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바로 받아주는 남자, 누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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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촉망받는 공학도였다. 연구원을 꿈꾸며 들어간 대학원에서 처음 맡은 일은 학과 영수증 처리였다. 종이에 영수증을 붙이면서 이러한 잡무가 연구 시간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기업의 번거로운 세무·회계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자비스’를 개발했다. 또 세무를 잘 알지 못하는 개인을 위해 세무 신고·환급을 도와주는 서비스인 ‘삼쩜삼’도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동안 몰라서 못 받았던 세금을 5초 만에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 세무회계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김범섭(42)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비스앤빌런즈’ 김범섭 대표.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학창 시절 촉망받는 공학도였다. 자연스레 연구원을 꿈꿨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이 일어났다.

“연구원이 꿈이라서 줄곧 공부만 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 스키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어요. 1년간 재활하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딴 것 좀 해보자’라는 생각이 컸어요. 무엇을 하면 재밌을까 고민했죠. 1년간 쉬면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다큐멘터리 PD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김범섭 대표는 그렇게 방송국 PD 시험을 준비했다. 1년여간을 준비했는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2년간의 공백에 뭐라도 하면서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06년 KT 휴대 인터넷 사업본부에 들어갔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KT에 스타트업이 사업 제휴하는 걸 검토하는 부서에서 일했어요. 사업 계획서를 살펴보고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자신을 ‘창업 중독자’라고 한 김 대표. 과정은 힘들어도 다른 데서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첫 번째 창업에 나서다

이후 회사를 나온 김 대표는 2008년 위젯 서비스 전문 업체인 ‘위자드웍스’에서 마케팅이사로 일했다. 수익 모델이 없던 초창기 시절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했다. 영업 일까지 직접 하면서 매출을 냈다. 1년간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직접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아이티에이치(ith)’를 창업했다. 첫 번째 창업이었다. 

“당시 트위터가 뜨기 시작할 때였어요. 그때만 해도 트위터에 댓글이나 이미지 등은 올릴 수 없어서 제한적이었죠. 이를 보완해 한국형 트위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톡픽(TOCPIC)’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사진을 올릴 수 있고 댓글도 달 수 있게 했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시장이 커질 거로 보고 뛰어든 거였죠. 그런데 생각보다 수익은 크게 나지 않았어요. 대신 외주 형태로 개발 일을 해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던 선데이토즈가 만든 ‘애니팡’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걸 봤어요. 처음엔 수익 모델도 없어 보였던 서비스였는데 막상 보니 그렇지 않았죠.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다’ 싶었습니다. 시야가 너무 좁았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의 브랜드를 가진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창업,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만들다

당시 김 대표는 ‘아이티에이치’를 운영하면서 그루폰 코리아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 기술 책임자), 패스트트랙아시아 CTO를 겸직했다. IT 벤처 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실무 능력을 키웠다. 이후 2012년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만든 드라마앤컴퍼니였다. 

“처음엔 커리어 플랫폼을 구상했어요. 채용을 도와주는 서비스 같은 거죠. 대학생의 경우 아직 명함이 없으니, 채용 박람회나 채용 회사 등 현장에서 바로 명함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스북에 로그인만 하면 온라인 명함을 만들 수 있었고, 상대방에게 모바일로 전달하는 서비스였습니다. 당시 이용자 수가 10만명까지 늘었어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한 투자사에 방문했어요. 대표의 책상에 명함이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1000장 정도 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명함 관련 회사이지 않냐. 이 명함을 휴대전화에 입력해줄 순 없냐’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이걸 서비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명함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회사명, 부서, 이름 등을 입력해주는 앱 ‘리멤버’를 론칭했습니다.” 

그렇게 ‘리멤버’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또 한 번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자신을 ‘창업 중독자’라고 했다. 과정이 힘들고 고생스럽긴 해도 다른 데서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리멤버’에서 나온 김 대표는 2015년 현재 몸담은 ‘자비스앤빌런즈’를 창업했다. 

자비스앤빌런즈에서 내놓은 서비스인 ‘자비스’와 ‘삼쩜삼’. /각 홈페이지 캡처

◇세 번째 창업, 기업과 개인의 세무 관리를 돕기 위해 나서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원 때가 떠올랐어요. 당시 처음 맡은 일이 학과 영수증 처리였어요. 영수증을 일일이 붙이고 정산하는 잡무를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공부하러 왔는데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도 신입사원이다 보니 사업부서 영수증 처리 일을 했어요. 회사를 창업해서도 마찬가지였죠. 사업 초기엔 직접 다 해야 했죠.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기업이나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비스앤빌런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기업의 세무와 회계 관리는 물론 재무제표 분석, 급여 관리까지 해주는 서비스인 ‘자비스’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 경리가 기업의 복잡한 세무·회계 업무를 대신해주는 거다. 

두 번째 서비스는 인공지능(AI) 세무 신고 서비스인 ‘삼쩜삼’이다.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배달·택배·대리 기사, 크리에이터, 플랫폼 노동자 등 독립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위한 간편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다. 독립노동자란 독립사업자(자영업자)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의 경우 삼쩜삼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금받지 못한 세금을 조회하고 받을 수 있다. /조선DB

“직접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급여, 원천세 신고, 부과세 관리 등 세무 관리도 수작업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로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어 2019년 ‘자비스’를 론칭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한 후 사용자를 분석해보니 기업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라이더, 프리랜서 등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많이 검색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알고 보니 그간 일하면서 환급받지 못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줄 알고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살펴보니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세무 업체는 많은데,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없었습니다. 개인의 경우 직접 하기에는 세무를 잘 몰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 전문 세무 업체에 맡기자니 소액이라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추가로 만들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작년 5월 ‘삼쩜삼’을 출시했습니다.

‘삼쩜삼’을 이용하면 세무서를 찾아갈 필요 없이 모바일로 편리하게 세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뿐 아니라 기한 후 신고 기간에도 이용 가능합니다. 최대 5년(2015~2019년) 전 내용까지 신고할 수 있어요. 기한 후 신고란 법정 신고기한이 지난 후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는 걸 말합니다. 

최대 5년간의 세금 내용을 홈택스(종합 국세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인합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있다면 환급받을 수 있어요. 휴대폰 번호 및 홈택스 아이디 로그인만 하면 세금환급 예상 금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종합소득세 신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금 환급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대행료는 1000 원부터에요. 수입 금액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업소득만 있는 경우 수임 동의가 끝나면 최대 3일 이내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빠르면 당일에도 알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서비스를 이용해 홈택스 계정만 입력하면 그간 못 받은 환급금이 얼마인지 5초 이내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세무사를 통한 환급 신고까지 가능합니다.” 

자비스앤빌런즈 김범섭 대표와 신동민 COO(Chief Operating Officer·기업 내부의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환급액 조회 과정. /삼쩜삼 홈페이지 캡처

최근 ‘자비스앤빌런즈’는 이러한 사업성을 인정받아 KDB 산업은행,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21억원을 투자받았다. 

현재 기업용 서비스인 ‘자비스’에 가입한 회원사는 4만2400여곳이다. 지금까지 이 인공지능 경리를 이용해 관리한 금액은 총 28조211억원(2020년 12월 기준)이다. 경비 처리한 영수증 수는 85만장이 넘는다. 

개인을 위한 서비스인 ‘삼쩜삼’을 이용해 세금 환급액을 조회한 사용자 수는 1월 18일 기준 150만명을 넘었다. 누적 환급금만 175억원이 넘는다. 1인당 평균 환급액은 16만원이 넘는다. 그간 몰라서 못 받았던 세금을 1인당 16만원 정도 환급받았다는 뜻이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서비스를 이용한 분들의 후기를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자신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인 줄도 몰랐는데 서비스를 이용해 세금을 돌려받아 기분이 좋았다는 분이 많아요. 그럴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벌써 세 번째 창업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주변을 보면 창업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친구가 많아요. 창업하고 싶다면 무조건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업화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일단 해봤으면 해요. 요즘엔 간단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거나 마케팅 등에도 도움을 주는 툴(tool)이 많이 나와 있어요. 이런 걸 이용해 먼저 사업 아이템을 검증해보고, 시장 반응을 본 후 본격적으로 시작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현재 국내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세무 서비스를 하는 건 ‘삼쩜삼’이 유일합니다. 전문적으로 세무사의 관리를 받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들이 세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잘 모르거나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해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서비스 이용해 고객층이 더 넓어지면 향후 금융 서비스까지 넓히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좋은 멤버들을 더 많이 모아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다른 사람과 잘 어우러져 협업할 수 있는 멤버와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고객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보람을 느끼고, 성장 욕구가 큰 사람이 회사에 많이 찾아줬으면 해요.”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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