회사의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2020년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1년 사이 84% 올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세(30%)의 3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성과급 지급 규모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하이닉스는 2017년과 2018년에는 삼성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우리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실리콘웍스, 원익IPS보다 적은 PS를 주는 근거가 무엇이냐”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SK하이닉스에서는 ‘EVA’(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 등을 뺀 금액)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산 방식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내에서는 4년 차 직원이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EVA 지수의 산출 방식과 계산법을 공개할 수 있는지, 매년 EVA만큼 지수 달성하면 성과급 및 특별기여금을 기본급의 최대 몇 %까지 지급 가능한지 궁금하다”라고 공개적으로 묻기도 했다.

연봉 반납을 선언한 최태원 회장과 이를 비판하는 SK하이닉스 직원들. /YTN News 유튜브, 블라인드 캡처

◇최태원 회장 연봉 반납 선언에 “SK 재난지원금이냐” 비판

입사 3년이 지나지 않은 사원 사이에서는 “신입 때 공채설명회에서 사측이 무조건 삼성에 맞춰 성과급을 준다고 했다”라는 폭로가 나왔다. 이들은 “인사담당자가 삼성보다 1만원짜리 한 장이라도 더 준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취업 사기’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SK하이닉스 주니어급 사원  A(30)씨는 “과거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이 월급과 휴가까지 반납해가며 시가총액 2위 회사로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사측이 구성원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태원 SK 회장까지 나섰다. 최 회장은 2월 1일 경기도 이천시 M16 반도체공장 준공식 행사에 참여해 “2020년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최태원 회장의 연봉은 30억원대로 추정된다. 2019년에는 30억원을 받았고, 2020년 상반기에는 17억5000만원을 받았다. 최 회장은 “PS에 대해 직원들과 먼저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한다는 자책을 한다”라며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을 구성원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연봉 반납 선언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20년 9월 기준 SK하이닉스 직원은 약 2만9000명이다. 30억원을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10만3000원을 받을 수 있다. 구성원들은 “최 회장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지적한다. “SK 재난지원금 10만원 입금 예정”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남긴 기업 후기. /블라인드 캡처

직원들은 성과급 발표 이후 블라인드 내 SK하이닉스 기업 리뷰란에 평점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연달아 회사 평가에 별점 1점을 달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임원만 행복 외치는 회사”, “강제로 행복당하는 회사”, “개돼지 표본의 온상” 등의 후기가 달렸다. SK하이닉스 측은 여전히 성과급 산출 근거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EVA 산출에 들어가는 항목 세부 금액은 대외비”라고 했다. 이어 “전년 대비 실적 증감이 초과이익배분금 지급 기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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