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한복판에 등장한 비닐하우스, 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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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들, 구장에 대형 비닐하우스 설치해
추위 막고 선수들 부상 예방 차원
육상 등 타 종목도 비닐하우스 활용해 훈련

부산 사직구장에 비닐하우스가 등장했다. 2021 정규 시즌 준비를 위한 1군 스프링 캠프(spring camp)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스프링 캠프는 매년 봄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프로야구·축구 등 스포츠 구단이 집중적으로 합숙 훈련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KBO 리그 10개 구단 스프링 캠프를 위해 해외로 떠났다. 한국보다 따뜻하거나 훈련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캠프가 불가능해져 국내 캠프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따뜻한 곳으로 이동이 불가능해진 만큼 국내 캠프 성패의 키워드는 ‘방한’으로 꼽힌다. 롯데자이언츠가 사직구장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이유도 방한 때문이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교도소 내 온실에 야구 훈련장을 설치했었다. /tvN 캡처

◇롯데·기아·한화, 구장에 대형 비닐하우스 설치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2월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그라운드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난방용품을 도입하는 등 추위를 막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도 비닐하우스가 등장했다. 기아는 가장 먼저 챔피언스필드 좌우 외야 끝에 위치한 불펜 두 곳을 실내 공간으로 만들었다. 철골 구조물을 설치한 뒤 천막을 덮어 눈이나 비가 와도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불펜 내부에는 난방기기와 조명을 설치해 추위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퓨처스 선수단의 스프링 캠프지인 챌린저스 필드에도 방풍 시설을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한 방풍 및 방한 시설 설치 공사는 이달 말쯤 끝난다. 기아 관계자는 “광주와 함평 지역의 2~3월 평균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는 높지만, 선수들이 야외에서 훈련하기에는 춥다”면서 “최대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스프링 캠프를 위해 방풍 및 방한 시설 설치 공사를 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기아타이거즈

한화이글스는 홈구장 대신 따뜻한 경남 거제도로 내려가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이후 2차 캠프를 대전 이글스파크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2차 캠프를 대비해  선수들이 추위를 피해 러닝과 캐치볼을 할 수 있도록 대전구장에 대형 비닐하우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SK가 설치한 대형 비닐하우스,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사실 비닐하우스 훈련장은 지난해에도 화제였다. SK와이번스가 선수들의 훈련에 도움을 주고자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행복드림구장에서 야구단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촬영 중이었고, 드라마에도 내야를 둘러싼 긴 비닐하우스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 등장한 비닐하우스 훈련장은 실제 SK 행복드림구장에 선수들 훈련을 위해 설치된 것이었다. /SBS 캡처

SK는 2019년 11월 말, 선수들이 야외에서 따뜻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SK의 구단 사무실이 있는 문학경기장에서 육상선수들이 트랙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훈련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SK는 공을 던지고 받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높이에 길이는 100m인 비닐하우스를 제작했다. 제작비는 120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여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한 효과도 좋고 선수들의 반응은 좋았다. 

40년 전에도 비닐하우스 훈련장이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미 그룹이 인천을 연고로 창단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최초로 비닐하우스 훈련을 도입한 구단이다.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는 당초 해외로 스프링 캠프를 떠날 계획을 세웠지만, 스카우트 비용에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예산이 부족해지자 부랴부랴 이를 취소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바 있다. 이후에도 종종 국내에서 훈련하는 구단들이 구장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왔다.

SK 선수들이 비닐하우스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모습. /KBS 캡처

◇겨울 훈련 효자 역할 톡톡히 하는 비닐하우스

야구 외 종목에서도 겨울철 훈련을 위해 종종 비닐하우스를 활용해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천시체육회는 선수들의 기초체력 훈련 등을 위해 문학경기장 보조경기장에 400m 길이의 비닐하우스 트랙을 설치했다. 선수뿐 아니라 지역 내 주민들에게도 비닐하우스 트랙을 개방해 겨울철에도 실외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올해는 충남 서산시에도 비닐하우스 훈련장이 만들어졌다. 따뜻한 남쪽 지역으로 이동해 훈련하는 것조차 어려워지자 시 내에서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산 6000만원을 들여 400m짜리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서산시체육회는 날이 따뜻해지면 비닐하우스를 철거했다가 겨울에 다시 설치할 계획이다. 

서산종합운동장에 설치한 비닐하우스 훈련장(위)과 과거 양궁 선수들이 겨울철 비닐하우스 훈련장에서 훈련하던 모습. /유튜브 ‘헬로! 충남 – LG HelloVision’, JTBC 캡처

올림픽 효자 종목인 양궁 대표팀 선수들도 진천선수촌 완공 이전에는 겨울철이면 비닐하우스에서 활 쏘는 연습을 해왔다. 표적은 바깥에 있지만, 선수들은 건물 한쪽을 비닐로 덮은 곳에서 활을 쐈다. 비닐 가운데 활이 빠져나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만들어 놓은 덕분에 따뜻한 곳에서 훈련하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현재는 진천선수촌 내 양궁 실내훈련장이 건설되면서, 비닐하우스 훈련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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