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로 된 금” 지구 반대편서 대박 터진 한국산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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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Juice 도수민 대표
호주에서 100% 나주 배로 만든 배즙 판매
지난해 4분기에만 10만개 이상 팔려

호주 전역에 980개가 넘는 매장이 있는 대형 슈퍼체인 ‘Woolworths(울워스).’ 지난해부터 이곳에 한국산 배즙이 등장했다. 뚜껑이 달린 스파우트 파우치 형태의 이 배즙의 가격은 4호주달러(약 3300원)다. 수입품이기 때문에 배즙치고는 비싸지만, 달콤한 맛과 깔끔한 패키지로 호주인들을 사로잡았다. 자사 온라인 몰과 울워스, 주류 판매점 Dan Murphy’s(댄 머피스) 등에서 지난해 4분기에만 제품이 10만개 이상 팔렸다.

호주에서 한국 배즙을 알린 사람은 Bae Juice 도수민(27) 공동대표다. 도수민 대표는 19살 때부터 일을 시작한 헤어디자이너였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헤어샵에서 일하면서 외국에서 자신의 헤어샵을 차리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2016년 4월 호주로 향했다. 이후 자신의 남자친구인 Tim O’Sullivan(팀)과 함께 2018년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 헤어디자이너에서 사업가로 도 대표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Bae Juice의 Liam Gostencnik, Tim O’Sullivan, 도수민 공동대표. /Bae Juice

◇한국 여행 중 맛본 배 음료에 푹 빠진 남자친구와 함께 창업

“한국에서 팀과 함께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가졌는데요. 술을 마시고 이동하면서 친구들이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더니 캔에 든 배 음료를 사 왔어요. 팀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다 같이 배 음료를 마시니까 의아해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음주 후 숙취 해소제를 마시고, 배 음료도 숙취 해소에 좋다고 알려져서 자주 마신다고 설명을 했죠.”

배 음료를 처음 맛본 후로 팀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만들었고,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이유가 뭔지 등이었다. 도 대표와 친구들은 과학적 효능을 설명하기 위해 구글에서 검색하던 중 한국산 배 주스의 숙취 해소 효능을 증명한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보고서를 발견했다. 

CSIRO는 “알코올 섭취할 때 배 주스 220ml를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 20%를 감소시킨다”라며 “서양 배와 일본이 원산지인 나시 배보다 한국산 배가 가장 우수한 숙취 효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본 후 팀은 배 음료를 두고 ‘액체로 된 금(liquid gold)’이라며 감탄했다.

2018년 함께 한국을 찾았던 도수민 대표와 팀. /Bae Juice

팀은 그날 이후 배 음료에 푹 빠졌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일 배 음료를 마셨고, 호주에 돌아가서도 계속 배 음료를 떠올렸다. 특히 숙취가 심할 때면 배 음료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고 한다. 결국 팀과 도 대표는 호주에서 배 음료를 수입해보자고 결심했고, 팀의 친구인 Liam Gostencnik(리암)과 함께 셋이서 2019년 1월 Bae Juice를 창업했다. 

“호주에는 숙취해소제가 따로 없어요. 다음날 패스트 푸드를 먹으면서 숙취를 달래더라고요. 숙취 해소제 제품도 종류가 다양했지만, 이보다는 차라리 100% 한국산 배로 만든 배즙 그 자체를 한국에서 수입해서 팔아보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제품이기도 하고, 채식 인구도 공략할 수 있으니까요. 또 숙취 해소 효능을 강조해 제품을 소개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제품 패키지에도 100% 한국산 배로 만든 배 주스라는 문구를 넣고, 숙취 해소 효능도 강조했다. /Bae Juice

◇한국에서 생산 후 완제품 호주에서 수입하는 방식

바로 제품 기획안을 만들고, 생산을 위탁할 수 있는 공장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한국산 배를 수입해 호주에서 가공하거나 호주에서 직접 배를 재배할 수도 있었지만, 생산시설과 인력 확보 등 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완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나주에 위치한 생산 공장과 미팅을 잡고 두 사람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사실 비즈니스 미팅이 처음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상품 기획안을 들고 찾아갔던 공장에서도 저희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셨고, 많이 맞춰 주셨습니다. 청년과 외국인이 한국 배 사랑을 기특하게 여기신 것 같아요. 나주에서 만든 배즙을 호주로 수출하는 건 처음이라 공장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습니다.

배즙은 한국에서 배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 나주산 배 100%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품질관리를 통해 재배된 우수한 품종의 배만 사용하고 있어요. 공장에서 배를 깨끗하게 세척한 후 즙을 추출하고, 두 번의 멸균과정을 거쳐 파우치에 포장합니다. 껍질에도 영양소가 가득하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지 않고 함께 즙을 추출하고 있어요.

나주시에서 2018년 10월 처음 제품을 수출할 때 당시 사진(위)과 Bae Juice가 현지에 도착한 물량을 확인하는 모습. /Bae Juice

생산은 한국 공장에서 하지만, 호주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제품을 알리는 것은 오롯이 Bae Juice의 몫이었다. 호주 소비자들이 한국산 배는 물론이고 배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 홍보가 중요했다.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잡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링크드인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와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패션쇼나 자선 행사, 이벤트 등에 참여해 무료 샘플을 배포하면서 SNS 위주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호주 소비자들은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요. 저희도 창업하게 된 계기부터 제조 과정 등 이야기를 많이 알리면서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시작으로 유럽 시장도 진출 계획 중

발로 뛰어다니면서 유통망도 확보했다. 제품을 들고 식료품점과 카페 등을 찾아다니면서 제품을 입점시켰고, 배송도 직접 했다. 창업 첫날부터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창업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지난해 10월 호주 내 대형 슈퍼체인인 울워스에도 입점할 수 있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지연되면서 온라인에서는 3주가량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창업 후 2년 동안 ‘꾸준히 하면 된다’라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셋이서 서로를 다독여주며 더 힘을 내고, 열심히 일했어요. 낮에는 일하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쉬는 날도 없이 일한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댄머피와 올워스에 진열된 모습. /Bae Juice

-호주 외 다른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호주와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영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지 유통사와 논의를 진행 중이고, 이후 유럽 시장으로도 제품을 수출할 계획입니다.”

-목표는.

“지난 2년 동안 배 주스라는 브랜드를 호주 전역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배 주스의 상표와 로고를 인지하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또 현재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건강한 음료를 소개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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