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닭 15마리 먹다가 요즘은 5마리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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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 호소하는 동물원
값비싼 대여료 부담에 중국에 판다 반납하기도
동물들 안락사시키겠다는 곳도 있어
먹이 70% 수준으로 줄이기도

중국에만 서식하는 판다는 귀여운 외모와 희귀성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판다는 멸종위기 동물로 전 세계에 2000여 마리만 남아 있다. 귀한 몸인 판다가 새끼를 낳으면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화제다. 작년 7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아기 판다 ‘푸바오’가 태어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푸바오를 일반에 공개하자 수많은 사람이 사전예약을 할 정도로 인기였다.

판다의 높은 인기에 세계 곳곳의 동물원은 비싼 값을 들여서라도 중국에서 판다를 데려온다.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흥행 보증 수표 역할을 해서다. 그런데 최근 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물원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 판다 대여료가 큰 부담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 판다 2세 푸바오. /에버랜드

사실 세계 곳곳에 있는 판다는 모두 중국의 소유다. 해외에서 태어나더라도 마찬가지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 해외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판다를 빌려주는 대신 연간 10억~15억여원을 받는다. ‘판다 보호 기금’이라는 명목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판다 외교(중국이 관계 발전을 위해 상대국에 판다를 보내는 외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판다를 보내지만, 결국 판다를 사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대여 기간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10~15년이다. 판다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여한 쪽에서 해결해야 한다. 판다를 빌려오는 값도 비싼데, 키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까다로운 식생으로 인해 사육할 때 유지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자이언트 판다는 매일 약 40kg의 대나무를 먹어야 한다. 신선한 대나무만 먹는 판다를 위해 대나무를 공수해오는 비용만 1년에 수십억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판다가 동물원 내에서도 VVIP급 취급을 받는 이유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물원들이 판다를 대여 기간보다 일찍 중국에 돌려보내는 상황이다. 작년 5월 캐나다에 있는 앨버타주 캘거리 동물원은 중국에서 대여한 판다 2마리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판다 먹이인 대나무 수입이 어려워져서다. 동물원 측은 그간 비행기 편으로 대나무를 공수해왔다. 중국 관영 CCTV 보도를 보면 동물원 측은 예정보다 2년 이상 일찍 판다 다마오와 얼순을 중국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2013년 중국은 다마오와 얼순을 ‘판다 외교’ 차원에서 캐나다로 보냈다. 원래 대여 기간은 2023년까지 10년간이었다. 두 판다는 캐나다에서 인기스타였다. 2015년 얼순이가 인공 수정으로 새끼 2마리를 낳자 판다를 보려는 사람들이 동물원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얼순이가 낳은 새끼들은 작년 1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으로부터 자이언트 판다를 10년 장기 임대했던 영국 에든버러동물원.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재정적 위기에 처하자 판다를 중국에 돌려보내기로 했다. /에든버러동물원
영국 에든버러동물원이 중국으로부터 장기 임대한 판다 부부 톈톈과 양광. /에든버러동물원

최근에는 영국에 있는 한 대형 동물원도 돈이 없어서 판다를 못 키우겠다면서 판다를 중국에 돌려보내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학회가 운영하는 에든버러동물원에는 판다 양광과 톈톈이 있다. 부부 사이인 판다 양광과 톈톈은 2003년 태어나 쓰촨성 워룽의 판다 보육센터에서 자라다가 2011년 영국에 왔다. 양광과 톈톈의 대여는 5년간의 협상 끝에 이뤄졌다. 영국에서 판다가 지내는 건 1994년 10월 런던 동물원에서 살던 판다 ‘밍밍’이 중국으로 돌아간 후 17년 만이었다. 그만큼 영국인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동물원 측도 많은 공을 들였다. 판다의 적응을 돕기 위해 고급 대나무를 심었다. 또 연간 8만 유로(약 1억1900만원)를 들여 신선한 죽순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했다. 두 판다는 이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에든버러동물원은 지난 한 해 동안 3개월 이상을 휴업해야 했다. 재정 상황이 악화하자 더는 판다를 임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다 한 쌍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 연간 100만 파운드(한화 약 14억8800만원)에 달했다. 중국에 내야 하는 임대 비용 약 60만 파운드(약 9억원)에 사룟값까지 더한 가격이다.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학회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필드는 “현재 양광과 톈톈의 임대와 사육 등 모든 부분을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고 했다. 또 “코로나19로 3개월간 에든버러동물원을 폐쇄했다. 우리 수입의 대부분은 관람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만큼 재정적 어려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원이 다시 개장했지만, 이미 수백만 파운드의 적자가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문자 수 제한 등의 조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입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양광과 톈톈의 10년 장기 임대 계약 종료 시점은 올해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을 유치해 돈을 버는 동물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다.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데다 인건비, 동물의 먹이나 유지비 등이 엄청나게 든다. 폐쇄했던 전 세계 동물원들이 하나둘씩 개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 미국 뉴잉글랜드 동물원 사장은 “재개장을 했지만 방문객 수를 500명으로 제한했다. 평소에는 하루 5000명이 찾는 곳이다. 경제적인 충격으로 너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물원에 관람객이 없어져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독일 북부의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동물 700마리를 안락사하겠다고 해 논란이었다. /JTBC 방송 캡처

이런 상황에 동물을 순서대로 안락사시키겠다는 동물원까지 나와 논란이었다. 독일 북부의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자 100여 종의 동물 700마리를 안락사하는 비상계획을 내놓았다. 이곳은 매년 15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곳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동물원의 한 관계자는 “먼저 도살해야 하는 동물들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락사하는 동물을 북극곰인 ‘피투스’로 정했다”고 했다. 페레나 카스파리 동물원장은 “먹이를 살 돈이 없거나, 각종 제한으로 먹이를 전달받지 못한다면 일부 동물을 죽여 다른 동물에게 먹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동물들을 서로의 먹잇감으로 던져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이런 발표에 논란이 일었다. 독일 동물복지협회 측은 “끔찍한 시나리오를 생각할 게 아니라 자체 비상기금이나 다른 공공 지원금을 이용해 동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도 “아무리 동물이라지만 인간이 마음대로 구경거리로 만들고, 죽이고 해도 되는 건가 싶다” “너무 불쌍하다. 아무리 감당할 돈이 없다고 해도 함부로 죽여도 되냐”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분노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피닉스 동물원은 나무늘보를 모델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KBS 뉴스 방송 캡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메단 동물원도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동물 먹이를 동물원에 보냈다. /YTN 방송 캡처

코로나19사태로 동물들까지도 피해를 보는 상황이 오자 직접 모금 운동에 나선 동물원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피닉스 동물원은 동물원에 있는 나무늘보를 모델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나무늘보가 매달려 있는 모습, 느릿느릿 풀을 뜯어 먹는 등을 담은 영상을 올려 기부금을 받았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1인당 기부액을 25달러에서 50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나무늘보가 동물원 생계를 책임지는 ‘동물 가장’이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메단 동물원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물을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모금 활동을 했다. 모금함을 들고 길거리로 나가 호소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과일과 고기 등 동물 먹이를 동물원에 보내오기도 했다.

구 수성구의 한 동물원. 코로나19로 동물원 경제난이 심해지자, 먹이를 배불리 먹지 못한 사자가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있다. /유튜브 채널 ‘정브르’ 캡처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건 우리나라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동물원을 휴업해 수입이 없자 결국 동물의 먹이를 70%까지 줄이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동물원도 그중 하나다. 원래는 사자에게 매일 생닭 15마리를 줬지만, 지금은 5마리만 주고 있다. 사육사도 12명에서 4명으로 줄인 상황이다. 동물들은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사육사들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동물원에 있는 수사자는 힘없이 앉아있고, 암사자는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마른 상태다. 얼마 전엔 멸종위기종인 수달 한 마리가 숨을 거뒀다고 한다. 이렇게 동물원 운영 중단 기간에 폐사한 동물만 총 13마리다. 동물원 측은 경영이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해당 동물원의 대표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매달 임대료 등은 똑같이 나간다. 줄일 수 있는 게 인건비, 먹이값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한테 간다”고 했다. 대구시가 관계부처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에서 관리하는 대구 지역 달성공원동물원의 경우 1년 예산이 코로나19 사태 전에 미리 지급해 동물이 굶는 사태는 없다고 한다.

곤충·동물 전문 유튜버 ‘정브르’가 동물원에 생닭 100마리를 기부했다. /유튜브 채널 ‘정브르’ 캡처
생닭을 먹는 굶주린 사자들. /유튜브 채널 ‘정브르’ 캡처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는 ‘생닭 기부 릴레이’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곤충·동물 전문 유튜버 ‘정브르’가 해당 동물원에 생닭 100마리를 기부하는 영상을 지난 4월 올렸다. 정브르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부했다”면서 트럭에 닭을 싣고 동물원을 찾았다. 그는 “동물원 안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했는데 사육사분들의 정성으로 많은 동물들이 출산도 하고, 건강하게 잘 있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해당 동물원의 본부장은 “휴업한 지 두 달이 넘었다. 60일간 수입이 0원인 거다. 사육사, 직원도 다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생물이다 보니 고정 지출 비용이 많은 편이다. 한 달에 먹이 값으로 최소 2500만원 드는데 한 달은 대출로, 한 달은 임원들이 개인 카드로 해결했다. 먹이를 70% 수준으로 줄이는 바람에 동물들이 말랐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에 다른 동물 애호가들도 생닭을 기부했다고 인증샷을 올리는 등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거로 보인다. 결국 동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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