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들 공포 체험장으로 전락한 곳,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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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체험 장소로 쓰이는 한중대학교 건물. /유튜브 캡처

“건물 입구에 마네킹 팔이 떨어져 있네요.”

인적 드문 밤, 한 남자가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건물에 손전등을 켜고 들어간다. 실내 곳곳에서 버려진 인형이나 전공 책 등을 발견한다. ‘소원성취’ 문구가 적힌 부적도 보인다. 부서진 분필로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그는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상황을 전한다. “교실이 흉가처럼 무섭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바깥으로 나온다. 

최근 폐교한 지방대가 유튜버들의 새로운 공포 체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버가 가장 많이 찾는 폐교는 강원도 동해 한중대학교(옛 동해전문대학). 1991년 문을 연 한중대는 1999년부터 4년제로 운영됐는데, 교비 횡령 등 경영진 비리에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경영난까지 겹쳐 교육부 명령으로 2018년 문을 닫았다.

한중대를 운영한 학교법인 광희학원이 2019년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건물과 용지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파산재단 재산의 관리·처분을 맡은 파산관재인은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재산 처분이 늦어지면서 방치된 캠퍼스가 외지인의 공포 체험 장소로 전락한 것이다.

유튜브 캡처

1959년부터 2013년까지 운영된 충남 논산 한민학교도 폐교 당시 상황은 비슷했다. 문을 닫기 직전 신입생 충원율은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수입이 없어 교직원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총장을 포함한 교직원 5명이 학생으로 등록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학생 충원율을 올려야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한민학교는 고졸자를 교수로 뽑고, 없는 학과에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한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년 넘게 방치된 이곳은 한중대처럼 공포 체험 장소로 쓰이고 있다. 폐교의 모습이 유적지와 닮았다는 이유로 ‘한국의 마추픽추’란 별명까지 붙었다.

신입생에게 아이폰을 지급하는 호남대학교. /호남대 홈페이지 캡처

“최신 아이폰, 수십만원 용돈도 준다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가 떨고 있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학 모집 정원이 입학가능자원 수를 역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교육부 조사 결과 올해 대학에서 뽑는 학생은 총 49만655명이었다. 하지만 고3, 재수생 등을 포함한 입학가능자원은 47만9376명이다. 1년 전에는 모집 정원(49만5200명)이 입학가능자원(52만6267명)보다 적었다. 교육부는 2030년 입학가능자원이 39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입학자원 감소뿐 아니다. 굳이 대학을 나올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인식 확산도 지방대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찍 꿈을 펼치는 또래를 보면서 대학 진학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진다. 또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취업준비생을 보며 “어차피 공무원 시험을 볼 거라면 수천만원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노량진을 찾는다. 특성화고를 나와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도 많다. 공부에 뜻이 있어 좋은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게 아니라면, 굳이 지방대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입생 유치 실적으로 압박을 당하는 지방대 교수들. /KBS강원 유튜브 캡처

지방에 위치한 학교들은 장학금과 선물 공세로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남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에게 아이폰과 에어팟을 선물한다. 최초 합격 후 등록한 학생에게는 아이폰 SE2(64G)를, 충원 합격 후 등록자에게는 에어팟을 준다. 학생이 제품을 원하지 않으면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 조선대는 최초합격자 가운데 모집 단위별 상위 10% 신입생에게 장학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한 학기당 생활비 350만원도 받는다. 방학 2개월을 제외하면 한 달에 90만원에 가까운 ‘용돈’을 받는 셈이다. 이밖에 김해 가야대와 대전 대덕대 등도 신입생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일부 지방대 교수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매년 수시 모집 기간이 돌아오면 인근 고등학교로 ‘영업’을 나간다. 교사에게 “학생들이 학교에 지원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신입생을 얼마나 끌어왔는지를 교수 평가에 반영하는 학교도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지방대를 찾는 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의견은 적다. 학교 측은 고등학생과 N수생뿐 아니라 직장인 대상 재직자 전형, 만학도 전형 등을 새로 만들어 늦깎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대가 직장인 신입생을 받아도 빈 곳간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20학년도 대학 정원 미달 인원은 1만5441명이었다. 대학가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속설이 2021년부터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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