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무슨…” 남성 공무원들 불만 터진 제도,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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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에 3시간 일하고 퇴근하는 게 숙직인가요?”

대전광역시 동부교육지원청이 2021년 여성 재택숙직제를 도입했다가 남직원들의 반발로 한 달 만에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동부교육지원청에선 남성이 숙직 근무를, 여성이 일직 근무를 전담해왔다. 일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일하는 것을 숙직이라 한다. 숙직 근무자는 야간에 걸려오는 민원 전화 응대, 돌발 상황 대비와 방범·방호 등 시설 보안 상태 점검 등을 맡는다.

청사 내부에서 남직원 숙직 전담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부교육지원청 남직원은 32명, 여직원은 62명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많은데도 숙직은 남성의 몫이었다. 남직원들은 1개월에 1번꼴로 청사에서 밤을 지새웠다. 조직 내 여성 비율이 올라가면서 숙직 주기는 더 빨리 돌아왔다. 남직원 사이에서 당직 근무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KBS News 유튜브 캡처

◇재택숙직제 도입에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냐” 비판

동부교육지원청이 꺼내든 대책은 여성 재택숙직제였다. 여성 재택숙직제는 여직원을 주 2회, 2인 1조로 숙직 근무에 투입하는 제도다. 다만 일과가 끝나고 오후 9시 10분까지만 청사에 머무르며 본래 숙직 근무자의 업무를 맡다 퇴근한다. 그 뒤에는 경비업체 직원이 다음 날 오전까지 청사에서 경비를 맡는다. 동부교육지원청은 2020년 12월 한 달간 시범 운영을 거쳐 2021년 여성 재택숙직제를 도입했다.

여성 재택숙직제 도입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숙직의 정의가 직장에서 밤에 교대로 잠을 자면서 지키는 일을 말하는데, ‘재택숙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여성 직원이 숙직 근무를 안 하게 하려고 세금을 들여 경비업체 직원을 고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1월 1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여성 재택숙직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재택숙직제 반대 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여성 재택숙직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당직 근무 체계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성 직원 비율이 오른 일부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숙직 근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청은 임신(출산)자, 성별 불문 만 5세 이하 양육자와 한 부모 가구 미성년자 양육자를 뺀 모든 직원이 숙직 근무를 한다. 서울 강북구는 2007년부터 여성도 숙직 근무를 하고 있다. 중앙부처 중에서는 여성가족부가 2012년, 법제처가 2015년부터 성별 구분 없는 숙직 근무를 해왔다.

대전 동부교육지원청은 결국 도입 3주 만에 여성 재택숙직제 운영을 중단했다. 1월 21일 “성평등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숙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숙직 전담 공무직을 선발해 배치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News 유튜브 캡처

◇늘어나는 숙직 전담 직원···예산 낭비 지적도

일부 지자체에선 이미 숙직 근무를 전담하는 기간제근로자를 뽑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2020년 4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숙직 전담 직원 4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계약 기간 8개월 동안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5시간씩 주3회 근무한다. 서울 구로구청은 2019년부터 숙직 전담 직원을 뽑았다. 이들은 월 170만원의 급여를 받고 1년 단위로 최대 5년 근무할 수 있다. 구청은 “공무원이 숙직 근무를 하면 대체 휴무로 자리를 비워 민원인 응대가 쉽지 않아 전담 직원을 뽑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원 응대 효율화와 근무 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숙직 전담 직원을 뽑는 지자체가 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은 “연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해 구청에서 숙직 전담 직원을 뽑는데, 결국 국민 세금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한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청은 2019년 예산 1억5000만원을 들여 숙직 전담 직원 6명을 채용했다.

숙직 전담 직원을 뽑으면 오히려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정겸 의정부시의회 의원은 지난 1월 19일 “2021년 의정부시의 일숙직비는 1억4340만원인데, 이 예산이면 숙직 전담 직원 5명을 뽑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단순한 방호경비는 원격 체제로 바꿔 사람이 서는 당직 근무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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