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걸려서 나온 소고기와 물냉면,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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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닌가요?” 음식 그림을 그리는 작가 세현이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질문처럼 이 작가는 사진처럼 음식을 똑같이 그려낸다.

웹툰 ‘여기서 한잔할래?’ 중 ‘금태 사시미’편에 실린 음식 그림과 주인공 수달. /본인 제공

음식 그림으로 그가 처음 도전한 만화 ‘여기서 한잔할래?’는 작가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웹툰이다. 콘셉트는 ‘수달의 혼술툰’이다.

귀여운 수달 캐릭터가 음식점을 찾아 맛있는 안주와 술을 맛보는 이 웹툰은 도전 만화에 업로드 된 지 두 달 만에 정식 연재 직전 단계인 베스트도전까지 올랐다. 연재 1년간 누적 조회수는 250만회에 달한다.

최근에는 출판사의 제안으로 웹툰이 단행본으로 나오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재주를 가진 건지 궁금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네이버 베스트도전 만화에 ‘여기서 한잔할래?’라는 혼술툰을 그리는 작가 세현이다. 나이는 서른 두 살이다.”

-‘여기서 한잔할래?’ 웹툰의 인기가 높다. 두 달 만에 베스트도전에도 올랐는데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부족한 게 많은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린 것인가.

“어릴 때부터 연습장에 만화는 자주 그렸다. 중학교 때 친구와 함께 판타지 만화를 만들어서 팔기도 했다. 잘 팔리진 않았다. 판타지 만화를 좋아해 많이 읽기도 했다. 그 당시 유행했던 만화 ‘원피스’, ‘데스노트’를 본 게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진학도 만화과로 했다. 여러 공모전에 참여해 상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대학에 등록금을 지원받고 갈 수 있었다.”

-원래 하던 일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들었다.

“학창시절에 만화를 그리긴 했지만 사실 만화는 초보다. 웹툰도 이번에 처음 그려봤다. 원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 게임 원화쪽으로 가고 싶어서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만들었었지만 번번히 떨어져 집에서 하는 일을 도우며 프리랜서로 일했다. 주로 소개를 받아 게임회사 캐릭터 일러스트를 했다. 미소녀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는데 잘 맞았다. 2년 정도 준비를 해서 독립 출판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일러스트만 담은 책이었는데 잘 안됐다.”

작가 세현이 그린 미소녀 일러스트. /본인제공

-일러스트페어에도 참가했었다고.

“2016년 서울일러스트페어에 참가했다. 다른 작가들은 엽서, 키링, 스티커, 파우치 등등 굿즈를 많이 가지고 나왔었는데 큰 행사가 처음이라 난 미소녀 일러스트로 만든 책만 가지고 나갔었다. 부스비와 책 인쇄비까지 합치면 꽤 많은 돈을 지출했는데 책은 열 권 정도밖에 못 팔았다. 중학교 때부터 그 나이 때까지 사람 일러스트를 그렸는데 반응이 안 좋으니 그 시간들을 전부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다. 좌절이 컸다. 그 후 2년 정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작가 세현이 그린 음식 그림. /본인 제공

-슬럼프 시기는 어떻게 보냈나.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림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집에서 눈치도 많이 보였다. 힘들었지만 버텼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연습장에 초밥을 그려봤다. 그렇게 그렸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색칠을 해서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주변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손을 움직이는 게 나으니까 뭐라도 그려보라고 했었다. 오랜만에 그리니 무뎌지긴 했는데 사람이 아닌 음식을 그리니까 비교적 쉽더라.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그렇게 음식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 세현이 그린 초밥 100선. /본인 제공

-2019년 서울일러스트페어에 다시 도전했는데.

“음식 그림으로 1년 정도 준비를 해서 엽서, 스티커, 머그컵, 패브릭 티셔츠 등의 굿즈를 만들어서 나갔다. 수익은 많진 않았지만 에이전시도 만나고 외주문의도 들어왔다. 미소녀 그림이 내 고집이었다면 음식 그림은 누가 봐도 좋아하더라. 이쪽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음식 그림으로 웹툰에도 도전했다.

“음식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붙어서 이걸 다른 콘텐츠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주변에서 만화를 권했다. 대학교 때 하던 것처럼 캐릭터를 만들고, 음식 그림부터 많이 그려 놓았다. 처음부터 콘셉트나 스토리를 생각해 만든 만화는 아니었다.”

작가 세현이 그린 웹툰 ‘여기서 한잔할래?’에 실린 어복쟁방과 석화 그림. /본인 제공

-웹툰을 보면 맛깔스러운 안주에 딱 적당한 만큼의 술을 즐기는 수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래 음식과 술을 좋아하는 편인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술도 즐긴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지만 맛집 탐방 모임도 재작년 말부터 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알음알음 모인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다. 만나기 전에 무엇을 먹을지 투표를 해서 모인다. 그때 먹은 오마카세, 어복쟁반을 만화에 다루기도 했다.”

작가 세현이 그린 소고기와 냉면 그림. /본인 제공

-지금까지 그린 음식 그림 가운데 가장 잘 그렸다고 생각하는 그림은 무엇인가. 작업 시간이 제일 길었던 그림도 궁금하다.

“웹툰에 실은 소고기 숯불구이와 냉면 세트를 뽑고 싶다. 제일 뿌듯했다. 반응도 좋았다. 그리는데 2주 정도 걸렸다. 제일 오랫동안 매달린 그림은 연재에는 안 들어갔지만 초밥 100선 그림이다. 이 그림은 다 그리는 데만 몇 달 정도 걸렸다.”

-하루 작업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작업 방식이 100% 디지털이 아니던데.

“작업 시간은 들쭉날쭉하지만 보통 하루에 6시간 정도 그린다. 그림은 일단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펜으로 외곽선을 그린 뒤 그걸 스캔해 포토샵으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그린다. 만화를 배울 때 예전 만화 원고 그리는 방식으로 배우기도 했고, 연필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그린다.”

-음식 그림을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자료들을 주로 참고하나.

“책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음식 사진이나 맛집 정보들을 많이 참고한다. 음식을 조금 더 맛있게 그리려면 많이 관찰해야 하고, 음식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같은 치킨이라도 바삭하게 튀겨진 것과 로스트 치킨은 윤기나 질감에서 차이가 나지 않나. 많이 먹어보는 것도 좋다.”

작가 세현이 그린 음식 그림. /본인 제공

-웹툰에 맛집에 대한 정보도 다루는데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이 뭔가. 맛집 사장님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일단 맛과 비주얼을 많이 본다. 가격대도 고려한다. 너무 비싸면 쉽게 갈 수 없으니까. 혼자가서 먹은 곳은 혼자가서 먹어도 괜찮은 분위기인지도 함께 고려해 선정한다. 만화를 본 사장님들은 감사하다고, 다음에 오면 서비스를 주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 데 만화 특성상 여러 곳을 다녀야 하니까 갔던 가게를 또 가기가 여의치 않다. 기회만 노리고 있다.”

-겨울에 잘 어울리는 음식과 술을 추천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순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굴이나 굴찜에 소주를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기름이 오른 생선회에 따뜻하게 데운 정종 한 잔도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 작업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

“만화로 유명한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얼떨떨하기도 하고 신기했다. 개인 독립 출판이 아니라 진짜 출판사를 통해 내 책이 나온다니 믿기지 않고 어리둥절했다.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데 책이 360페이지가 넘다 보니 오탈자를 확인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었다.”

-앞으로의 계획, 목표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차기작은 코스요리를 그리는 만화로 방향을 잡았다. 스토리 보다는 음식 그림이 중심이 될 것 같다. 한 편당 5~20개까지 음식 그림이 들어갈 것 같다. 음식 그리는 실력이나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생각나는 목표는 음식 일러스트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는 것과 캐릭터 산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아직까지 음식 일러스트 분야가 마이너한 영역이긴 하지만 열심히 해서 꼭 목표를 이루겠다.”

글 CCBB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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