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기침…나중에 이유 알고 소름 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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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생활화학제품
이염 방지 세탁 티슈, 종이 세제 만들어
“세상에 없던 편리함 만드는 게 목표”
‘레오니오’ 함상훈 티에스티코리아 대표

“이유 없이 목이 붓고, 기침을 했어요. 폐렴 검사를 몇 번이나 했는데, 아픈 이유를 알 수가 없었죠. 나중에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어요. 생활화학제품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때 깨달았습니다.”

2011년 봄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일이 급격하게 늘었다. 2개월 사이 임산부 환자 4명이 사망하면서 정부가 역학 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병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지금도 수많은 환자가 폐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2020년 7월 기준 환경부가 접수한 누적 피해 신고는 6817건. 이중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 수만 1553명에 달한다.

함상훈 대표. /티에스티코리아 제공

함상훈(42) 티에스티코리아 대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하나다. 10여년 전 겨울,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고열 증상까지 겹쳐 출근도 못 했다. 지인이 죽을 쑤어 집에 찾아와 병간호할 정도였다. 혹시나 한 마음에 가습기 사용을 멈추니 서서히 증세가 나아졌고, 그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가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역류성식도염이었다.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안 건 한참 뒤의 일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은 뒤로 대기업 제품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생활화학제품을 고를 때 항상 성분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하지만 시중에는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든 제품이 많았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긴 뒤에는 걱정이 더욱 커졌다. 누구나 믿고 쓸 수 있는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창업에 도전했다. 2017년 2월 티에스티코리아를 설립하고 세탁 세제·세탁물 보조제·세탁조 클리너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티에스티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생활화학·건강·미용 제품 브랜드 ‘레오니오’ 운영사다. 세상에 없던 편리함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세탁 세제나 세탁물 보조제 같은 생활화학제품뿐 아니라 마스크팩이나 앰플 등 미용 제품도 판다. 화학 원료 대신 자연에서 얻은 천연 계면활성제 소프넛(soap nut·무환자나무 열매)으로 세제나 세정 제품을 만든다.”

-창업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화학 전공자였나.

“원래 영화 콘텐츠 제작·유통 관련 종사자였다. 해외 출장에서 세탁물 보조제인 이염 방지 티슈를 처음 접했다. 이염 방지 티슈는 세탁할 때 옷에서 빠져나온 염료가 다른 세탁물에 배어드는 이염을 막는 제품이다. 세정력은 없지만, 세탁을 훨씬 편하게 만든다. 제품을 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시장 자체가 없었다. 제품의 편리함을 느껴보고 2016년부터 직접 연구를 시작했다. 업계 종사자들을 통해 사전조사를 마치고 시장 경쟁력에 확신이 들어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세탁 티슈가 주황색 탄산음료의 색소를 흡수하는 장면. /레오니오 유튜브 캡처

-세탁 티슈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염을 막고 미세먼지를 흡착한다. 보통 이염에 대한 걱정 때문에 빨래를 할 때 흰 빨래와 색깔 빨래를 구분해 세탁기를 돌린다. 그러면 세탁 빈도가 늘고, 세탁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간을 줄일 방법을 고민했다. 여기에 미세먼지 흡착 기능도 넣었다. 요즘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 않나. 미세먼지가 묻은 빨랫감은 세탁기에 돌려도 배출이 안 된다. 세탁물을 털 때 옷에 붙은 미세먼지가 사람의 폐로 다시 들어온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세탁할 때 미세먼지까지 흡착할 수 있게 입자 사이의 공극을 줄인 티슈를 고안했다. 티슈는 세탁 과정에서 미세먼지 입자를 다른 의류보다 먼저 붙잡아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준다.”

-이염 방지·미세먼지 흡착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건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에서 이염 방지 효과를 입증받았다. 세탁 티슈 한 장이 흡착할 수 있는 염료의 양이 0.5mL다. 청바지를 흰 티셔츠와 함께 세탁기에 돌려도 빠지는 염료를 흡수할 수 있는 만큼의 세탁 티슈(bit.ly/2YhiAs3)를 넣으면 이염 없이 세탁이 가능한 셈이다. 어떤 옷이냐, 새 옷이냐 아니냐에 따라 물이 빠지는 정도가 달라 계산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론상으로는 이염될 일이 없는 게 맞다. 세탁 티슈가 먼저 염료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 제거 실험도 했다. 세탁 티슈를 넣으면 일반 세탁 환경 대비 초미세먼지가 73.1%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무환자나무 열매 성분을 넣어 만든 ‘초강력 천연소프넛 티슈형 세탁세제’. /티에스티코리아 제공

-친환경 세탁 세제도 만들었다고.

“세탁 티슈를 사용하는 고객 중 세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분이 많았다. 세제는 세대별로 인식하는 제품 형태가 다르다. 분말 세제를 쓰다가 액상 제품으로 넘어왔고, 최근 종이 세제가 나왔다. 아직 대기업에서 종이 세제의 대중화를 이끌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종이 세제의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종이 세제의 편리함을 느껴본 사람은 계속 종이 세제만 쓴다. 그래서 무환자나무 열매 성분을 넣은 ‘초강력 천연소프넛 티슈형 세탁세제’를 출시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안전표준검사 공인 기관 SGS에서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주원료인 무환자나무 열매의 특성이 궁금하다.

“일반적인 계면활성제는 화학 제품이다. 반면 소프넛(bit.ly/2YhiAs3)은 세정 효과가 있는 나무 열매다. 열매에 물을 묻혀 손으로 비비면 거품이 난다. 이 거품으로 세탁을 하는 것이다. 자연 유래 성분이라 피부 자극이 적어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 사이에서 인기다. 직접 열매를 세제로 쓰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소프넛에도 단점이 있는데, 세탁하고 나면 열매껍질이 섬유에 묻어 나오거나 고유의 나무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 레오니오 소프넛 세탁세제를 출시했다. 샘플 테스트만 7~8개월 걸렸는데, 세정력을 갖추는 데 오래 걸렸다. 아무리 안전이니 친환경이니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정작 세제 역할을 못 하면 의미가 없지 않나. 충분한 세정력을 갖춘 뒤 피부에 무해한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지 테스트를 거쳤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제품 기능에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생활화학제품이 주류 시장에 진출하려면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퇴출당하는 사례도 많다. 세탁 티슈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소비자들에게 ‘앞으로는 세탁기 돌릴 때 세탁 티슈 넣고 쓰세요’라고 설득하기 힘들었다. 세제만 쓰던 소비자로 하여금 추가로 돈을 쓰게 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탁 티슈를 쓰면 분리 세탁이 필요 없어 시간과 돈 모두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했다. 제품을 써본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자연스럽게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레오니오가 선보인 앰플. /티에스티코리아 제공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이염 방지와 미세먼지 흡착 기능이 있는 세탁 티슈(bit.ly/2YhiAs3) 단일 품목만 2020년 850만장을 팔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시장 규모가 아주 작았는데, 작년부터 성장률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애로사항은 없나.

“중소기업에서 생활화학제품을 개발해 시판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화학제품 공장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다른 공장보다 훨씬 큰 편이다. 어느 정도 자산을 갖춘 회사에 기회가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점유율도 대기업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정부에서 중소기업의 생활화학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

희망적인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과 소비 패턴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유명한 연예인이 광고에 출연하는 것만 보고 제품을 샀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제품을 써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남긴 후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도 만족도가 높으면 꾸준히 제품을 이용한다. 우리도 고객 덕분에 제품 연구에 대한 동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세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세제류만 해도 만들 수 있는 파생 상품이  많다. 예를 들어 한 가전제품 브랜드와 세탁기 본체에 세제 역할을 하는 세탁 볼(ball)을 설치하는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면 세제가 없어도 세탁이 가능해진다. 건조기에 넣는 향기 티슈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향기 티슈는 대부분 린스 성분이 많이 들어가 세탁물이나 건조기에 끈적거림이 남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친환경 향기 티슈도 선보일 예정이다. 레오니오라는 브랜드만 봐도 누구나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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